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이 화났다? 긴장감 감도는 용산 대통령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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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어‧실언 논란 반복에…與일각 “대통령 불만 상당해” 전언
대통령 ‘화’에 우려 목소리도…유창선 “측근들 심기경호 멈춰야”

“‘통’(대통령)이 웃고 지내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4일 국회에서 만난 여권 한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상황(논란)이 반복되다 보니 대통령과 참모 모두 고민이 늘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도 기분이 많이 ‘다운’ 되어있으니 참모들도 ‘업’ 된 상태로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용산 대통령실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수석부터 차장, 비서관까지 ‘초긴장’ 상태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빚어진 ‘비속어 논란’을 비롯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잡음이 발생하면서다. 일련의 상황에 윤 대통령은 피로감과 불만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8월17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8월17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매주, 매달 논란에 휩싸여왔다. 소통을 위해 도입된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이 화근이 됐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전 정권과 비교 발언을 서슴없이 내놓는가 하면, 장관 후보자를 부적절하게 두둔하는 발언 등으로 뭇매를 맞았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의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가벌성이나 도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하거나, “전 정권에 훌륭한 장관 있었나”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실언 논란도 계속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세종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그는 교실에 들어가 ‘아나바다 시장 놀이’라는 단어를 보고, 교사에게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보육교사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의미”라고 답했다. 이에 이경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9월29일 페이스북에 “아나바다도 몰라,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도 몰라, 청약통장도 몰라. 진짜 민생이 뭔지는 알까”라고 비꼬았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학부모와 보육교사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는 ‘6개월 아이들도 어린이집에 온다’는 말에 “그렇구나. 그래도 뭐, 걸어는 다니니까”라며 “걔네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라고 질문했다. 이 같은 보도가 전해지자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보육정책 지원 강화를 약속하겠다며 현장 간담회를 열어놓고, 아동발달 단계나 보육 실태 등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의 공식 행사 중 태도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부대 열중쉬어’ 명령을 생략해 정치권 안팎에서 잡음이 일었다. 야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과 역대 대통령의 비교 영상이 확산했고, 야권에서는 “초보 대통령의 무지와 무능은 언제쯤 개선할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9월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9월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인의 언행이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자, 윤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불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의 진의(眞意)와 맥락 등을 언론과 야권이 왜곡‧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해외순방 중 ‘비속어 논란’에 윤 대통령이 사과 대신 강경대응 방침을 고수한 것도, 누적된 불만 탓이라는 게 여권 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뭐만 하면 태클’이라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잘하고 싶은 의욕은 큰데 그게 계속 가려지고 있는 것”이라며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정책이 탄력을 받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런 불만이나 고충이 대통령 표정에서부터 읽힌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실 보좌관은 “비서관이나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어느 의원이 언제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만났다더라’라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며 “(만남이) 공식적인 행사는 아니다. 아무래도 최근 (여론 등)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대통령도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측근들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실과 여권이 윤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참모뿐 아니라 대통령 본인이 달려져야 한다는 분석에서다. 대통령과 야권 사이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어서는 정쟁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조언도 나온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대통령의 기에 눌리지 말고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하며 고언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이 있어야 좋은 대통령이 만들어진다”며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심기 경호를 하는 사람들만 가득 차서는 대통령의 실패가 예고됨을 지난 정권들의 경험은 말해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같은 강경 일색의 야당과 협치하라는 주문도 비현실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런 야당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며 “야당이 아무리 증오의 정치에 매달려도, 같이 화내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것은 국민 전체를 껴안고 가야 할 대통령의 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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