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축제땐 우리의 도시, 참사땐 그들의 도시
  • 공성윤·김현지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4 12:05
  • 호수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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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인구밀도 ㎡당 7.13명, 핼러윈 이태원엔 2배 이상
원인 지목된 불법증축물, 구청이 매년 시정조치..."법망 미비는 업자 탓 아냐"
책임 떠넘기는 정부, 붕괴된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

156명(11월3일 기준)의 꽃다운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19-3번지와 119-6번지 골목. 이태원의 랜드마크 격인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와 이태원역을 연결하는 비탈길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폭은 3.2m로 좁아진다. 성인 남성 10명이 나란히 걷기 힘들 정도다. 11월2일 기자가 찾은 현장은 참혹했다. 골목 곳곳에는 희생자들과 뒤엉켰던 쓰레기가 여전히 나뒹굴고 있었다. 골목 양쪽 입구에는 경찰 폴리스라인이 쳐졌다.

정부는 참극이 있었던 다음 날인 10월31일부터 11월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추모객들은 참사 현장을 바라보다 한동안 머리를 숙였다. 애도기간 사흘째, 이태원역 1번 출구 옆 추모 공간에 놓인 국화꽃은 첫날보다 늘어났다.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빼곡했다. 앳된 모습의 희생자 사진을 보며 한 외국인은 눈물을 훔쳤다. 역을 에워싼 시민들은 100명을 훌쩍 넘겼다.

10월3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임시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빈소에 늘어나는 국화꽃, 희생자 156명 중 10~20대 116명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첫날인 10월31일 오후까지만 해도 3700여 명이 방문했다. 교복 차림의 10대 여학생부터 대학교 점퍼를 입은 외국인 학생들까지. 추모객은 다양했다. 10대 손녀를 둔 김아무개씨(서울 양천구·71)는 “안타깝다”는 말을 되뇌었다. 대학생 송아무개씨(서울 마포구·24)는 조문 뒤에도 30분가량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송씨는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당국의 통제가 제대로 안 됐다”며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11월2일 오후 5시까지 서울광장과 25개 자치구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7만 명을 넘었다.

참사 초기 가장 많은 희생자(20명)가 이송된 경기 일산동구 동국대병원 장례식장. 11월1일 오후에는 희생자의 발인이 이뤄지고 있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가족과 지인의 얼굴에도 황망한 기색이 완연히 드러났다. 같은 날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안치된 희생자 5명은 모두 젊은 여성이었다. 희생자와 직장 동료라는 조문객은 “젊은 친구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도 앳된 남성이 영장 사진 속에 쓸쓸히 남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희생자 156명 중 1020세대는 116명이었다.

10만 명 이상이 몰린 이태원 참사. 어디까지가 불가항력이고 누구부터 책임을 져야 할까. 집단압사 사고는 물리적 공간과 사람들끼리 밀치며 생기는 외력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 높은 인구밀도와 그 지속성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사고 당일 이태원 골목의 밀도는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를 훌쩍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재난정보학회는 2011년 ‘군중집회 시 인명피해 및 군중눌림 현상의 고찰’ 논문을 통해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한계치를 제시했다. 서있는 사람의 밀도가 1㎡당 7.13명이 되면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참사는 128㎡(39평)의 골목에서 발생했다. 특히 이곳에서도 아래쪽 폭이 3.2m로 좁고 길이는 5.7m에 불과한 약 18.24㎡(5.5평) 공간에서 300여 명이 뒤엉키며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면적일 때 학계가 추산한 한계치인 130명의 2배 이상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린 게 참사의 물리적 원인이라는 얘기다.

한정된 공간을 더 좁게 만든 원인으로는 사고 현장에 설치된 불법증축물이 지목됐다. 불법증축물로 인해 도로가 좁아지며 병목현상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문제의 증축물 중 하나는 사고 골목 초입의 세계음식거리에 있는 테라스다. 이는 해밀톤호텔 일부를 임차해 영업 중인 B주점이 쓰고 있는 공간이다. 건축물 대장에 따르면 이 테라스는 폭 1m, 길이 17m 크기로 경량철골과 유리로 만들어졌다.

