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은 왜 ‘버추얼 인플루언서’ 웨이드와 손잡았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9.30 15:05
  • 호수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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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캐릭터’ 웨이드, 패션·엔터 등 다방면에서 활약
NFT 프로젝트와도 연계해 영역 확장
캐릭터 IP가 진화하는 배경은

“Something BIG is Coming.” ‘무언가 큰 것이 온다’는 문구가 물이 튀어오르는 영상과 함께 지드래곤의 인스타그램에 적혔다. 자신의 패션 브랜드인 ‘피스마이너스원’과 함께 태그한 것은 WADE(웨이드)의 공식 인스타그램이었다. 해당 계정에는 파랗고 투명한 피부를 지닌 웨이드가 음악을 즐기고, 자전거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사진을 찍는 일상이 담겼다. 지드래곤이 웨이드를 샤라웃(shout out·존중의 의미로 언급)한 배경은 피스마이너스원과 웨이드 사이의 파트너십에 있었다.

웨이드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웨이드는 글로벌 스트릿 패션 브랜드 세인트마이클의 버추얼 모델이기도 하다. 그가 직접 프로듀싱한 음원과 영상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패션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 새로운 캐릭터는 이제 멤버십 NFT까지 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캐릭터와 버추얼 휴먼 사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2세대 캐릭터’ 웨이드. 그는 왜 주목받을까. 그가 움직이고, 스스로 활동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버추얼 아티스트로 탄생한 배경은 뭘까.

웨이드의 일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업로드된다.
웨이드는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의 사진전 O! LEICA 2022에 버추얼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서사를 부여하면 생겨나는 협업의 가능성

캐릭터의 전제는 서사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캐릭터에는 스토리가 있다. 교육방송 캐릭터로 시작해 유통가를 뒤흔든 펭수에게는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헤엄쳐 왔다는 서사가 있었고,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은 아프리카 둥둥섬의 왕위 계승자로 태어났지만 자유로운 삶을 찾아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품었다. 곰돌이 브라운과 여자친구 코니, IT 천재 팡요에 이르는 브라운앤프렌즈의 캐릭터별 스토리, BT행성에서 지구에 불시착한 왕자가 멤버들을 만나 최고의 스타를 꿈꾼다는 BT21의 세계관까지. 스토리는 마치 캐릭터의 자기소개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됐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됐다.

입체적인 캐릭터인 웨이드에게도 서사가 있다. 남극을 탐험하던 부부가 빙하 속에서 웨이드를 발견했다. 온몸이 물로 이뤄진 돌연변이 생명체이기에 인종이나 성별과 같은 한계가 없다는 설정이 존재한다. 패션을 좋아하고, 디제잉과 사진을 사랑하며,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를 즐기는 아티스트다. DJ이자 프로듀서지만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서브컬처를 경험하고 추구한다. 물의 특성상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살면서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 웨이드의 목표다.

이렇게 꽤 상세하고 구체적인 스토리를 부여하는 순간, 웨이드의 활동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패션, 스포츠, 음악 카테고리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행보가 가능해진다.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아티스트라는 콘셉트로 많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자신을 발견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카메라가 라이카였고, 그래서 라이카로 사진을 찍게 됐다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가 개최한 사진전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것은 웨이드의 첫 공식 행보였다. 버추얼 아티스트로 직접 사진전에 참여해 ‘Freedom from Loneliness(외로움으로부터 자유)’라는 주제로 34종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가상의 캐릭터나 버추얼 휴먼이 오프라인 현장에 등장하거나 자신의 작품을 내놓는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패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웨이드는 한정판 제품을 소개하거나 언박싱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대중과 소통한다.
지드래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웨이드의 파트너십 소식을 알렸다.

