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독감 ‘트윈데믹’ 덮치는데…“증상 있어도 검사 안 받을래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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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확진 격리되면 연차 깎여”…자영업자 “또 가게 문 닫기 싫어”
고위험군 가족 불안도 커져…“정부, 태풍만큼 코로나 확산세 신경 써야”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하루 앞둔 4월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 거리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하루 앞둔 지난 4월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 거리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추석연휴가 끝나고 환절기가 찾아오고 있다. 코로나19와 비슷한 감기가 유행하는 시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독감 유행까지 겹쳐 ‘트윈데믹(비슷한 두 질병의 동시 유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검사를 기피하는 시민들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유명순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케이스탯리서치가 8월17~21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1.4%는 “코로나 증상이 의심되지만 자가 검사를 하거나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또 “자가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추가 검사를 안 받을 것”이라 답한 비율도 32.7%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와 대조적인 분위기다.

시민들은 왜 검사를 기피할까. 14일 만난 회사원 김준형(31)씨는 코로나 확진 시 근무에 지장이 생기는 점을 들었다. 그는 “확진되면 회사에 눈치가 보인다”며 “이전처럼 유급휴가가 나오지 않아 확진 격리기간 동안 연차도 깎인다. 격리지원금도 줄었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요즘 환절기로 (코로나와) 감기 증상의 분별이 안 돼, 증상을 숨기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간혹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김준서(28)씨도 “코로나에 확진되면 영업에 지장이 생길까봐 검사를 못 받겠다”며 “그동안 거리두기 지침으로 매출도 바닥을 쳤다. 코로나가 지긋지긋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무증상자도 검사를 기피하는 분위기다. 병원 진료와 검사에만 최소 5000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비용이 발생해서다. 주부 윤아무개(36)씨는 “두 달 전에 병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는데 비용이 5만원 넘게 나왔다”며 “최근 정부에서 비용을 경감시켰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젠 5000원도 아까워서 안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도 역학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건강보험 적용 불가로 여전히 5만원에 달하는 검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검사 기피자들을 비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80대 어머니와 같이 사는 전아무개(51)씨는 “(검사를 기피하는) 본인들은 괜찮을지 몰라도, 우리 어머니 같은 고위험군은 보호하기 더 어려워졌다”며 “(사람들이) 남들한테 민폐 끼치지 말고, 검사를 잘 받고 격리 수칙도 잘 지키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김아무개(23)씨도 “확진되면 회사 출근이나 학교 수업을 빠지고 쉴 수 있다”며 “증상을 숨기면서까지 남들 눈치는 보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내과병원 관계자들도 검사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모 병원 의사 A씨는 “검사 기피하는 분들은 마스크를 벗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진료하는 게 제한적”이라며 “이런 분들로 인해 병원 직원들과 환자들까지 집단 감염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병원 간호사 B씨도 “최대한 (검사를) 권고하긴 하지만, 억지로 강요할 수 없어 힘들다”며 “이런 분들은 여러 명이 쓰는 수액실 출입 등도 배제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14일 서울 용산구 모 내과병원에 비치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신청서. 해당 병원 관계자들은 최근 검사 기피자들이 늘어나 진료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토로했다. ⓒ시사저널 변문우
14일 서울 용산구 모 내과병원에 비치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신청서. 해당 병원 관계자들은 최근 검사 기피자들이 늘어나 진료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토로했다. ⓒ시사저널 변문우

전문가들은 검사 기피자들이 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다시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산세는 추석연휴가 끝난 직후 다시 폭증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확진자수는 9만3981명을 기록해, 전날인 13일(5만7309명)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숨은 감염자’까지 증가할 경우, 고위험군에 코로나19가 전파될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추석 연휴에 사람들이 검사도 안 받고 돌아다니다 결국 고위험군에게 (코로나19가) 전파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 때문에, 독감을 동반한 트윈데믹도 당초 예상(10월)보다 빠른 다음 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무심한 방역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코로나19) 치사율이 낮다며 걱정 말라고 하니,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검사를 안 받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태풍 피해에만 신경 쓰지 말고 코로나 방역도 신경 써야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시민들에게도 “고위험군과 본인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검사를 피하지 말고 방역수칙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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