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의겸의 ‘지라시 저널리즘’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kjm@jbnu.ac.kr)
  • 승인 2022.09.30 17:05
  • 호수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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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8일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및 안양교도소 이전 사업 업무협약식’에서 법무부 장관 한동훈과 지역구가 안양인 민주당 의원 이재정이 악수하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그런데 약 한 달 후인 9월13일 민주당 대변인 김의겸이 유튜브 ‘박시영 TV’에 나와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김의겸은 이재정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한 장관과) 일부러 안 마주치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가 엘리베이터 타고 가려고 했는데, 한 장관이 거기를 쫓아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장관이 인사를 하며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어 이 의원은 최소한의 격식을 갖춰 인사했는데, 그 장면을 뒤에서 카메라가 찍고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김의겸은 몇 시간 뒤 법무부 홈페이지에 ‘진영 논리 넘어서 협치 나선 한 장관’이라는 보도자료가 올라왔다며 “대단히 기획되고 의도된 치밀한 각본”이라고 주장했다. 김의겸은 9월16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그러나 당시 공개된 현장 영상을 보면 한동훈과 이재정이 악수한 곳은 엘리베이터 앞이 아닌 업무협약이 이뤄진 회의실이었다. 두 사람은 참석자들이 다 같이 박수를 치며 서로 인사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악수했다.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은 이재정이었다. 한동훈은 “(업무협약식에) 참석도 안 한 김 의원이 방송에 출연해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사실을 반복해 말씀하시니 유감”이라고 했지만, 나는 ‘참담한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울했다.

나는 올 1월에 출간한 《좀비 정치》라는 책에 쓴 <김의겸, 왜 ‘피 맛’ 운운하며 흥분하는 걸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의겸에게 “‘적대’와 ‘증오’보다는 ‘타협’과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의정활동을 해주시길” 호소하면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김의겸이 기자 시절에 했던 탐사보도를 원용해 ‘탐사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폭로 전문’ 정치인을 자신의 브랜드로 삼는 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폭로 전문’이 나쁜 건 아니지만, 문제는 그의 폭로가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가십 위주의 무책임한 ‘지라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이걸 ‘지라시 저널리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지 매우 당혹스럽다.

2021년 12월 몇 건의 김건희 관련 기사가 큰 화제가 되자, 김의겸은 취재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2차 취재를 한 후 사실을 부풀리거나 왜곡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사례를 보자. 당시 김의겸과 통화했던 어느 기자는 “우리는 보도하지 않을 내용이고 보도할 거리가 안 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김 의원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야기를 해버렸다”고 밝혔다. 그는 “김 의원은 기자 시절부터 잘 아는 분이었고 가까웠기 때문에 경계 없이 이야기했다”며 “김 의원이 공개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에 유감이다. 김 의원에게 항의했고 사과를 받았다. 나 역시 김건희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나는 《좀비 정치》에서 이런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올곧고 의로운 언론인이었던 김의겸이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타락’했는지 보기에 정말 딱하다”고 했다. 이러려고 정치인이 된 건 아니었을 텐데, 나는 지금도 그의 이상한 변신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의 변신을 ‘참담한 비극’으로 보는 내가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무언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는 건지 부디 가르침을 주시면 고맙겠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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