벽산그룹에 국세청 저승사자 들이닥친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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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통한 편법 승계에 조사 초점 가능성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서울 중구 벽산그룹 사옥에 인력을 파견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자료들을 확보했다. ⓒ벽산 제공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서울 중구 벽산그룹 사옥에 인력을 파견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자료들을 확보했다. ⓒ벽산 제공

국세청이 벽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승계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서울 중구 벽산그룹 사옥에 인력을 투입해 세무 관련 자료들을 예치했다.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벽산그룹 내에서 이뤄진 내부거래를 통한 부의 대물림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는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있다.

건축자재와 난방장치 도매업을 영위하는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오너 일가의 100% 개인회사다.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의 장남 김성식 벽산 사장과 차남 김찬식 벽산 부사장 형제와 김성식 사장의 세 자녀인 주리·태인·태현씨 등 벽산가(家) 3·4세 5명이 지분을 각각 20%씩 보유하고 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2010년 설립 직후부터 그룹 계열사의 일감이 집중됐다. 특히 설립 3년째인 2013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94.18%(총매출 343억원-내부거래액 323억원)로 90%를 넘겼다.

당시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시기다. 벽산그룹 내 내부거래도 지적 대상이 됐다. 그러나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90%대 내부거래율을 유지했다.

실제, 이후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96.22%(344억원-331억원), 2015년 95.39%(313억원-299억원), 2016년 94.23%(339억원-320억원), 2017년 90.02%(360억원-324억원), 2018년 97.22%(334억원-325억원), 2019년 93.69%(341억원-319억원) 등이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최근까지도 내부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내부거래 비중은 96.69%(348억원-337억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 380억원 중 97.44%에 해당하는 371억원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사실상 자생력이 전무한 셈이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내부거래로 마련한 재원을 경영권 지분 승계에 활용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 결과, 현재 이 회사는 그룹 지주사인 벽산의 최대주주(12.42%)에 올라있다. ‘오너 일가→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벽산→벽산페인트 등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인 셈이다.

이밖에 김성식(6.55%)·김찬식(2.37%) 형제는 물론 김 회장의 동생 김희근씨(3.66%) 등 특수관계인들도 벽산 주요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그룹 전반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확고하다는 평가다.

한편, 1951년 고(故) 김인득 창업주가 설립한 벽산그룹은 한때 30대 기업에 올랐으나,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를 거치며 사세가 크게 위축됐다. 특히 2010년 벽산건설이 파산하면서 건설업에 철수한 뒤 현재는 건축자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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