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공포의 나비효과가 더 무섭다 [최준영의 경제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6 10:05
  • 호수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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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외한 모든 통화 약세로 글로벌 경제 지각변동
과도한 위기감 표출은 ‘약보다 독’ 될 수도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300원을 훌쩍 뛰어넘어 1400원에 육박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1964.8원을 기록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경우는 2001년 닷컴버블 붕괴와 9·11 테러,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부분 심각한 위기 국면이었다. 현재의 환율은 우리 경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까.

환율은 서로 다른 통화 간 교환비율을 의미한다. 가치가 다른 것을 교환할 때 얼마의 비율로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인류가 거래라는 것을 할 때부터 생긴 문제였는데, 이것은 시장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팔려는 사람이 많은 것은 가격이 내리고,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오르는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원화 가치 하락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원화를 팔려는 사람이 많은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의 부정적 전망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달러가 더 매력적이고 좋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연합뉴스
7월7일 한국은행에서 김영환 금융통계부장이 5월 국제수지 잠정통계를 설명하고 있다. 5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작년 같은 달보다 65억5000만 달러 줄었다.ⓒ연합뉴스

한국 국채 CDS 프리미엄 여전히 건전

현재 상황은 달러에 대한 선호가 높기 때문에 원화를 비롯한 통화 대부분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1.01달러로 20년 만에 최약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경제위기 때마다 수요가 몰리면서 강세를 기록하던 일본 엔화 역시 달러당 144엔을 기록하면서 24년 만에 140엔을 넘어서고 있다. 영국 파운드 역시 37년래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달러의 초강세 흐름 속에 달러를 제외한 모든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달러 강세의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국가별 기준금리 차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유럽, 일본 등이 경기 위축을 우려해 큰 폭의 물가 상승에도 금리 인상을 망설이는 사이, 미국은 0.75%씩 금리를 올리면서 금리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상황의 심각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의 기초체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금리를 올렸다가 모든 것이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경우 고용률과 저축률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세계 모든 사람에게 미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 견실하다고 인식되면서 달러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못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원화 약세가 달러 강세에 따른 결과라는 점은 우리나라 국채(외평채 5년물 기준)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40bp(1bp=0.01%포인트)대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과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이르렀을 때 CDS 프리미엄이 통상 300bp 이상에서 움직였던 것과 다르다. 환율 방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고 감소를 들어 위기 상황의 도래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7월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4386억 달러 수준으로 작년 말 대비 253억 달러 감소했지만 세계 9위인 외환보유고 규모를 고려하면 이것을 가리켜 위기라고 하기는 어렵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관리 측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원화 약세는 수출 증가와 이를 통한 경기 회복과 고용 증가 등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몇 년간 원화는 중국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위안화 강세 추세를 추종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최근의 약세는 원화와 위안화 환율의 디커플링이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수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보면 현재 상황은 그렇게 나쁘진 않다. 수출 증가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면 원화 가치는 자연스럽게 정상을 되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원화가 현재의 약세에서 강세로 단기간에 반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데 당국의 고민이 있다. 오랫동안 유지되던 무역수지 흑자 추세가 2022년 상반기에 적자로 반전됐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수입액이 증가하는 데 비해 수출은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수요 감소로 증가 폭이 둔화된 결과인 것이다. 다행히 경상수지 자체는 무역수지와 달리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폭이 현격히 감소한 상황이어서 향후 추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개도국發 연쇄도산 우려도 확산

강(强)달러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개도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에너지 및 각종 수입물품 가격이 그만큼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한 달러로 표시된 부채의 경우 달러 강세에 따라 상환해야 할 원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부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주로 상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개도국의 경우 상반기에 상품과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익을 보기도 했지만 최근 투기 수요의 감소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스리랑카와 같은 개도국의 연쇄적인 도산이 이어질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냉각을 가져오고, 이는 차입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우리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달러가 지속될 경우 미국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결과 인플레이션은 안정됐지만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미국의 제조업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원가 상승을 피하기 위해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2000만 개에 가까운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는 고통을 겪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환율은 경제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간주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과도한 위기감 표출은 경제의 한 축인 심리를 위축시킴으로써 상황을 더욱 안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세계경제의 근본적인 여건이 변화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과거의 경험과 기준을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 경기 후퇴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축소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고려하면 1300원이라는 기준에 집착하기보다는 적절한 균형점이 어떻게 설정될 것인지에 관심을 가지고 환율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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