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님 차도 바꿔줄게요” 강진군, 군의회에 ‘예산 흥정’ 논란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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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강진군수 1호차 교체…문제적 예산 통과 위해 군의회에 ‘딜’ 시도 정황
군의장 “담당 팀장이 의전차량도 바꿔줄 터니 예산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해”
관가 ‘예산 사유화 민낯’ 비판…주민 “강진군이나 의회, 군수 모두 한통속 의심”

민선 8기 전남 강진군수 전용차량(1호차) 교체와 관련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금까지 불거진 논란의 쟁점은 크게 2가지다. 전임 군수가 탔던 카니발 승합차를 규정을 어기고 고급 세단으로 교체한 점과 군의회 사전 승인없이 신임 군수에게 취임 첫날부터 멀쩡한 기존 1호차 대신 렌트카를 제공한 뒤 수백만원의 임차 비용을 뒤늦게 의회에서 승인을 받은 사실 등이다.   

여기에 군수 전용차량 구입 예산을 편성하면서 강진군의장 의전차량도 함께 교체해주겠다며  ‘딜’(deal·거래)을 시도했다는 새로운 정황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군의회는 이를 인정한 반면 군 담당자는 “말할 수 없다”며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예산 거래 여부도 강진군 1호차 교체 논란의 주요 사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관가 일각에서 예산의 사유화(사적사용) 내지 이해충돌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강진군이  민선 8기 군수 전용차량 구입 예산을 편성하면서 군의회 의장 의전차량도 함게 교체해주겠다며 ‘예산 딜’(deal)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진군청 전경 ⓒ시사저널
전남 강진군이 민선 8기 군수 전용차량 구입 예산을 편성하면서 군의회 의장 의전차량도 함게 교체해주겠다며 ‘예산 딜’(deal)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나와 예산의 사적사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진군청 전경 ⓒ시사저널

군, “의장 차도 교체해줄 터니 예산 그대로 통과 시켜달라”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강진군은 강진원 군수 취임 후 첫 진행된 제3회 추경안에 ‘군수님 의전차량 구입’ 명목으로 8500만 원을 계상해 군수 취임 1주일 만인 7월 7일 강진군의회에 송부했다. 이 예산은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281회 강진군의회 임시회에서 의결됐다. 민선 7기 이승옥 전 군수가 2018년 10월 관내 농촌지역 현장 방문 등을 위해 7인승 카니발 차량을 구입한 지 불과 3년 11개월 만에 3600cc의 K9 최고급 세단 신차로 교체한 것이다. 

그런데 강진군이 지난 7월 초 군수 전용차량 구입을 위해 3차 추경 예산을 편성하면서 군의회에 의장 의전차량도 함께 교체해주겠다며 일종의 흥정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의회는 제기된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김보미 강진군의장은 14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강진군이 7월 초, 군수 의전차량 구입비를 포함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면서 군청 담당 팀장이 찾아와 ‘의장 차량도 교체해 줄 테니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켜 달라’는 요구를 했다”면서 “어떤 차종이 좋을지를 물어 ‘굳이 바꾸게 된다면 의원들이 함께 탈 수 있는 카니발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의장은 “또 군 담당 팀장이 찾아와 ‘폐차하지 않고 다른 부서가 사용하게 될 것이라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고, 군수 차량이 고장이 심해 바꿔야 한다’고 설명해 민선 8기 출범 초기부터 군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 첫 추경을 승인해 준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이어 “의회에서 먼저 차량 교체를 요구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전달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의전차량을 바꿀 의사가 전혀 없다”며 밝혔다. 현재 군의회 의전차량은 2020년 12월 구입해 2년도 채 되지 않은 4500만 원짜리 K7 승용차다. 운행 거리도 1만 5000㎞ 남짓 됐다. 

강진군이 민선 8기 들어 새로 뽑은  군수 전용차량(1호차) ⓒ시사저널
강진군이 민선 8기 들어 새로 뽑은 군수 의전용 3600cc의 K9 승용차ⓒ시사저널

의미 축소나선 강진군…“예산 편성없이 논의만 있었던 일”

이에 대해 강진군은 ‘실행되지 않은 일“이라며 애써 의미 축소에 나섰다. 강진군 관련부서 담당 팀장은 시사저널과 만나 “의장 의전차량 관련 예산은 편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로 그냥 논의만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산 편성과 승인 과정에서의 군의회와의 ‘흥정’ 부분 등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군청 안팎에선 군수 전용차량 예산을 민선 8기 첫 추경인 3차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목적으로 ‘군수-군의장 의전차량 동시 교체‘ 카드를 제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군수 전용차량은 출고된 지 4년이 채 안 돼 내구 연한 등에서 교체에 문제를 안고 있는데다, 군은 군수 취임 사흘 전인 6월 28일에 임시 1호차 용도로 K9 차량을 미리 렌트해 놓은 상태여서 3차 추경에서의 예산 통과가 절박한 실정이었다는 것이다.

‘강진군 공용차량 관리규칙’은 의전용 차량 교체 조건으로 최단운행연한 7년과 주행거리 총 12만㎞ 이상이거나, 사고로 수리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신차 구입 당시 전임 군수가 사용한 관용차량은 사용 기간 3년 11개월에, 총 주행거리는 9만9375㎞로였다. 따라서 정상적인 의회 예산 심의가 이뤄졌다면 통과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교체 당시 전임 군수가 타던 7인승 카니발 차량은 교체 조건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지만 ‘잔 고장이 많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쫓겨나는 신세를 맞았다. 

이에 대해 강진군은 퇴출된 전임 군수 전용차량을 현재 청자박물관에 업무용으로 배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관가에서는 예산안에 ‘군수님 의전차량 구입비’라고 못 박아 내구 연한을 어기고 매각이나 타 부서에서의 사용은 규정 위반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또 강진군은 신차 출고 전까지 강진원 군수에게 취임식 날부터 전용차량으로 제공하기 위해 서울 렌트카업체 S사로부터 3800cc급 K9 승용차를 6월 28일부터 8월 19일까지 빌렸다. 이 기간 임차비는 480만원이다. 강 군수는 전임 군수가 이용했던 1호차 카니발 승합차를 단 하루도 타지 않고 동일 차종 렌트카에 이어 신차로 갈아탔다. 

주민과 시민단체는 군과 군의회에 곱지 않은 시선이 보내고 있다. 강진군 주민 김아무개(53)씨는 “예산 흥정은 군 예산을 제 주머닛돈처럼 서로 퍼주며 예산의 집행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일로 지자체 예산 편성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저간의 말이 오고 간 군이나 군의회는 물론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버젓이 새차를 타고 다니는 군수 등 모두 한통속이 아닌 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석 공익재정연구소 대표는 “강진군이 예산편성권을 악용해 군수 개인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내구연한이 남은 차량을 놔두고 새로 전용차량 취득 목적으로 의회와 ‘딜’을 시도한 것은 예산의 기본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매우 적절치 못한 사례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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