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자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정황이 있다는 유엔 보고가 나왔다.
7일(현지 시각)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일제 브랜즈 케리스 유엔 인권담당 사무차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부모 동행 없이 러시아 점령지 혹은 자국 영토로 이동하도록 강제했다는 믿을만한 주장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당국자들이 간소한 절차를 거쳐 이 어린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후 러시아인 가족들에게 입양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보안 점검을 위해 시행하는 ‘정화 절차’ 과정에서도 인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케리스 사무차장은 “러시아군은 ‘정화’를 통해 나체를 강요하며 신체를 수색했다”며 “개인사나 가족 관계, 정치적 견해나 성향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기기를 뒤져 개인 정보나 사진, 지문까지 빼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서는 러시아 측의 이같은 행동이 점령지 강제 합병을 위한 것이며 ‘전쟁범죄’라는 지적이 나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강제 이주를 통해 점령지의 합병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며 “강제 이주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말부터 최근까지 90만~160만 명 정도의 우크라이나인이 심문과 구금 그리고 강제 이주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측은 유엔과 미국의 이같은 지적을 전면 부정하며 즉각 반박했다. 이날 안보리에 참석한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인들은 범죄자 정권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로 도피해오는 것뿐”이라며 “강제 이주는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화 작업에 대해서도 “이른바 ‘정화’로 불리는 작업은 러시아로 들어오는 이들에 대한 등록 절차에 불과하다”라며 “핀란드나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유사한 절차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