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덕(德)·법(法)·술(術)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oxen7351@naver.com)
  • 승인 2022.10.21 17:0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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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위나라 조조의 신하였던 유소(劉邵)라는 사람이 지은 《인물지(人物志)》라는 책을 다시 번역했다. 기존에 2종의 번역서가 있기는 한데 주석을 달지 않아 일반인들은 이 책을 보면 제대로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물론, 혹은 사람 보는 책이기는 하지만 요즘의 MBTI  운운하는 성격 진단론은 아니다. 중국 고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책 또한 철저하게 공적인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물들을 찾기 위해 저술된 것이다.

유소는 한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 필요한 업(業)을 12가지로 나눈다. 청절가, 법가, 술가, 국체(國體), 장부(臧否), 기능(器能), 기량, 지의(智意), 문장, 유학, 구변, 웅걸이 그것이다.

그런데 외교관을 맡는 구변, 군사를 맡는 웅걸을 제외하면 크게 3가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덕(德)의 분야에 청절가, 장부, 문장, 유학이 속하게 되고 법(法)의 분야에 법가, 기능, 기량이 속하며 술(術)의 분야에 술가, 지의 등이 속하게 된다. 국체란 덕, 법, 술을 고루 갖춘 재상감을 말한다.

유소는 먼저 청절가를 다움과 행실이 높고 오묘하며 용모와 행동거지가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제나라의 안영(晏嬰)을 이에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안영은 관중(管仲)과 더불어 제나라를 대표하는 명재상이다.

이어 법과 제도를 세워 나라를 강하게 하고 백성들을 부유하게 해주는 유형을 법가라 부르고 대표적인 인물로 관중과 상앙(商鞅)을 꼽았다. 끝으로 생각이 두루 달통해 도리로 세상을 바꿔 책략과 지모가 기이하고 오묘한 사람을 술가라 부르는데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장량(張良)이 그렇다.

이 셋으로 현재 우리 정치를 말하자면 청절가 유형은 찾기 어렵고 법가가 압도적인 가운데 기능이나 기량으로 자기를 팔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제대로 된 술가는 없이 얄팍한 지의가(智意家)만이 정치평론가란 이름으로 떠들어댈 뿐이다. 지의가란 쉽게 말하면 잔꾀나 잔수에 밝은 사람을 말한다. 반면 긍정적 의미의 술가란 나라의 대계(大計)를 도모하는 사람이다.

이를 척도로 여야에 포진한 정치인들을 재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취임 후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전형적인 법가다.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자기 주변에 대한 엄격함 또한 청절가라 하기에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미래 설계를 담당할 술가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 정권에 대해 많은 이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또한 법가의 범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중원, 혹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청절가를 좋아하거나, 소수지만 술가를 좋아한다. 좀 더 정치가 도덕적이거나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중원의 마음이 향할 곳이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야당 또한 비슷한 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법가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수준이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너무 큰 데다 간혹 내지르는 지의가 수준의 미래 이야기는 국가 차원이 아니라 표 얻기 수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당 의원들 중 언론에 이름깨나 올리는 의원들은 법을 어겼거나 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수시로 해댄다.

그렇다고 이들을 술가나 지의가라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야당의 지의가 이해찬 전 대표는 최근 또다시 ‘20년 집권론’을 꺼내들었다. 이게 지금 대선에 대한 반성과 진단도 제대로 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에 무슨 도움이 될까? 자기 당을 자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중원은 무주공산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br>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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