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SNS는 ‘자극표현·조롱댓글’ 아수라장…“2차가해 우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10.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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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상도 그대로 공유…“윤리의식 이것밖에 안 되나” 자성도
전문가 “가십거리 여기면 안 돼…피해자·유족에 더 큰 트라우마”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 인근으로 구급차가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 인근으로 구급차가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핼러윈의 이태원, 대규모 압사에 깔렸다”

“사고현장서 노래부르고 춤추는 사람들”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소식이 이슈화되면서, 현재 SNS와 온라인상엔 이같은 자극적 제목의 현장 영상과 사진이 무분별 공유되고 있다. 또 게시물에는 피해자들과 현장 생존자들을 조롱하는 댓글도 여과 없이 달리면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유튜브 채널에는 참사와 관련한 ‘자극적’ 제목의 영상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영상에는 참사 당시 인산인해를 이루던 거리 모습은 물론, 모포를 쓰고 있는 사망자의 모습과 피해자에게 심폐 소생술을 하는 모습 등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 영상들은 건당 최대 100만 조회수까지 기록하고 있다.

이날 인스타그램이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자극적 게시물들이 무차별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게시물에는 빨간 글씨로 ‘핼러윈의 악몽’, ‘이태원 지옥불’ 등 피해자와 유족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목들도 달려있었다. 댓글 창은 더 문제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클럽이나 놀러가더니 잘 됐다”, “내가 밀어버렸는데 미안” 등의 댓글을 달며 고인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경악스럽다”며 자성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참담하고 슬픈 현장인데, 어떻게 이를 가십거리로 소비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다른 누리꾼도 “댓글 창을 보고 내가 더 떨리더라, 사람들의 윤리 의식이 이것밖에 안되나”, “피해자와 유족들이 보면 더 큰 트라우마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30일 SNS와 온라인상에는 무차별 2차 가해가 자행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30일 SNS와 온라인상에는 무차별 2차 가해가 자행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도 해당 사태를 ‘가십거리’로 쉽게 여기고 이야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구조적인 사회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피해를 입은 젊은 층을 일종의 희생양처럼 혐오 투사의 대상으로 만들어 온라인상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피해자들을 절대 가십거리로 비난하면 안 된다. 정확한 내용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피해자와 유족들이 2차 가해로 일상에서 겪을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이미 (이번 참사 관련) 외상이 있는데, SNS와 주변에서 또 비난을 받게 되면 ‘재외상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보통 뼈가 한번 부러지면, 그 자리는 그 다음 충격에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훨씬 더 심리적으로 취약해지고, 무너질 수 있게 된다. 일상생활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나 윤리 강령이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임 교수는 “현재로선 (가이드라인이) 거의 없다. 관련 법이 당장 만들어지기도 어려울 것 같다”며 “특히 포탈에서 인기도를 고려해, 이런 자극적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탈부터 2차 가해 여지가 있는 게시물이나 댓글을 강력 제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민들에게도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등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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