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앙지검 강력부, KH그룹 수사...'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압박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0 12:05
  • 호수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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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사건에서 김성태(쌍방울)-배상윤(KH)-김만배(화천대유)가 얽히고설켜 있는 것”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가 KH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최측근으로,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과 관련해 쌍방울그룹과 KH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강력부는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과 별개로, KH그룹의 수상한 자금 흐름과 관련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수사를 두고 ‘검찰이 배상윤 회장을 압박해 김성태 전 회장의 자진 입국을 유도하려는 목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왼쪽)과 배상윤 KH그룹 회장

더구나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나 수원지검 통합수사팀(팀장 김영일 2차장 직무대리)이 아닌 조직폭력배를 잡는 강력부가 나선 것은 의미심장하다.

검찰 관계자는 “KH그룹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면서 “최문순 전 강원지사가 입건됐는데, 최 전 지사가 KH그룹에 1조원대 사업을 7000여억원에 ‘헐값 매각’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폭력배 의혹을 받는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은 ‘경제 공동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밀한 관계다. 또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는 김성태 전 회장과 막역한 사이”라면서 “즉, 대장동 사건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사건에서 김성태(쌍방울)-배상윤(KH그룹)-김만배(화천대유)가 얽히고설켜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끊이지 않는 ‘조폭’ 의혹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은 쌍방울 주가조작 혐의로 함께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쌍방울 2대 주주 지분을 인수한 배 회장과 공모해 80개 차명계좌로 수천여 차례에 걸쳐 통정·가장매매, 고가·물량 소진 매수, 허수매수 주문 등으로 35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로 인해 김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배 회장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그 후에도 김 전 회장과 배 회장은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1월 KH필룩스가 발행한 제22회차 전환사채(CB)를 쌍방울이 인수한 것이 단적인 예다. 쌍방울과 KH그룹은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재임 당시 추진한 남북교류행사의 주최 측인 아태평화교류협회를 나란히 후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쌍방울이 수사선상에 오르자 KH그룹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지난 8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는 KH그룹 계열사 사무실 4곳과 배상윤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계열사 CFO들의 휴대폰까지 압수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런 수사와 별개로 검찰 강력부가 KH그룹 수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김성태 전 회장에게는 ‘조폭(조직폭력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김 전 회장이 불법 사채를 이용해 주가 조작꾼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배상윤 회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 회장은 1997년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납치·고문하고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에서 배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 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 남산 특급호텔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벌어진 조폭 난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0년 10월 S파 조직원 10여 명이 로비, 사우나, 커피숍 등에서 문신을 드러내고 난동을 피우며 투숙객들을 위협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 조폭들이 배상윤 회장을 직접 거론했다. 조폭들은 “배 회장 나와” “배 회장이 60억원을 떼먹었다”면서 난동을 피웠다.

배 회장은 ‘인마크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인마크 PEF)’를 통해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업계에선 “배상윤 회장이 조폭 자금을 끌어 쓰다 탈이 난 게 아니냐”는 얘기가 파다했다. 배 회장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조폭과 어떤 관계도 없고, 60억원을 빌렸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진술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시사저널 포토

조폭 ‘S파’ 출신 최우향, 대장동-쌍방울 연결고리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난동을 피운 S파 출신으로 알려진 ‘최우향’이라는 인물이다. 최씨는 2013년 쌍방울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이후 부회장까지 거쳤다.

최씨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을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다. 최씨는 일명 ‘오토바이 맨’으로 알려졌다. 2021년 10월14일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최씨가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구치소까지 나와 마중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최씨는 당시 취재진에게 “만배 형님하고는 20년 가까이 됐다”며 각별함을 자랑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팀은 김만배씨가 천화동인1호에서 빌린 473억원의 용처를 쫓던 중, 김씨가 2020년 2월 최우향씨에게 20억원을 송금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 등이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설립한 천화동인1호가 2020년 6월 최씨가 운영하는 ‘에이펙스인더스트리’라는 회사에 30억원을 투자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에게 김성태 전 회장을 소개한 사람도 최씨였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최씨를 통해 김성태 전 회장을 알게 됐다.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최씨는 20대 시절 목포에 기반을 둔 S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S파는 1980년대 후반 전남 목포시에서 결성된 조폭이다. 2000년대 초 철거업체로 악명을 날렸는데, 2009년 용산 참사에 연루되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선 금융 업계까지 진출했다. 쉽게 말해 ‘주가조작’이다.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에서 최씨도 검찰 수사를 받았다. 쌍방울은 주가조작을 통해 약 5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이 중 일부를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납하는 데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최씨는 기업 인수 전문회사 에이펙스인더스트리를 설립하고, 2017년 성균관 부관장에 오르기도 했다. 역대 최연소 성균관 부관장이었다.

