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승진 앞둔 이재용,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내놓을까
  • 유호승 시사저널e. 기자 (yhs@sisajournal-e.com)
  • 승인 2022.09.20 07:35
  • 호수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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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사면복권 후 회장 승진 시기 저울질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승진 후 대규모 구조조정 전망

삼성에 본격적인 ‘JY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미 그룹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가 조만간 고(故) 이건희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회장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삼성의 체질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공식 복권됐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와 이사회 참여 등 공식적인 경영활동 참여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기정사실로 보는 동시에 그의 연내 회장 승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회장 승진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미등기임원 회장으로 먼저 승진한 후 등기이사가 되는 것과, 등기이사로 복귀한 후 회장에 취임하는 방안 등이다. 등기이사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 반면, 회장 승진은 이사회의 동의만 얻으면 된다.

ⓒ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월10일(현지시간) 멕시코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

‘미등기임원’ 회장 취임→등기이사 복귀에 무게

이 부회장은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사실상 삼성의 총수 역할을 맡아왔다. 문제는 SK와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의 경우 이미 3세 경영체제가 구축돼 신사업 발굴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 역시 ‘회장’ 직함을 승계함으로써 그룹 내 상징적인 총수 지위를 공식적으로 메우는 동시에 한층 더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일각에선 이건희 회장의 2주기인 10월25일을 넘긴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 최후변론에서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삼성을 만들겠다”면서 “이것이 기업인 이재용의 일관된 꿈이며, 나의 승어부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승어부(勝於父)는 부친을 넘어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란 뜻이다. 이 부회장은 부친의 기일을 챙긴 후 회장 취임과 함께 삼성의 쇄신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이 회장 승진 시기로 유력한 또 하나의 이유는 사장단 인사가 매년 12월초 단행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구상하는 사업 재편을 위해선 자신이 원하는 인력을 핵심 계열사에 배치해야 한다. 회장으로서 인사 및 조직개편 구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 취임과 함께 강력한 그룹 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가 승진한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될 2023년은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발언한 신경영선언 3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에 경영진 200여 명을 불러 삼성을 말기 암환자에 비유하며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삼성은 세계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갖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55세 이상 직원 희망퇴직說 ‘솔솔’

이 부회장도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나설 것으로 확실시된다. 핵심은 인력 및 사업재편과 관련된 구조조정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1968년생(2023년 만 55세)을 기점으로 임직원 희망퇴직 및 임금피크제를 실시해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조직 쇄신을 위해 젊은 조직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희망퇴직 등으로 비는 자리는 청년 채용으로 채워진다. 삼성은 앞서 5년간 8만 명 이상의 신규 채용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 젊은 인력을 다수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 부회장이 승진 후 발표할 비전 실행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일부 조직에서는 이미 희망퇴직 접수가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현재 상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곳은 1년 전에도 차·부장급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한 삼성 임직원은 “기업 내부적으로 희망퇴직이 단행될 것이란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면서 “만 55세 이상이 대상이며, 구체적인 위로금 및 퇴직금 규모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DX 부문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후 전체 조직으로 본격 확대될 양상이다. 인력 구조조정은 그룹의 미래에 기여 비중이 낮은 곳부터 규모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했던 그룹 개편 관련 보고서가 인력 구조조정의 토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BCG는 최근 최종 보고서 작업을 완료한 후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재편도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BCG 보고서에 기초해 지속 성장 및 실적 개선 등이 어려워 보이는 계열사는 인력 감축과 함께 대대적인 사업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 그룹의 대표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보험업은 인구 감소로 관련 생태계가 더 이상 커질 수 없다. 삼성물산 역시 건설업 경기가 또다시 악화되면서 구조조정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의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은 이 부회장의 ‘경영 텃밭’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등에 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회장’이라는 그룹의 상징 및 핵심 리더의 자리를 더 이상 비울 수는 없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은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라며 “이건희 회장의 별세 후 이뤄져야 할 승진이 법적 이슈로 미뤄지고 있었지만,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된 만큼 회장 취임과 함께 그룹에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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