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원” 발언, 예고편이었나…文 전 대통령 직접 겨눈 감사원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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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사건 관련 문 전 대통령에 서면조사 통보
野, ‘정치 보복’ 강력 반발…정치권 정면 충돌 양상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최재해 신임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1월12일 청와대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측과 야당은 감사원이 전 정권을 겨냥한 '보복성 표적 감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속어 논란'과 '외교 참사' 등 정부·여당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 조사가 시도되면서 여야의 격돌이 예상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9월 말 문 전 대통령에게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서면 조사에 응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이 감사 중인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은 조사 내용을 담은 질문지까지 작성해 문 전 대통령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메일을 반송 처리한 뒤 감사원의 조사 통보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 시도에 대해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이 같은 움직임을 윤석열 정권 차원의 결정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해 피격 사건과 태양광 사업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하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포함해 전 정권 인사에 대한 고강도 감사 등을 진행하는 것에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 7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 아닌가"라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질의에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했다. 이후 야당에서는 독립 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최 원장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초부자감세 저지', '민생예산 확대' 등의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이 9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초부자감세 저지', '민생예산 확대' 등의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사정기괸 충성 경쟁, 유신 공포정치 연상"

민주당은 위기에 놓인 윤석열 정부가 문 전 대통령 흠집내기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 감사원을 맹비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서면조사 시도를 비판하며 "온갖 국가 사정기관이 충성 경쟁하듯 전 정부와 전직 대통령 공격에 나서고 있어 유신 공포정치가 연상된다"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치보복에 쏟아붓는 사이 민생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며 "권력남용 끝에는 언제나 냉혹한 국민의 심판이 기다렸던 역사를 기억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천준호 의원은 "역대 이렇게 무도한 정권은 없었다"며 "현 정권의 지지율이 폭락하니 '야당 대표 흠집내기'와 함께 '전직 대통령 공격'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교활한 술책"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전용기 의원도 "바닥으로 급전직하한 지지율을 퇴임한 대통령을 희생양 삼아 복구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개천절을 맞아 단군 할아버지까지 잘못을 찾는 감사원인가 의심된다"며 "개혁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이 여러분에게 간섭을, 횡포를 했느냐. 당신들은 문재인 정부에 감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인수위부터 시작한 검찰과 감사원을 앞세운 정치보복의 타깃이 문 전 대통령임이 명확해졌다"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건인데도 퇴임한 대통령을 욕보이기 위해 감사원을 앞세운 정치보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서해 공무원 관련 정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6시간 동안 우리 국민을 살리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문제와, 월북으로 규정한 과정 등의 책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역할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은 독립된 지위를 가지는 헌법기관"이라며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감사원의 모든 노력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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