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위험 내재한 이재명 대표의 ‘친일몰이’ [쓴소리 곧은 소리]
  •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정치학) (db827@naver.com)
  • 승인 2022.10.14 12: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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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선제공격 법제화한 북한에 맞서려면 한·미·일 군사협력은 필수적
3국 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 합의…이 대표의 자기부정이자 사실 왜곡

여야가 동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연합훈련을 두고 정면 출동했다. 포문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열었다. 그는 10월7일 한·미·일 연한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행위로 대일 굴욕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국방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소명해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 대표의 연합훈련 비판 논리는 몇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일본의 군사 이익을 지켜주는 극단적 친일 행위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독도 근해로 일본 자위대를 불러들여 합동 실전 군사훈련을 연이어 강행하는 건 좌시할 수 없는 국방참사·안보자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0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왼쪽 사진). 10월13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면서 3국 연합훈련의 정당성을 설명했다.ⓒ연합뉴스

정치 지도자의 잘못된 신념과 불순한 동기가 상황 그르쳐

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밀실 강행했던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부터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실전 훈련까지 보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일본의 군사 이익을 뒷받침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둘째, 일본 자위대 군대 인정과 한·미·일 군사동맹의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일본 자위대가 최근에 연달아 합동 군사훈련, 그것도 독도 근처에서 실전 훈련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미 동맹과 우리 자체의 군사력으로 충분히 안보를 지킬 수 있는데, 왜 일본을 끌어들이려고 하느냐”면서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셋째, 민생과 평화 논리다. 이 대표는 10월11일 민주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악화일로인 민생 경제를 외면하고 강경 일변으로 군사 대치를 고집하는 건 평화와 민생 두 가지 다 망치는 길”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민생 경제는 동전의 양면으로, 평화가 곧 경제고 경제가 곧 평화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철통같은 안보 태세를 유지하고 강 대 강 치킨게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의 주장과 논리에는 몇 가지 치명적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자기부정의 사실 왜곡이다. 이번 한·미·일 훈련은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10월 한·미·일 국방장관 합의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자위대를 한국에 끌어들이기 위한 훈련인 듯 말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이 대표는 “일부러 독도 인근에서 훈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훈련 장소는 독도보다 일본 본토에 더 가깝다. 독도와는 185km 떨어진 공해상이고, 일본 본토와는 120km 떨어졌는데 어떻게 ‘독도 인근’이 될 수 있나. 더구나, 한·미·일 훈련을 한다고 일본군이 한국에 진주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북한은 이미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하고, 최근 보름 새 미사일을 7차례 발사하고, 대규모 전투기 훈련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독자적인 핵 보유가 어렵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한·미·일 협력은 필수적이고 불가피하다. 이재명 대표가 이런 논리적 비약과 왜곡된 사실로 ‘친일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나 공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 과정을 설명하는 다중 인과적 모델에 따르면, 정치 지도자의 올바른 신념과 동기는 상황 판단을 정확하게 해서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과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반대로 지도자의 잘못된 신념과 불순한 동기는 상황을 왜곡·오판하게 만들어 시대착오적인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태영호 “이재명의 친일몰이, 김일성의 갓끈 전술과 비슷”

이재명 대표의 ‘극단적 친일몰이’가 이에 해당된다. 이 대표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과는 어떠한 형태의 교류·협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잘못된 신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극단적 친일몰이로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려는 불순한 동기도 숨어있다. 또한 2024년 총선 대비용 성격도 강하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한일 갈등 프레임으로 그야말로 재미를 봤다. 민주당은 2019년에 “한일 갈등이 2020년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만들어 실행에 옮겼다. 이 대표는 ‘어게인 죽창가’를 통해 또다시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려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승부는 잘못된 신념과 불순한 동기 때문에 성공하기가 어렵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독특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대표의 ‘친일몰이’는 북한 김일성의 ‘갓끈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갓끈 전술은 남한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갓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고, 이 중 하나만 잘라내도 머리에서 날아가듯이 남한이 무너진다는 대남전략이다. 여당은 ‘이심김심’(이재명 마음이 곧 김정은 마음)이란 표현으로 이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10월11일 이재명 대표가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을 두고 ‘친일 국방’ 프레임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핵 위협 앞에 어떠한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나”라고 받아쳤다. 민주당 내에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부를 상대로 친일 공세를 벌이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중국의 군사 굴기와 북한·중국·러시아 간 북방 3각 연대의 부상에 따라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 즉 남방 3각 연대의 가동이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민주당 지지도는 답보 상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최근 4주 동안 31%→34%→36%→32%로 30%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하책이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국정 발목 잡기’ 이미지를 과감히 털어내고, 안보에서도 ‘종북반일 포퓰리즘’의 나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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