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윤석열 정부, 초대기업 ‘민원창구’ 역할만…시대 역행”
  • 김종일·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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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재명 민주당’ 키워드는 ‘민생’”
“尹정부 에너지 대응, 개념도 철학도 없어…삼성도 어려움 호소”
“與, 민생 무능 드러나니 사정정국 조성…국격 망치는 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9월14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9월14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임기 4개월 차를 맞이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검찰과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주도해 초대기업의 ‘민원창구’ 역할만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 의장은 9월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그 대표적 근거로 최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을 들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초대기업의 법인세는 낮춘 반면 청년 일자리 예산은 깎았다. 연금 관련 예산도 깎았다”며 “법인세를 올려 기후위기 재정으로 활용하는 미국 등 세계적 흐름에 나 홀로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무능도 질타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한국의 전기자동차 차별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정부의 무(無)대책으로 우리 제조업이 공동화될 위기에 처해 있고 국내 대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민생 무능을 가리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계속 정쟁을 유도한다”며 “특히 ‘법 기술’을 써서 사정정국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정책위의장으로 활동하던 김 의장은 이재명 지도부 체제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아 연임됐다. 당내 대표적 정책통인 김 의장은 기후위기와 지역균형 발전 등 미래 의제에 밝은 인물로 손꼽힌다. ‘아이디어 뱅크’이면서도 직접 펜을 들고 보고서 쓰는 의원으로도 유명하다. 과연 김 의장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어떤 길로 인도할까. 시사저널이 김 의장을 찾은 이유다.

 

이재명 당 대표 지도부가 꾸려진 후 당 차원에서 22개 주요 입법 과제를 선정했다. 이 중에서 이번 정기국회 내 ‘최우선’으로 추진 중인 과제는.

“다 나름의 절실함이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긴 쉽지 않다. 앞서 여야가 경제민생안정특위를 꾸려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던 납품단가연동제, 대중교통비 반값 지원 등을 먼저 처리할 예정이다. 또한 고물가 속 유일하게 폭락하고 있는 쌀값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토록 하는 방안도 시급한 숙제로 꼽고 있다.”

지도부 출범 후 이재명 대표와 특별히 나눈 이야기가 있나.

“궁극적으로 민주당이 다시 집권했을 때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 될까’와 관련된 그림을 구체적으로 선보이고, 국민적 신뢰감을 회복하자는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 이 대표가 실용적 민생개혁을 강조하는 만큼 눈앞의 민생 과제를 ‘실사구시’적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기후·인구·불평등 같은 미래 의제도 소홀히 하지 않을 예정이다. 결국 정치의 본령에 대한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한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 삶을 보듬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초반은 어떻게 평가하나.

“윤석열 정부가 얼떨결에 집권한 후 전반적인 국정 방향은 검찰 출신들이, 정책적 부분은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국가를 좀 더 책임감 있게 운영해야 하는데 그저 초대기업들의 ‘민원 창구’ 역할만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지난 8월30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에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0.01%에 해당하는 초대기업의 법인세를 낮췄다. 초대기업의 오너와 그 가족들의 주식 양도소득세 감세도 추진했다.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와 연금 예산은 깎았다. 이는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다. 미국은 법인세를 인상해 향후 10년 간 1000조원의 세수를 확보해, 그 중 절반을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재정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의 보조금을 한 대당 1000만원씩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런 정책을 펴야 하는데 정반대로 가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금 정부는 일련의 문제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개념 자체가 없다. 하나의 흐름이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부터 이른바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펼쳤다. 전 세계로 나가있던 공장들을 불러들여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미국 우선주의 전략이다.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정책 대부분을 폐기했지만 이 정책만큼은 계승했다. 바이든 정부는 한 발 더 나가 기후 위기 대응도 여기에 얹었다. 전기차와 태양광 등 기후 위기를 막을 미래 산업에 대거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흐름 속에 국내 제조업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위기의 원인은 어떻게 진단하나.

“단기적으로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윤 대통령이 만나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미국 입장에서만 보면 지금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도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고민을 거쳐 세계적 흐름에 발맞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는 들어봤나.

“삼성전자·SK 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죽겠다고 한다. 당장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사업장은 모두 ‘RE100’(2050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는 민간 캠페인)을 선언했는데 정작 한국 본사는 이를 못하고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기반이 워낙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상의에선 ‘국제사회로부터 RE100 압박이 너무 크다’며 정부에 대응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여전히 원전 늘리겠다는 정반대 방향만 고수하고 있다. 걱정스럽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9월14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9월14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다. 야당 입장에선 계속 사정정국이 펼쳐지는 모양새인데 돌파구는 있나.

“정부여당이 민생 경쟁에서 무능과 무대책이 드러나니, 정국을 진흙탕 싸움으로 계속 몰고 가고 있다. 정쟁을 유도하고 사정정국을 조성한다. 본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법 기술’이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없는 죄를 만들어 기소하고 몇 년씩 끌고 가면서 망신 주는 일을 잘한다. 혹여 나중에 무죄를 받더라도 당장 도덕적 흠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신들이 가진 수사·기소권으로 누구에겐 솜방망이를, 누구에겐 철퇴를 내리치고 있다. 이 대표가 유력 대권 후보이기 때문에 이런 작전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깝다.”

‘이재명 리스크’는 없다는 주장인가.

“있는 죄를 덮어달라는 게 아니다. 없던 죄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문제없다고 결론 난 성남FC 건을 다시 끄집어 와 제3자 뇌물죄로 걸지 않나. 참 못된 행태다. 민생을 살피기는커녕 국격을 한꺼번에 망가트리고 있어 걱정이다.”

여야의 극한 대치의 해법으로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차원에서 고심하고 있는 정치개혁안이 있나.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총리 추천제를 통해 국회의 의견을 행정부 내각 구성에 반영토록 하는 방안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국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제를 확대할 수도 있다. 대선 때 이미 한 약속들이며 여전히 유효하다. 당장의 선거가 없는 지금이 논의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는 지속적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가장 중점적으로 제안할 의제가 있다면 무엇일까.

“대선 당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국민 앞에 함께 약속했던 공통공약 12가지가 있다. 방향은 같지만 미세한 차이로 입법이 미뤄지고 있는 과제들이다. 이 공약들을 같이 추진해보자고 이미 먼저 제안해 놨다. 저쪽이 답이 없을 뿐이다. 영수회담을 하게 되면 저희는 이런 과제들을 통 크게 합의하자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국민의 삶을 위해 협력할 것은 해야 하니까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

정책위의장으로서 임기 내 꼭 해내고 싶은 과제는.

“현재 기초노령연금이 만 65세 이상 중 70%에게만 지급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전체 지급을 약속한 후 입장을 바꾸지 않았나. 결국 우리 당이 완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초저출생 영향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소멸될 지경에 놓여 있다. 최소한 주거문제 때문에 결혼과 출생을 미루지 않도록, 신혼부부 전용 기본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해야 한다. 나아가 프랑스처럼 동거 사실을 등록하면 결혼 제도와 같은 법적 혜택을 누리는 일종의 ‘생활동반자제도’를 만든다면 초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초저출생 해법으로 이민을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당장 자국민들이 고통 속에서 아이를 안 낳는 상황에서 이민은 본질적인 접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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