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스포츠·레저] 오유진 프로바둑 기사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9 09: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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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선정 '2022 차세대리더' 100인]
계속 성장하는 한 ‘만년 2인자’란 없다

시사저널의 창간 기획 ‘차세대 리더 100’은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인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미래 버전이다. 창간 33주년을 맞아 시사저널이 내놓는 ‘2022 차세대 리더 100’의 선정 과정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 경제(기업·IT·스타트업), 사회(법조·환경·NGO·종교·의학·과학·크리에이터), 문화(예술·영화·방송연예·스포츠·레저) 각 분야에서 내일의 대한민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 100명을 추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전문가 500명, 일반 국민 500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기초자료로 해서 시사저널 기자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후보군을 압축했다. 최종적으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올 한 해 미디어에 나온 여러 자료를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함께 위기감이 커지는 2022년 말. 시사저널이 제시하는 100명의 차세대 리더를 보면서, 그래도 내일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해 본다.

 

ⓒ뉴시스

2인자. 오유진(25) 9단에게 오랫동안 붙어있던 꼬리표였다. 그러나 바둑의 묘미는 ‘반전’에 있다. 오유진은 얼마 전 다섯 번째로 열린 여자 바둑 최고의 무대인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최강자로 꼽히던 최정 9단을 4강에서 꺾고, 결승전에서도 승리하며 세계 바둑 여제로 등극했다.

오청원배가 열리기 전 오유진은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오랜 시간 국내 여자 바둑 2인자였던 오유진은 지난 8월 랭킹 3위로 밀리더니 9월엔 4위까지 떨어졌다. 오청원배 4강까지 올랐으나 환경 역시 도와주지 않았다. 당초 11월말~12월초로 예정됐던 오청원배 준결승 이후의 일정이 두 차례나 앞당겨진 것이다. 주최 측인 중국바둑협회는 4강에 오른 왕천싱 5단의 출산과 대회 장소 등을 사유로 들었다. 이 대회 4강에 한국은 최정·오유진·김채영 등 3명이나 올랐지만, 중국 선수는 왕천싱 1명뿐이었다.

그러나 오유진은 슬럼프나 환경에 지지 않았다. 4강 상대가 앞선 네 번의 대회 중 직전 대회를 포함해 두 번이나 우승을 거둔 ‘어우최’(어차피 우승은 최정) 최정이었으나 오유진은 한번 잡은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경기 운영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오유진의 최정 상대 전적은 경기 당시 6승30패였으니 만년 2인자가 일으킨 이변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유진은 중국의 왕천싱까지 결승에서 제압하며 한국 여자 바둑의 자존심도 지켰다.

6년 만의 세계대회 우승이었다는 점도 오유진에겐 뜻깊다. 항상 최강자는 아닐지언정 조금 시간이 걸려도 다시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건 그의 최정점이 아직 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이제 겨우 25세다. 오유진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오유진은 시사저널 차세대 리더에 선정된 것에 대해 “응원해준 많은 분께 감사하고, 사실 슬럼프라고 생각했던 시기에 (오청원배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 돼 조금 더 기뻤다”며 “하루하루 더 성장하는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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