ⓒ연합뉴스
쌍방울그룹의 횡령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9월7일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성태 회장’의 쌍방울, 이재명 의혹의 핵심

쌍방울은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의혹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나승철 변호사와 이태형 변호사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와 비비안의 사외이사직을 맡았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2017년 3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 전 부지사는 9월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마친 뒤 경기도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어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올해 초까지 3년여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차 등 차량 3대를 받는 등 뇌물 2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기재해 임금 9000여만원을 수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북한 희토류 광물자원 개발이란 남북경협을 빌미로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주가를 띄우고 대가성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대북 커넥션과 관련해 검찰은 10월6일 ‘동북아평화경제협회’를 압수수색했다. 이 전 부지사가 설립한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북한 광물자원 개발 포럼’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부임한 뒤 경기도의 대북사업 창구 역할을 맡았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에 쌍방울과 KH그룹은 17억원 상당의 기부를 했다. 2018년 쌍방울이 6억원,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가 3억원을 기부했다. 2019년에는 쌍방울 및 계열사 3곳에서 현금 2억1300만원과 7600만원 상당의 의류를 지원했다. 2020년 쌍방울 및 KH 계열사가 기부금 4400만원과 1억4000만원 상당의 현물을 아태협에 제공했다.

이 전 부지사를 통해서도 쌍방울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어진다. 천화동인1호 대표 이한성씨는 이 전 부지사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만배씨는 검찰 조사에서 “19대 총선 당시 이화영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8000만원을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연합뉴스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연합뉴스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연합뉴스
최문순 전 강원지사ⓒ시사저널 최준필

‘문어발’ KH그룹, 알펜시아 입찰 담합 의혹에도 연루

KH그룹은 그랜드하얏트서울 인수 외에도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IHQ, 음향사업 회사 KH 일렉트론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도 그중 하나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강원도가 1조6325억원을 들여 평창군 대관령면 일원 491만㎡ 부지에 조성한 리조트다. KH그룹 산하 특수목적법인 KH강원개발은 지난해 강원도개발공사(GDC)의 5차 공개입찰을 통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돼 7115억원에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했다.

그런데 지역 정계와 시민사회에서 입찰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강원도가 알펜시아를 헐값에 매각하기 위해 KH그룹 계열사 두 곳을 입찰에 참여시켰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이 와중에 KH그룹은 현재 유휴부지를 고급 빌라로 개발 중이다.

칼을 빼든 것은 경찰이었다.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달 말 최문순 전 지사와 당시 결재 담당자였던 공무원 등 여러 명을 입찰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이보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알펜시아 입찰을 담당했던 투자유치과 사무실과 투자유치과 과장 A씨가 근무 중인 부서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했다. A씨는 알펜시아 입찰 과정에서 기업체로부터 16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KH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KH그룹은 5차 공개입찰에서 7115억원에 매수했는데 이는 오히려 매각 당시 알펜시아 가치에 비해 고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면서 “국내 대기업 중 한 곳은 3000억원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조트 업계에서조차 최대 5000억원의 가치로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해석을 인용해 “그룹 계열사 두 곳이 응찰하더라도 대표이사가 다를 경우 같은 회사로 볼 수 없다.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42조에도 입찰에 참여한 법인 대표자가 동일한 경우만을 동일인으로 보고 입찰을 무효로 한다”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KH그룹 수사에 나서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 쌍방울그룹 횡령·배임 의혹 및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의 수원지검 통합수사팀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KH 수사는 이재명 대표 관련 별건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둔다.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잡혔기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수사에 착수한 것일 뿐”이라면서도 “물론 수사 과정에서 대장동과 쌍방울 관련 사실이 나오면 관할 부서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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