10년전 불법증축물이 원인?...“자영업자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 안타깝다"

그런데 해당 테라스는 이번에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카카오맵을 살펴보니 2010년부터 매년 같은 자리에 가건물이 모습을 바꿔가며 설치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용산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과거부터 계속 단속해 철거를 유도했지만 임차인이 바뀔 때마다 또 새로 지어졌다”며 “최근에는 작년 11월 민원신고를 받고 불법증축물로 지정한 뒤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이행강제금은 B주점 임대인인 해밀톤호텔 측이 내게 돼있다.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은 불법건축물이 원상 복구될 때까지 매년 부과된다. 안 내면 건물주는 압류 조치를 당한다. 해밀톤호텔은 지금까지 이행강제금을 전부 납부했다고 한다. 이럴 경우 법적으로 용산구에서도 더 이상 손쓸 도리는 없다. 무엇보다 불법증축물은 매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번 사태 이전까지 압사 사고 원인으로 몰린 적은 한 번도 없다.

B주점 주인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면서 “(증축물은) 늘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근까지 수년간 이태원 내 여러 가게에서 일해온 한 30대 남성은 “경찰력의 부재로 인한 참사의 책임을 자영업자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안타깝다”며 “이태원에 불법증축한 가게가 한둘이 아닌데 왜 지금까지 압사 사고가 없었는지 돌이켜보는 게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용산구에서 적발된 불법건축물은 163건이다. 해밀톤호텔 관계자는 “지금은 밝힐 내용이 없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압사 원인으로 지목된 또 다른 건축물은 B주점 맞은편에 놓인 임시 부스다. 핼러윈 행사를 위해 해밀톤호텔 별관을 임차한 P주점이 설치했다. 단, 이는 불법건축물은 아니라고 한다. 용산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토지에 정착된 구조물이 아닌 임시 부스라 불법증축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통행에 불편을 준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종의 ‘편법건축물’인 셈이다. P주점 부스와 B주점 테라스 때문에 세계음식거리의 폭은 약 3m로 좁아졌다.

이와 관련해 세계음식거리의 한 가게 사장 A씨는 “이태원 거리를 돌아보고 현장에 있었다면 폭이 좁아 사고가 났다는 게 얼마나 단편적인 시각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당장 사고 지점의 옆 골목만 해도 폭이 3m가 채 안 된다”며 “길이 좁아져 위험하다면 거기가 더 심각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기자가 해당 골목(이태원로 23길)의 폭을 측정해 보니 2.3m에 불과했다. 10월29일 밤에는 이 골목에도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고 한다.

한편 사고 골목에 해밀톤호텔이 설치한 철제 가벽도 뭇매를 맞았다. 골목의 공부상 폭은 4m지만 실제로는 가벽 때문에 3.2m 정도다. 이 가벽은 해밀톤호텔의 실외기를 가리는 용도로 이용돼 왔다. 그런데 가벽은 B주점 테라스보다 더 오래전에 설치됐다. 카카오맵에서 확인되는 모습은 2009년부터다. 이처럼 10년 이상 골목을 침범하고 있었고, 매년 핼러윈 때 이 골목에 사람들이 넘쳐났지만, 불의의 사고는 없었다. ‘가벽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과거에 비춰봤을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또 해당 가벽은 지붕이 없어 건축법상 불법증축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속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용산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가벽이 있는 골목 도로는 1960년대에 깔릴 때부터 폭이 좁았고 해밀톤호텔 건축 당시에는 3m만 확보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의 건축사무소 소장 김아무개씨는 “법망이 미비해 개선이 힘든 부분은 국회가 해결해야지 구청이나 건축주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10월3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드러나는 경찰의 부실 대응...112 최초 신고에서 사고 발생까지 4시간 미적대

