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면서 이 대표를 향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쌍방울 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이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도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최근 석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서 결정적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어떤 추가 진술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전날 김 부원장에 대해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민주당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지만 민주당의 반발로 대치 끝에 불발됐다. 검찰이 제시한 체포영장에는 김 부원장이 대선자금으로 쓰겠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20억원을 요구해 8억원을 받았다고 적시됐다. 검찰은 곧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유 본부장에게서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의 선거캠프 총괄부본부장이던 김 부원장이 먼저 정치자금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유 전 본부장이 심경 변화로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했다는 추측이 나오면서 그의 추가 진술에 관심이 집중된다. 유 본부장은 20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그는 출소하며 '김 부원장에게 8억원을 준 게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그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에게서 지난해 4~8월 여러 차례에 걸쳐 8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돈을 건네받은 시점과 용처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금품을 수수한 시기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경선으로 나섰던 때와 겹쳐 대선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의심한다. 김 부원장은 경선 당시 이 대표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의 '경기-성남' 정무라인 핵심 참모들 중 한명이다. 2009년 인연을 맺은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 성남시의원으로,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경기도 대변인을 지내며 그를 보좌해왔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2014년과 2017년에도 뒷돈을 수수한 단서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김 부원장이 이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수사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자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의 요구로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게 정치자금 조성 필요성을 언급하고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남 변호사가 마련한 돈이 정민용 성남도시공사 전략사업실장과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돈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 쓰였는지, 돈의 용처에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이 대표까지 수사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지난해 대장동 1차 수사 당시에는 찾지 못한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달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방식을 민관합동 방식으로 선회해 정치적 이득을, 대장동 일당은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얻으며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한다"고 적시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대선자금 프레임을 짜고 유 전 본부장을 협박·회유해 거짓 진술을 끌어냈다며 반발했다. 전날 열린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유 전 본부장을 회유·협박하는 것 아니냐" "진술 대가로 석방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선 자금 의혹과 관련해 "불법자금을 1원도 쓴 일이 없다. 진실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욱이라는 사람이 작년 가을쯤 귀국할 때 '10년 동안 찔렀는데도 씨알 안 먹히더라'라고 인터뷰한 것이 있다"며 "'우리끼리 주고받은 돈 이런 것은 성남시장실이 알게 되면 큰일 난다.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자' 이런 얘기들이 내부 녹취록에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