유통가 움직임에 따라 진화하는 캐릭터

기업들은 광고나 마케팅에 캐릭터나 버추얼 휴먼을 활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실제 사람을 모델로 기용했을 때와 같은 리스크가 없고 비용이 절감되는 데다, 기업이 요구하는 이미지를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의 발달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졌고, 캐릭터와 버추얼 휴먼의 경계도 모호해진 지금, 웨이드와 같은 2세대 캐릭터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독보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흥미를 이끌어내기 쉽고, 영상 콘텐츠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기업이 IP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활용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미 웨이드는 탄생 때부터 패션 DNA를 지녔다. 웨이드는 한국인 최초로 나이키와 협업한 이력을 지닌 스트릿 패션의 대가, 이규범 크레이티브 컨설턴트가 디지털 IP 플랫폼 기업 IPX와 함께 탄생시킨 캐릭터다. 그가 웨이드의 초기 디자인 스케치부터 세계관 설정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했기에, 웨이드는 패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피스마이너스원x나이키 권도1’ ‘카시나x나이키 에어 맥스 1’ 등 한정판을 염력을 통해 언박싱하는 영상을 공개하는가 하면, 세인트마이클의 새로운 컬렉션 캠페인에 등장하며 활약한다. ‘아티스트’와 ‘초능력자’라는 설정은 웨이드가 이렇게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면서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웨이드는 이미 인플루언서다.

일상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염력과 순간이동 능력을 갖고 있다.

캐릭터는 변할 수밖에 없다. 상품에 활용되던 캐릭터는 마케팅에 활용되기 시작했고, 그 방식도 달라졌다. 캐릭터 이미지를 제품에 넣는 것에서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사진을 올리며 소통하는 것으로 변했고, 지금은 영상과 라이브를 통해 움직이는 캐릭터를 활용한다. 예능형 라이브 커머스, 숏폼 라이브, 메타버스 라이브 커머스 등을 도입하며 진화하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함께 캐릭터도 진화한다. 방탄소년단이 제작에 참여해 만든 BT21 캐릭터의 성장은 그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BT21은 팬들과 소통하는 SNS 계정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참여하거나 광고 모델로 활동하면서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도약했다. 치미가 진행한 라이브 방송은 시작한 지 10분 만에 1만8000여 명이 참여했고, 망이 진행한 ‘보이는 라디오’ 칫챗 클럽은 3만 명에 가까운 시청자를 모았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한강공원 라이브 스튜디오에는 제페토 캐릭터가 VR로 출연해 모바일 상품권을 판매하면서 45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캐릭터 IP가 단순히 상품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소비되는 것을 넘어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입증되면서, 2차원의 캐릭터가 아니라 직접 활동하며 오프라인에 영향력을 미치는 고차원의 캐릭터, 디지털 공간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필요해졌다. 기업들이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수 있도록 캐릭터 IP를 개발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IP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이유다.

NFT 프로젝트 ‘WADE F&F’ⓒIPX 제공

메타버스, NFT를 조명케 하는 역할도

9월15일에는 웨이드 IP를 기반으로 한 첫 NFT 프로젝트 ‘WADE Friends & Family(WADE F&F)’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이 프로젝트는 솔라나 기반의 NFT 마켓플레이스인 매직에덴의 런치패드에서 선보인 것으로, 선착순 방식의 경쟁 민팅(구매)은 시작과 동시에 완판을 달성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크립코와 함께 선보인 이 프로젝트는 IP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다.

웨이드의 NFT 프로젝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의 NFT 시장 상황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NFT를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투자시장 분위기가 냉각되면서, 소유함으로써 개성을 표현하던 ‘프로필형 NFT’에서 오프라인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형 NFT’로 수요가 몰리는 추세다. 이미 유통가도 그 노선을 따르고 있다. 신세계는 자체 캐릭터인 푸빌라의 IP를 NFT로 선보이고 상위 등급의 홀더(NFT 보유자)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롯데홈쇼핑도 자체 캐릭터인 벨리곰에 멤버십을 연계한 NFT를 발행해 오픈 즉시 완판됐다. 아직까지는 대다수 기업이 직접 보유한 기술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혜택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지만, 멤버십 혜택이 NFT를 보유하고자 하는 동기로 작용하고, 자연스럽게 수요가 몰리면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웨이드의 NFT 프로젝트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NFT라는 개념을 스트릿 패션과 음악, 예술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조명케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중이 관심을 갖는 여러 분야와 멤버십을 연계함으로써 접근성을 낮춘 것이다. 본업인 DJ로 발매하는 음원뿐 아니라 협업하는 패션 브랜드 아이템 응모권, 패션 행사 초청 등 혜택을 NFT를 통해 제공하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방향성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웨이드의 서사는 패션, 음악,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고,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을 꾸리기 위해 빌드업된 셈이다. 디지털과 현실을 오가는 2세대 캐릭터들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 그 시작점을 찍은 웨이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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