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이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는 이날 실시된 조기 총선 출구조사 결과 우파 연합이 41~45%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파 연합은 향후 하원 400석 중 227~257석, 상원 200석 중 111~131석을 차지하며 상·하원에서 모두 과반의석을 확보하게 됐다.
우파 연합은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극우)과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로 있는 동맹(Lega·극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중도우파) 등 3개 정당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연정이다. 정당별로는 Fdl이 22~26%, 동맹이 8.5~12.5%, 전진이탈리아가 6~8%를 득표했다.
반면 중도좌파 연합은 25.5~29.5% 득표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좌파 연합에서는 민주당이 17~21%를 득표하며 Fdl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올렸으나, 세력 규합에 실패하며 우파 연합 득표율에 크게 못 미쳤다.
우파 연합 승리가 현실화될 경우 조르자 멜로니 Fdl 대표가 총리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이탈리아에서 집권한 첫 극우 성향 총리가 된다.
멜로니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승리가 확실시되자 “이탈리아 국민은 Fdl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부에 명백한 지지를 보냈다. Fdl은 모든 이탈리아인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다만 “상황이 어렵다. 모두의 기여가 필요하다”며 “Fdl에겐 자랑스러운 밤이지만 이건 출발점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차기 총리로 전망되는 멜로니 대표는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여자 무솔리니’ 등으로 불리는 인물로, 앞서 2014년 Fdl 대표로 선출된 후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강한 이탈리아 등 극우 색채를 바탕으로 세력을 확장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정부 방역규제에 반기를 들어 규제 찬반논쟁에 불을 붙인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EU, 국제은행, 이민자들을 맹비난해온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극우 연합을 선출함으로써 유럽 역사의 새 페이지를 열었다”며 “이제 멜로니의 우파 연합이 유럽의 결속력을 어떻게, 얼마나 깊숙이 위협할 수 있는지가 유럽 지도부의 최우선 관심사가 됐다”고 풀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