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대표 자리는 독배? 불명예 퇴진 잔혹사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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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새 CEO 4번 교체
4번째 국감 출석하는 김범수의 답변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연합뉴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1년 새 최고경영자(CEO)가 4명이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카카오 안팎에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24일 국정감사장에 출석하는 김 의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카카오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이며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지난 3월 취임 후 7개월 만의 퇴진이다. 이에 카카오는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최근 1년 새 카카오 CEO 자리는 교체를 거듭하며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카카오는 여민수·조수용 체제에서 조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새로운 CEO로 내정하며 여민수·류영준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류 대표가 카카오페이 주요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900억원 어치를 매각하며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류 대표는 자진 사퇴했고, 이 여파로 여민수 대표도 함께 물러났다.

이 위기를 타개하고자 등장한 인물이 남궁훈 대표였다. 한게임 창립 멤버였던 남궁 대표는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의 의중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대표에 선임되자 “주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 일체를 보류하며 최저임금만 받겠다”며 배수진을 펼졌다. 도덕적 해이 논란을 수습하고자 내린 극약처방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카카오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며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부터 여민수·조수용·류영준에 이어 남궁훈 대표까지 4명의 CEO가 불명예 퇴진했다. 카카오가 결국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지만 미래 신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당초 홍 대표는 지난 7월 카카오의 ESG 경영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선임된 터라 신사업 추진에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수습이 되면 새로운 리더십 등장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0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0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

창업자의 재등장 필요성에 선 그은 카카오

카카오 리더십 공백이 꾸준히 발생하자 카카오 안팎에서는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진행하면서 불거진 쪼개기 상장, 골목상권 침해 등의 논란이 결국 카카오 조직을 통솔하는 리더십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카카오는 일단 김 의장의 복귀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홍은택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김범수 창업자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의 입장은 국정감사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앞서 지난 17일 김 의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 의장은 지금까지 국감장에 3번 출석한 바 있다. 오는 24일 출석한다면 이번이 4번째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김 의장은 남궁훈 당시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공동센터장을 카카오 대표로 내정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카카오가 오랫동안 쌓아온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했다. 미래 비전과 포용적 성장을 고민하는 ESG 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보다 국민의 불신을 더욱 커졌고 카카오를 둘러싼 당국의 견제도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김 의장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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