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지난 정부 때리기’의 역사…尹정부는 통할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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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하는 ‘윤석열판 적폐청산’…親文 세 결집 역풍 우려도

“취임과 동시에 ‘윤석열판 적폐청산’이 시작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직후 보수 성향의 정치평론가가 시사저널과 만나 남긴 말이다. 윤 대통령이 전임 정부를 향한 수사를 기점으로 진영 결집을 꾀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5개월이 지난 현재, 그 예측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쟁의 한복판으로 소환되면서다.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서면조사를 요구한 게 도화선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 ⓒ 연합뉴스

尹정부엔 필연적인 ‘文때리기’

국정감사 이틀째를 맞은 5일, 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여야의 세 대결은 극한으로 치달은 모양새다. 정부여당은 전임 대통령일지라도 감사 대상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맞선 상태다. 논란의 당사자인 문 전 대통령도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맞받아치면서, 정쟁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 충돌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적폐청산’을 언급해왔다. 집권에 성공한 이후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에 대한 전임 정권의 월북 판단을 뒤집어 정치 쟁점화에 나서는가 하면,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왔다. 지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전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으로선 전임 정권 ‘때리기’가 불기피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성과가 전무한 채 검찰총장에서 대권으로 직행한 만큼, ‘반문’ 이외에는 정치적 자산으로 삼을 만한 카드가 없다는 평가다. 대선 때부터 여의도 정가에선 윤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 국면 전환용으로 적폐청산 카드를 쓸 것이란 예측이 무성했다.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송갑석 의원(가운데)이 10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송갑석 의원(가운데)이 10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복되는 적폐청산…국면전환 성공 가능성은?

새로 정권을 쥔 정부가 국면 쇄신을 위해 전임 정부에 칼날을 들이민 사례는 반복돼왔다. 문재인 정부 때에는 촛불정국에 힘입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적폐청산의 칼을 휘둘렀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경우도 예외는 없다. 박근혜 정부 때는 4대강 비리 수사로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들을 수사했고, 김대중 정부 때도 IMF 실정 관련 김영삼 전 대통령을 서면조사한 바 있다.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는 진영을 막론하고 이뤄진 것이다.

단기적인 결과는 긍정적인 편이다. 지지층의 결집을 이룰 수 있어서다. ‘적폐청산’을 구호로 내걸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정 초반 80%대로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임기 초반 60%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결과는 부정에 가깝다. 여야의 극렬 대립으로 협치는 실종되고, 진영 내부에서도 ‘친이명박 대 친박근혜’ ‘친문재인 대 친노무현’ 등의 계파 갈등을 유발했다는 평가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미 20% 선으로 떨어진데다, 헌정 사상 최대치의 여소야대 국면을 맞은 상태다. 일각에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의 향수가 상당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전임 정부 때리기에 매몰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민주당 내부는 문 전 대통령의 소환을 계기로 총결집할 태세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정치탄압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규탄시위를 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금 휘두르는 칼날이 스스로에게 되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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