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후계구도 대해부 ②한화그룹] 경영 승계 ‘굳히기’ 들어가는 김동관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5 07:35
  • 호수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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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차기 회장에게 힘 싣는 한화그룹
삼형제 후계구도, ‘장남 방산-차남 금융-삼남 레저’ 전망

대기업 총수 일가 3·4세들이 속속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소속 계열사 동향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와 산업 패러다임 대전환기를 맞아 효과적인 세대교체, 신(新)성장동력 발굴 등은 개별 대기업의 명운을 가를 키워드로 꼽힌다. 시사저널은 연재 기획을 통해 오너가 있는 주요 대기업의 후계구도와 관련 인물들을 차례로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한화그룹 경영 승계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입지와 경영 승계에 힘을 받게 됐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주력인 방산·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승연 회장의 차남과 삼남은 각각 금융과 레저 사업 등을 맡으면서 삼형제의 후계구도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이 2010년 1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

한화그룹 신성장 사업 진두지휘하는 김동관

최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면서 김동관 부회장 역시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한화그룹은 유상증자 방식으로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각 계열사가 공동 투자해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절반인 1조원을 투입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5000억원을 투자하는 한화시스템 역시 최대주주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여서 사실상 김 부회장의 사업 영역이다. 실제 대우조선 인수에 따른 시너지도 방산과 에너지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 인수가 성사될 경우 김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는 방산·에너지 부문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 사업의 경우 이미 7월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의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룹의 방산 역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모아 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포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우조선까지 더해 함정 등 특수선 사업을 품을 경우 우주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의 조선·해양 기술을 통해 김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에너지 사업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사업과 한화그룹의 기존 LNG 수입·발전 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태양광과 소재 사업 등 친환경에너지 역시 김동관 부회장의 주력 사업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방산과 에너지 사업에 김동관 부회장이 전진 배치되는 경영 구도가 만들어졌다. 김 부회장은 지난 8월 그룹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 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가 됐다.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는 일찍이 맡고 있었다. 한화솔루션에서 에너지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에도 오르면서 항공·우주·방산에 집중할 수 있는 경영 구도가 만들어졌다.

한화그룹 차기 총수에 걸맞게 김 부회장은 올해 들어 대내외 경영 보폭도 부쩍 넓히고 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에도 한화를 대표해 공식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한미 경제협력 강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같은 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민간 외교관으로 활약했다.

한화그룹 사업 재편으로 삼형제 승계 가시화

현재까지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 성적’은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3년생인 김동관 부회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고속 승진을 거듭해 왔다.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을 거쳐 2015년 한화큐셀 상무·전무, 2019년 부사장, 2020년 한화솔루션 사장에 올랐다. 특히 한화솔루션 내 큐셀부문(태양광 사업 자회사)이 미국·유럽 등 주요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화그룹은 이미 3세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도 물밑에서 진행해 왔다. 최근 한화그룹이 2년 만에 단행한 사업구조 재편이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7월 ㈜한화는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통합하기로 했다. 또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합병한다. 이를 통해 한화건설 아래 있던 한화생명은 ㈜한화의 자회사가 된다. ㈜한화→한화건설→한화생명에서 ㈜한화→한화생명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그룹 내 방산 역량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인 셈이다. 9월23일엔 한화솔루션이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첨단소재 부문의 일부 사업(자동차 경량소재, EVA시트)을 물적분할한다고 밝혔다. 유통사업을 떼어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로 갤러리아는 ㈜한화의 자회사가 됐다.

이 같은 재편 작업 배경에는 (주)한화로의 편입 전 지분구조를 깨끗이 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되면 ㈜한화 아래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지분율 33.95%)·한화솔루션(36.35%) △한화생명(43.24%) △한화갤러리아(36.35%)·한화호텔앤드리조트(49.8%)가 나란히 놓인다. 이를 놓고 재계에선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 등(방산·에너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한화생명 등(금융),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리조트 등(유통·호텔·리조트) 사업을 각각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차남과 삼남은 각자의 사업 영업에서 자리를 굳히는 모습이다. 김동원 부사장은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으로 합류해 신사업을 맡으며,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입지를 다졌다. 업계 최초 디지털손보사 캐롯손보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 김동관 부회장만큼 뚜렷한 경영 성과는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동원 부사장이 물려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한화생명은 금융 계열사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한화자산운용,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손해사정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과거 한화건설에 입사해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2017년 음주 난동 및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재직 중이던 한화건설을 나오면서 승계 구도에서 멀어졌다. 이후 개인사업을 통해 재기를 모색하던 김 상무는 2021년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로 선임되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지난 3월에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에 선임되며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향후 승계가 본격화되면 한화로의 합병이 예상되는 한화건설(건설 부문)보다는 호텔·리조트·​유통 부문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화그룹은 사업 재편에 이어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지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 최대주주는 지분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4.44%에 불과하다.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각각 1.67%씩 들고 있다. 다만, 김동관 부회장뿐 아니라 김동원 부사장, 김동선 상무 등 삼형제가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에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라는 점이 변수다.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동관 부회장(50%), 김동원 부사장(25%), 김동선 상무(25%)가 100% 보유했다.

3세 승계 관건은 ㈜한화 지분 확보

이 때문에 후계에 가장 가까운 김 부회장이 ㈜한화 지분을 얼마나,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한화의 지분 9.7%를 가진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삼형제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을 통해 ㈜한화의 지분을 늘리는 시나리오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과정에서 삼형제가 ㈜한화 지분을 늘리기 위해선 한화에너지가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한화에너지는 현재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등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9월26일엔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이 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는 방식도 거론된다. 김동관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의 지분을 증여 혹은 상속받고 세금을 납부하는 방법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을 물려받으면 지분율은 27.09%로 올라간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 가치는 4400억원가량이다. ㈜한화 지분을 김동관 부회장에게 증여할 경우 세금은 2140억원으로 추정된다. 증여세는 연부연납을 신청할 경우 최대 5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고, 납부할 세금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는 방식으로 마련할 수 있다. 삼성 오너 일가도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에만 총 501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역시 승계 작업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아울러 한화에너지가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분배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동일 상속의 경우 김동관 부회장 외에 김동원 부사장과 김동선 상무도 각각 1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 상장으로 얻은 수익을 상속·증여세로 납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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