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의 창간 기획 ‘차세대 리더 100’은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인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미래 버전이다. 창간 33주년을 맞아 시사저널이 내놓는 ‘2022 차세대 리더 100’의 선정 과정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 경제(기업·IT·스타트업), 사회(법조·환경·NGO·종교·의학·과학·크리에이터), 문화(예술·영화·방송연예·스포츠·레저) 각 분야에서 내일의 대한민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 100명을 추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전문가 500명, 일반 국민 500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기초자료로 해서 시사저널 기자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후보군을 압축했다. 최종적으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올 한 해 미디어에 나온 여러 자료를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함께 위기감이 커지는 2022년 말. 시사저널이 제시하는 100명의 차세대 리더를 보면서, 그래도 내일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해 본다.

올해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드라마. 문화계 전반에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다. 《우영우》를 ‘법정물’이라는 장르로만 해석하기에는 부족하다. 문지원(41) 작가가 자폐 스펙트럼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 드라마를 그려냈고, 자폐인이 직접 도전하고 소통하며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서사가 작품을 뒷받침했다.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감독이다. 중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문 작가는 고교 2학년을 중퇴한 뒤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 영상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2002~03년 서울독립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원’이라는 이름으로 단편영화 《바다를 간직하며》를 선보였고, 2003년 단편 《헬멧》을 발표하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최우수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이후 《창문 너머 별》 《아홉 개의 이야기》 《리튼 온 더 바디》 《나쁜 아이》 등의 영화를 제작하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제 등에서 수상했다.

그가 집필한 《증인》 시나리오가 2016년 롯데 시나리오 공모대전에서 대상작으로 선정된 후 장편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작가로 데뷔하게 됐다. 《우영우》는 그런 문지원 작가의 첫 드라마 데뷔작이다. 우영우는 우연히 탄생하지 않았다. 이미 《증인》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소녀 지우의 이야기를 그려낸 문 작가는, 《우영우》를 통해 이야기의 확장을 시도했다. ‘사건의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영화 《증인》이 탄생했다면, 《우영우》는 “나는 변호사가 되지 못할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을 거야”라는 지우의 대사에서 출발했다. 두 작품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우영우》는 ‘지우가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최선을 다해 사려 깊고 가치 있는 대답을 건네며 세상에 따뜻함을 선사했다. 수동적인 키워드 대신 정의롭고 씩씩한 이미지를 자폐인에게 부여하며 기존에 지우와 그렸던 세계를 영우를 통해 한 차원 넓혀갔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매 회차 자극적인 전개와 궁금함을 유발하는 결말을 택하는 여타 드라마와 달리, 한 회차 안에서 이야기가 완결되는 구성으로 대본을 쓴 것은 작품의 세계관을 흔들 수 없다는 문지원 작가의 선택이었다. 문 작가는 실제 사건을 구성하는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자폐와 법률 지식, 고래에 관한 깊은 공부를 통해 드라마의 구성력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이 탄탄한 스토리와 우영우라는 이름이 탄생한 배경, 고래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던 무언가들의 정체까지, 드라마의 창작 비하인드가 담긴 문지원 작가의 대본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찾는 팬도 많다. 대본집은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 예술 분야 1위를 지키며 여전히 건재한 《우영우》의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문 작가의 차기작은 영화다.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는 프로젝트로, 문 작가가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아 진행할 계획이다.

조유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