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의학·과학] 신근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0 07:3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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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선정 '2022 차세대리더' 100인]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꾼 오가노이드 전문가

시사저널의 창간 기획 ‘차세대 리더 100’은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인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미래 버전이다. 창간 33주년을 맞아 시사저널이 내놓는 ‘2022 차세대 리더 100’의 선정 과정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 경제(기업·IT·스타트업), 사회(법조·환경·NGO·종교·의학·과학·크리에이터), 문화(예술·영화·방송연예·스포츠·레저) 각 분야에서 내일의 대한민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 100명을 추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전문가 500명, 일반 국민 500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기초자료로 해서 시사저널 기자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후보군을 압축했다. 최종적으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올 한 해 미디어에 나온 여러 자료를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함께 위기감이 커지는 2022년 말. 시사저널이 제시하는 100명의 차세대 리더를 보면서, 그래도 내일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해 본다.

ⓒ신근유 제공

신약을 개발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이다. 신약 후보물질이 동물실험을 통과하더라도 임상시험에서 대부분 실패하고 극히 일부만 신약으로 탄생한다.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큰 신약 개발은 또 10년 정도의 시간과 상당한 예산도 필요하다. 

만일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바로 사람에게 신약 후보물질을 적용하는 임상시험만 하면 시간과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시쳇말로 ‘마루타’ 연구는 위험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대의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2000년대 들어 오가노이드(organoid)를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성체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재조합한 장기 유사체를 의미한다. ‘미니 장기’ 또는 ‘유사 장기’라고도 부른다.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인체에 미치는 위험도 배제할 수 있다.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신근유(50)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 분야의 선두 주자다. 특히 오가노이드 제작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기존에 수작업으로 하던 오가노이드 제작 시간을 단축시켰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어처’에 게재된 그의 연구 결과는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미국 미시간대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스탠퍼드의대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에서 연구했고, 미국 오리건보건과학의대 조교수, 포항공대 생명과학부 부교수를 역임한 후 2022년부터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있다. 

오가노이드를 어떤 분야에 활용할 수 있나.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향후에는 사람에게 직접 이식하는 인공 장기로 확대할 수 있다. 현재는 신약 개발에 사용한다. 암환자의 성체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미니 장기, 즉 오가노이드를 만든 후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확인한다. 암뿐만 아니라 뇌질환(조현병·자폐증 등) 치료제 개발에도 사용할 수 있다.”

휴먼 어셈블로이드도 연구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개념인가.
 
“장기 유사체 제작에 필요한 모든 세포를 사람에게서 추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A세포와 B세포 등을 조합해 만든 인간 장기 유사체를 휴먼 어셈블로이드라고 명명했다. 이런 연구들이 쌓이면 부작용 없이 이식할 수 있는 인공 장기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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