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정근 10억원 수수 사건, ‘1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까지 등장
  • 조해수·공성윤·김현지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1 10:10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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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 CD 30장 있다…민주당 거물 정치인의 것”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사업가 박우식씨(63)로부터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0월19일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정치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씨는 ‘친노(친노무현)’ 인사들과 막역한 관계를 가져왔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전 부총장에게 청탁할 때 100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를 보여주며 친노 인맥을 과시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 관련 법조 관계자 A씨는 “박씨가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SNS를 통해 100억원짜리 CD를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면서 “이때 박씨가 ‘이런 CD가 30장 있다. 이것은 민주당 거물 정치인 ○○○의 것이다. 이것을 현금화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도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시사저널 기자에게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CD 현금화를 부탁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업할 때 현금 대신 받은 CD일 뿐, 정치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업가 박우식씨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보낸 100억원짜리 CD 사진

부산자원 특혜 대출 사건부터 포스코 송도사옥 매각 사건까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정근 전 부총장이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천 부평구갑),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을 알선해준 대가로 박씨로부터 9억4000만원을 받고, 이 외에도 21대 총선 선거비용 3억3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단독]이정근 10억원 수수 사건, ‘친문 게이트’로 비화…노영민·박영선·성윤모·이성만·류영진> 기사 참조).

박씨는 과거에도 정치권 인사와 ‘대형 스캔들’을 뿌렸다. 박씨는 2008년 터진 ‘부산자원 특혜 대출 사건’의 주인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씨는 산은자산운용(650억원), 한국교직원공제회(550억원), 제일상호저축은행(430억원)으로부터 부당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박씨는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에서 박씨의 인맥으로 친노 인사가 대거 거론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회장’이라 불리는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과 박씨의 인연이 2008년 국정감사에서 회자됐다. 박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인 송기인 신부에게 1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박씨를 “김대중 정권 때도 동교동 측근들을 주무른 사람”(한겨레신문, 2008년 10월29일자 ‘대형 게이트 인사들은 서로 통했다?’), “송기인 신부의 양아들”(동아일보, 2008년 10월30일자 ‘구속 박○○ 대표 송기인 신부 양아버지라고 과시’)이라고 소개했다.

2014년경에는 포스코건설의 송도사옥 매각과 관련해 또 한번 정계를 뒤흔들었다. 송도사옥 지분을 갖고 있었던 박씨는 송도사옥이 높은 가격에 팔리길 원했다.

이를 위해 ‘친박(친박근혜)’ 실세였던 서청원·이우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수십억원의 불법 자금을 전달한 의혹을 받았다(2018년 1월22일 <[단독] 서청원 의원, 포스코 회장 만나 이권 청탁> 기사 참조).

청탁을 빌미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9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박씨의 녹음 파일이 ‘스모킹건’으로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당시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정세균 당시 국회의원을 접촉해 포스코건설의 매입업체 상황, 매각 결정 시기 등을 전달받았다.

박씨는 중요 인물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할 때 항상 녹음을 하는 습관이 있다. 당시 시사저널은 박씨가 녹음한 수백 개의 파일을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2018년 3월19일 <[단독] 정세균 국회의장,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매각 개입 의혹> 기사 참조). 이는 정세균 전 의원의 2020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박씨의 녹음파일 중에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성북구갑)을 언급한 대목도 있다. 박씨가 부산자원 특혜 대출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김영배 의원이 면회를 와서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김영배 의원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실·정무기획비서관실·민정비서관실 행정관과 행사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2018년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재입성했고, 2019년 8월까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2020년 4·15 총선을 통해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와 관련해 김영배 의원은 박씨에 대해 “참여정부 출범 이전에 부산에서 알게 된 사이다.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끊어졌고,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면서 “박씨에게 면회 간 사실이 없다. 아마 박씨가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 내 얘기를 꾸며서 하고 다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씨의 녹음하는 습관은 현재까지도 이어졌는데, 이정근 전 부총장의 10억원 금품수수 사건에서도 박씨의 녹음파일이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총장 측은 알선수재를 부인하고 있지만, 박씨는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씨는 시사저널 기자에게 “나는 사업과 관련한 일이면, 전화통화는 물론 미팅까지 모두 녹음한다”면서 “이정근 전 부총장과 관련해서도 모든 과정을 녹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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