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원 롤렉스, 370만원 샤넬...경매 ‘명품장터’ 열린다 [공성윤의 경공술]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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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액체납자 압류재산 공매 24~26일 진행...‘김건희 목걸이’ 반클리프도 130만원에 올라와

경기도가 지방세 고액 체납자로부터 압류한 재산을 오는 24~26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 매각한다. 경기도가 직접 압류 재산을 공매한 건 올해로 8년째다. 그동안 매년 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가방과 롤렉스 등 명품 시계가 수백 점씩 쏟아져 나와 웬만한 쇼핑 축제 못지않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올해도 흥행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경기도가 이번에 공매로 내놓은 롤렉스 '데이저스트 16013' 모델 ⓒ 라올스
경기도가 이번에 공매로 내놓은 롤렉스 '데이저스트 16013' 모델 ⓒ 라올스

 

이번에 경기도가 공매에 부친 동산은 시계, 가방, 귀금속, 도자기 등 500여 건(자동차 제외)에 달한다. 모두 지방세를 500만~1000만원 이상 체납한 도민 123명으로부터 압류한 물품이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약 30억원에 이른다. 경기도 조세정의과 관계자는 “이번 공매 물품은 체납자들의 가택을 수색해 압류한 것”이라며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경기도가 2015년부터 매년 체납자의 동산에 대해 자체 공매를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공매에 나온 시계 중 가장 비싼 물품은 롤렉스의 ‘데이저스트 16013’ 모델이다. 1977년부터 1988년까지 생산된 빈티지 모델로 미국 여피족(젊은 고소득 전문직)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에서 뉴욕의 투자 은행가인 주인공 크리스찬 베일이 차고 나온 시계로도 유명하다. 해당 모델은 중고 시장에서 550만~7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내놓은 모델의 감정가는 405만원이다. 그 외에 까르띠에 발롱블루(감정가 360만원), 에르메스 시계(120만원) 등이 고가의 시계군을 형성하고 있다.

가방 중에 최고가 물품은 샤넬의 ‘클래식 캐비어 점보’다. 감정가 370만원의 이 모델은 송아지 가죽을 철갑상어알 모양으로 특수 가공해 만든 소재로 제작됐다. 샤넬백 중에서도 비싼 축에 속하는 모델로 신제품 가격이 1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또 새끼 양의 가죽으로 만든 ‘램스킨 클래식 플랩백’ 모델도 감정가 225만원에 나왔다. 이 모델의 권장 소비자가격은 올 10월 기준 1239만원이다. 이를 비롯해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등의 가방도 공매 물품에 포함돼 있다.

귀금속 중에서는 1.09캐럿의 다이아 반지가 눈에 띈다. 감정가는 700만원이다. 또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길에 착용해 화제가 된 반클리프 아펠의 목걸이도 공매로 나왔다. 모델명은 ‘알함브라 빈티지’로 네잎클로버 모양에 골드 비즈가 장식된 제품이다. 반클리프 아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감정가는 130만원이다.

공매 대상 중에는 수집용 물품도 있다. 우선 수집용 화폐 184매가 압류돼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이 중에는 단종된 한국 구권을 비롯해 대서양은행(BNU) 발행권, 북한·이라크·잠비아 화폐 등이 포함돼 있다. 사용 가치는 없지만 수집욕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감정가는 30만원이다. 또 나이키 신발 227점(454만원)과 아디다스 신발 272점(410만원)도 올라왔다. 최근 직접 신는 목적이 아니라 수집을 위해 신발을 모으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단 낱개로 구매할 수는 없고 모두 한꺼번에 구매해야 한다.

경기도가 과거 체납자로부터 압류해 내놓은 물품들 ⓒ 경기도청
경기도가 과거 체납자로부터 압류해 내놓은 물품들 ⓒ 경기도청

 

모든 공매 물건은 감정가 이상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사람에게 낙찰된다. 낙찰자에게는 감정평가사의 자체 보증서가 제공된다. 만약 낙찰 받은 물품이 가짜로 밝혀질 경우 납부 금액을 환불받음과 동시에 감정가의 100%를 보상해준다. 입찰은 10월24일 오전 9시부터 26일 오후 6시까지 경기도청 공매 사이트(ggtax.laors.co.kr)에서 진행된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해 9월 공매를 통해 체납자 압류 물품 528건을 매각하고 총 9억8000만원의 체납액을 걷었다. 당시 감정가 750만원의 롤렉스 시계는 879만9900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162만원의 사넬 플랩백은 450만원에 낙찰됐다. 2020년에는 최상위 명품 시계인 파텍필립이 출품돼 감정가의 170%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공매 참가자는 2020년 8000여명, 2021년 1만1000여명을 기록해 꾸준한 관심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편집자주] 무협지를 탐독하신 분들은 '경공술(輕功術)'에 익숙하실 겁니다. 몸을 가볍게 해서 땅이나 물 위를 날아다니는 기술이죠. 그 경지에 오르면 시공간을 초월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경매와 공매를 공부하는 분들도 이처럼 누구보다 더 빨리,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실에도 경공술이 있습니다. '경매와 공매의 기술'입니다. 무협지는 그 터득 방법을 알려주지 않지만, 꼼꼼한 현장 취재로 경공술을 발굴해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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