시사저널이 접촉한 현장 목격자와 자영업자 대다수는 행정력 부재를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장례 절차가 마무리될 무렵 근거로 뒷받침됐다. 경찰청이 참사 당일 112 신고 내역을 11월1일 공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따르면, 신고가 최초 접수된 건 참사가 있었던 10월29일 오후 6시34분이다. 신고 내용 녹취록에는 압사 조짐을 느낀 시민들의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이후 4시간 동안 경찰 통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에 이태원 질서 유지에 주력한 경찰 인력은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력의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핼러윈 때 시민들이 사고 골목 위쪽에서 우회해 이태원역으로 가려면 50m를 이동해 폭이 더 좁은 이태원로 23길로 내려가야 한다. 혹은 90m를 움직여 세계음식거리를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 인파를 고려하면 어느 방향이든 만만치 않다. 결국 사고 골목에 피해가 집중된 데다 경찰의 현장 진입마저 어려웠다. 일방통행만 유도했어도 참사는 없었을 거란 지적이 잇따른다.

게다가 참사 직후 시민단체 동향정보를 수집해 만든 경찰청 내부 문건이 공개되며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또 “기동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는 일선 경찰관의 지적과 파출소에서 경찰청에 이르기까지 신속한 보고가 안 된 정황이 불거졌다. ‘윗선’ 책임론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그 밖에 이태원동 안전관리 의무를 진 용산구청과 이태원역 무정차 운행을 고려하지 않은 서울시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핼로윈 행사 주최가 없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틀린 말이다. 우선 주최 여부와 상관없이 핼로윈은 2010년 무렵부터 이태원의 비공식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당연히 사고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관리법)은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국가와 지자체가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핵심 주체는 행정안전부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1월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 표명 후 생각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11월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 표명 후 생각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현행법상 사고 예방 주체는 행안부...힘 실리는 ‘이상민 경질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보다 19분 늦게 사건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난 점도 뭇매를 맞았다. 이 장관은 119로 신고가 처음 들어온 10월29일 오후 10시15분보다 약 한 시간 늦은 오후 11시20분에야 사건을 인지했다. 이런 가운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36분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다음 날인 10월30일 오전 0시14분에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난 대응 보고체계가 뒤죽박죽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꼬리 자르기’ 수순이라는 우려가 있는 제 식구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특별수사본부와 특별감찰팀을 동시에 가동해 참사 관련 경찰의 대응을 살펴보고 있다. 501명 규모로 꾸려진 특수본은 용산경찰서뿐 아니라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서울경찰청도 수사 중이다. 11월2일 오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소방재난본부 방재센터 등 8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특별감찰팀은 서울경찰청이 경찰청에 참사 상황 등을 늦게 보고한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특별감찰팀은 11월3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뿐 아니라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과장(총경)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특별감찰팀은 이들이 참사 당일 업무를 태만히 해 상황 인지 및 보고가 지연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로 인해 이들은 특별수사본부 수사를 받게 됐다. 특수본과 특별감찰팀은 참사와 관련한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 확인하고 엄정 조치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제 식구인 경찰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검찰 수사력이 투입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윤희근 경찰청장은 수사 대상이 되며, 늑장보고를 받고 즉각 지휘권 행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고위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정치적 책임을 넘어 법률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은 1989년 잉글랜드 셰필드의 경기장에서 축구팬 97명이 압사당한 참사를 겪은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술취한 일부 팬들에 의한 사고사’라고 발표하며 책임론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2012년 재조사를 통해 경찰이 최소한의 저지선도 마련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며 ‘직무유기로 인한 과실치사’ 결론이 났다. 무려 23년 만에 진상을 밝힌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11월3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 보관소에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11월3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 보관소에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압사 가능성 상존하는 서울...당장 이태원 개발은 힘들어

앞으로 압사 사고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에서 압사 사고 가능성은 상수(常數)다. 핼러윈을 맞이한 이태원은 물론이고 홍대와 강남역도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 때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평상시 지하철역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혼잡도(정원 대비 승차인원)를 살펴보면 강남·잠실·홍대입구를 지나는 2호선이 149%였다. 또 서울역·동대문·사당을 지나는 4호선은 151%다.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인파는 불길한 징조일 수밖에 없다.

