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학교 지원 싹 끊었다… “‘교육보국’ 정신 훼손” 지역 뒤숭숭
  • 김현지 ·조해수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4 14: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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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교육재단 기부금, 5년 만에 200억원→ ‘0원’
교재 개발·교육 프로그램 타격…“경제논리에 교육 희생”

포스코그룹이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 인천 등 3개 지역에 있는 12개 교육기관을 둔 포스코교육재단에 내던 기부금을 대폭 축소했다. 포스코그룹의 재단 기부금은 2018년 이전까지 200억원을 넘었다. 그러나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2018년 7월) 이후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기준, 포스코그룹 계열사가 재단에 낸 기부금은 인천포스코고등학교 운영비(16억여원)를 제외하고는 ‘0원’이었다. 지역 정가는 물론 재단 산하 교육기관 내에서는 “포스코가 교육으로 국가에 보답하겠다는 ‘교육보국’ 정신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연합뉴스

2018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어

포스코의 포스코교육재단 지원은 2018년 이후 급감했다. 불과 5년도 안 돼 200억원에서 ‘0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국세청의 교육재단 공시자료를 보면, 포스코 기부금은 공시 첫해인 2008년 425억원이었다. 포스코는 2009년(320억원)부터 2018년까지 200억~300억원대 기부금을 내왔다. 그러나 2019년 포스코와 계열사의 재단 기부금은 190억여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어 2020년(130억여원)과 2021년(80억여원)에도 기부금이 줄어들었다. 포스코교육재단이 지난 2월 공시한 올해 예산 내역을 보면 포스코가 지원한 기부금은 전무했다. 포스코 계열사 중 하나인 포스코건설이 인천포스코고등학교 운영비로 낸 16억여원이 전부였다.

포스코의 교육재단 기부는 ‘교육보국’의 일환이었다. 교육재단 설립 이사장인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은 생전에 ‘제철보국’(철을 만들어 국가에 보답)에 이어 교육으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교육보국’ 이념을 강조했다. 교육재단은 정관에 “법인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에 입각해 국가 및 국제사회와 제철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인재양성을 위하여 ㈜포스코 직원자녀를 포함한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유치원, 초등, 중등 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포스코가 기부를 줄인 시기에 산하 교육기관의 운영비도 감소했다. 기부금이 줄어든 만큼 교육재단 산하 교육기관에 흘러갔던 운영비 역시 덩달아 감소했다. 과거 교육재단의 주 수입원은 포스코그룹사의 기부였다. 교육재단 기부금 대부분을 차지했다. 교육재단은 이러한 기부금 대부분을 포항, 광양, 인천의 12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기관 운영비로 지출해 왔다. 실제로 교육재단이 12개 학교에 지출한 운영비는 2018년 254억여원, 2019년 218억여원 등이었다. 그러나 기부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학교 운영비도 2020년도 141억여원, 2021년도 64억여원으로 감소했다.

표면적으로는 기부금 사태가 진정된 모양새다. 교육재단 산하 기관 관계자들은 5년여 전부터 포스코의 기부금 축소에 대비해 왔다. 교육재단이 학교 부지를 매각해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5년 전 포항제철서초등학교와 동초등학교를 통합했는데, 서초등학교 부지를 2년 전 포스코건설에 520억원에 매각했다. 부지 감정가액이 325억원이었다는 것이 교육재단 측의 설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교육재단이 남긴 시세차익은 195억여원 정도다. 이는 12개 학교의 과거 운영비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내부 반응은 다르다. 기부금 축소의 여파도 있고, 포스코의 교육보국 이념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시설 보수, 교재 개발, 시간강사 채용 등과 관련해 어려움이 있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 10여 년간 재단 산하 교육기관에서 일한 A씨는 “재단 지원금이 넉넉했을 때는 시설 보수, 교재 개발 등에 쓸 돈이 넉넉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무엇보다 교육재단 운영비로 시간강사를 채용했는데, 운영비 삭감 이후 예체능 계열 강사를 채용하기가 빠듯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곧 수업의 질과도 연계된다는 것이다.

20여 년간 근무한 다른 소속 기관 관계자 B씨는 “포스코가 기부금을 줄인다는 말이 과거부터 나왔던 만큼 이에 대비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기부금이 줄어) 낙후된 시설을 바로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고 내부 사정을 귀띔했다. 이들을 비롯한 복수의 교육기관 관계자는 포스코의 ‘교육보국’ 가치관이 경제논리에 가려졌다는 우려를 전했다. B씨는 “교육시설에 단 한 명의 학생이 남아있더라도 이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라고 전했고, 다른 기관 관계자 C씨는 “기업의 경제적 논리로 교육재단 지원금을 끊는 것은 아쉽다”고 했다.

포스코 측 “포항 교육 여건 달라졌다”

“‘지주사가 서울로 간다’ ‘학교 지원도 끊는다’ 등 포스코를 두고 지역에서 말이 정말 많죠.”

포스코가 있는 포항 지역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10여 년간 포항에서 거주하고 있는 60대 남성 D씨는 10월4일 포스코의 포스코교육재단 지원 축소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처럼 답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올 초까지만 해도 지역 곳곳에 포스코그룹을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며 “그러나 올여름 수해 피해가 있은 뒤로 피해 복구부터 먼저 하자며 쉬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씨는 “수해로 인한 피해 복구가 먼저”라며 말을 아꼈다. 50대 택시기사 F씨는 그러나 “학교 지원을 끊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최근 몇 년간 포스코가 달라졌다는 지역 내 비판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재단 관계자는 “최근 재단이 자산 활용을 잘해서 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에 부족한 운영비가 없다”며 “당분간 재단이 자생적으로 운영비를 충당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운영비가 부족하면 그때 포스코에 요청할 것이고 지원받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 측은 그러나 “과거 포항에 교육 시설이 없었고, 지방에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공기업으로서 (교육재단에) 투자한 것”이라며 “현재 포항은 대도시로 교육 기능이 낙후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재단 설립 취지와 지금 배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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