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할퀸 힌남노, 역대급 맞았다…전국 피해 속출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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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10분께 울산 앞바다로 빠져 나가
6일 오후까지 지역별 강풍·폭우 유의
울산서 하천 빠진 20대 실종, 남부지방 피해 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9월6일 오전 파도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를 덮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9월6일 오전 파도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를 덮치고 있다. ⓒ 연합뉴스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오전 7시10분께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여전히 전국 대부분이 태풍 영향권인 가운데 지역에 따라 최대 이날 오후까지는 강풍과 폭우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힌남노가 강타한 제주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침수, 파손, 둑 붕괴 위험 등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기상청은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4시50분께 경남 거제시 부근으로 국내 상륙한 뒤 오전 7시10분께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힌남노는 예상보다 이르게 동해상에 진출했다.

힌남노는 이례적으로 상륙한 뒤에도 세력 '강'을 유지하며 남부지방을 지났다. 오전 6시 부산 기장군인 부산 동북동쪽 10㎞ 지점을 지날 때 힌남노의 이동속도는 시속 52㎞였다. 이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55hPa(헥토파스칼)과 40㎧(시속 144㎞)로 강도 '강'이었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세력이 강한데, 현재 힌남노 중심기압은 1959년 사라나 2003년 매미가 상륙했을 때와 비슷하다.

힌남노는 이날 정오엔 동해 한가운데인 울릉도 북동쪽 100㎞ 해상에 이르겠다. 오후 6시께는 울릉도 북북동쪽 560㎞ 해상을 지나고 7일 0시에는 일본 삿포로 북서쪽 400㎞ 지점에 도달해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하겠다.

오전 7시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과 해상에 태풍특보가 내려졌다. 인천·경기서해안·충남북서부에는 강풍특보, 서해중부해상과 서해남부먼바다에는 풍랑특보가 발령됐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9월6일 오전 전남 여수시 국동 한 공터에서 대형 나무가 쓰러져 있다. ⓒ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9월6일 오전 전남 여수시 국동 한 공터에서 대형 나무가 쓰러져 있다. ⓒ 연합뉴스

영남 곳곳엔 시간당 30~110㎜ 비가 쏟아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구룡포)와 경주시(토함산)에는 힌남노가 상륙한 이후인 오전 5시부터 오전 7시까지 2시간 동안에만 각각 160㎜와 153㎜ 비가 퍼부었다.

전국적으론 시간당 5~20㎜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4일 0시부터 6일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 948㎜, 경주시 토함산 389.5㎜, 서울 강남구 282㎜, 강원 고성군 미시령 251.5㎜ 등이다.

현재 호남과 경남엔 최대순간풍속이 30㎧(시속 110㎞) 내외인 강풍이 분다. 경남 통영시 매몰도에는 오전 2시 10분께 최대순간풍속이 43.1㎧(시속 115㎞)에 달했다.

기상청은 "6일까지는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겠다"라면서 "폭풍해일과 해안지역 매우 높은 파도도 주의해달라"라고 당부했다. 특히 남해안은 힌남노와 힌남노가 동해로 빠져나간 뒤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공기 영향으로 최대순간풍속 40~60㎧, 서해안과 동해안에는 20~40㎧ 바람이 계속 불 것으로 전망된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권에 들어간 9월6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한 차도에 신호등이 파손돼 있다. ⓒ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권에 들어간 9월6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한 차도에 신호등이 파손돼 있다. ⓒ 연합뉴스

실종자 발생, 포항 등 곳곳 침수…수도권 도로 통제  

전국적으로 힌남노로 인해 각종 피해도 속출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께 울산시 울주군 남천교 아래 하천에서 20대 남성 1명이 물에 빠졌다. 소방 구조대와 경찰관 등이 수색을 이어가고 있지만, 태풍 영향으로 비가 계속 내리면서 하천물이 불어나고 유속이 빨라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폭탄 피해가 집중돼 곳곳이 침수된 경북 포항에서는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침수돼 사실상 외부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 대화천 둑이 터지면서 농경지가 침수됐고, 남구 구룡포읍에는 시간당 100.5㎜의 비가 내리면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주에서는 이날 오전 6시34분 건천읍 송선저수지 붕괴 위험으로 저지대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대피 대상 지역은 송선1리, 천포2리, 건천1리, 건천2리, 건천3리다.

18개 시·군 전역에 태풍경보가 발령 중인 경남에서는 전날부터 이날 6시까지 경남도소방본부(153건)·창원시소방본부(37건)·경찰(39건)에 주택 옹벽 무너짐, 전신주 쓰러짐 등 22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태풍 '힌남노'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9월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천의 물이 불어나면서 차량이 침수되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9월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천의 물이 불어나면서 차량이 침수되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 연합뉴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일원 100여 가구, 대구 달서구 상인동과 송현동 일대 542가구,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 450가구, 통영시 욕지도 30가구 등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광주·전남과 전북, 대전과 충남에서도 아파트 창문 파손, 가로수 넘어짐, 도로 또는 비닐하우스 침수 등 크고 작은 신고가 잇따랐다.

앞서 태풍이 최근접 통과했던 제주에서는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접수된 신고가 침수, 고립, 시설물 파손 등 198건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도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차량을 덮치는 등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장면이 이어졌다. 

도로 통제도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올림픽대로 가양대교∼동작대교 구간, 시내부도로 개화육갑문 구간, 올림픽대로 여의하류IC(램프) 등에서는 양방향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부산과 울산을 잇는 광역철도인 동해선을 비롯해 부산김해경전철, 부산도시철도 등도 이날 첫 차 운행부터 기상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운영을 잠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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