당장 이태원의 경우 보행환경 개선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이미 2013년 이태원을 ‘보행환경개선지구’로 지정해 통행로를 개선한 바 있다. 당시 아스팔트 거리를 도로로 포장하고 낡은 계단을 정비했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못한 도로가 있다. 사고가 난 이태원동 119-3번지와 119-6번지 골목이 그중 하나다. 그 원인은 해당 도로의 소유 관계로 분석된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골목 위쪽인 이태원동 119-6 도로의 경우 소유자가 법인과 개인을 포함해 30명이나 된다. 일단 해밀톤호텔을 운영하는 ㈜해밀톤관광이 43%를 소유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그다음으로 대한주택공사(현 LH)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 서울시가 1%, 나머지 46%는 개인 27명이 나눠 갖고 있다. 개인 몫의 지분은 상속과 증여 때문에 세분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사도(私道·개인이 소유해 도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도로)는 소유자 허락 없이 전면 개발이 불가능하다. 용산구청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사유지라 확장 공사는 불가능하다”며 “일부가 깨져서 통행에 불편을 주면 보수 공사 정도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2020년 12월 도로 포장재를 정비했다고 한다. 강남 건축사무소장 김씨는 “당국이 마음대로 사유지에 공사를 진행하면 소유자들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용산구나 서울시가 기부채납을 받거나 토지를 매입하면 되지만, 이마저도 근저당권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이태원동 119-6의 경우 현재 걸려 있는 근저당권이 11건이다. 모두 공동담보로 제공돼 채권이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끼어있다. 게다가 도로와 인접한 토지·건물 소유자의 이해관계도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대규모 행사가 있을 때마다 경찰의 통제가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다가온다.

 

“용산구청·경찰·소방 등 지역안전관리 시스템 작동 안 해”

물론 한정된 경찰력을 모든 지역에 투입할 수는 없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을 선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밀집도를 예측할 수 있는 인프라는 이미 마련돼 있다. KT가 지난 9월부터 서울시에 제공하는 ‘실시간 인구 데이터’가 그것이다. 이는 서울시의 휴대폰 기지국 신호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요 지역의 인구 현황을 추정한 자료다. 이를 통해 현재 이태원을 비롯해 동대문, 신림, 신촌, 홍대 등 번잡한 지역 50곳의 혼잡도를 확인할 수 있다. 참사가 있었던 10월29일 밤도 예외가 아니다. 이를 토대로 통제를 강화하거나 과밀 주의 경보를 내리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한계도 있다. 우선 실시간 인구 데이터에 잡히는 사람들은 KT 이동통신 가입자로 제한된다. KT 점유율 등을 따져 보정하긴 하지만, 실제 인구수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공안전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는 이동통신 3사의 정보를 통합 수집할 수 있도록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실제 2020년 5월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확산을 위해 이태원에 30분 이상 머무른 사람의 명단을 이통 3사로부터 확보했다. 그러나 이때는 ‘감염병 예방에 필요하면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제시했기에 가능했다. 한편 데이터 수집 범위에 따라 사생활 침해 소지가 남아있는 점은 또 다른 걸림돌이다. 2020년 7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해당 감염병예방법이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현철 숭실대 대학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재난관리 매뉴얼 등 방안은 이미 관련법에 명시돼 있고, 그 첫 단추인 지역재난관리는 시장·구청장·군수 책임하에서 가동하게 돼있다”며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청과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 간 지역안전관리 시스템이 유무상통하게 작동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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