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위치서 최선” “전 취임 4개월차”…아무도 ‘직’을 걸지 않았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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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안위 출석한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 사퇴엔 ‘선 긋기’
이상민 “할 수 있는 일 최선 다해 수행”, 박희영 “마음의 책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1월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 구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1월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 구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

35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 책임자들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행정 참사' 정황이 짙어지고 있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필두로 사퇴에는 선을 그으며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민 "사의 표명한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

야권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 장관은 7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명하지는 않았으며, 이 문제로 의논한 적 역시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사의 표명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실과 사퇴 관련 의논했는지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의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국민의 안전은 정부의 무한 책임이라고 생각을 한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라고 부연했다.

이어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재차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고 질문하자, 이 장관은 "다시 한번 이번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리고, 현재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이 장관이 거듭 현재로서는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히자 최 의원은 "지금 장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물러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장관은 이날 참사 이튿날 논란이 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거듭 "송구하다. 더 이상 변명하지 않겠다"며 사과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11월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에 답변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11월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에 답변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

다만 천 의원의 '이태원 사고입니까, 참사입니까. 사망자입니까, 희생자입니까'라는 질의에 이 장관은 "참사 수준의 사고라고 생각한다. 사망자라고도 할 수 있고 희생자라고도 할 수 있다"며 정부의 초기 용어 사용 지침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사고 사망자'라는 정부 지침이 내려왔던 것에 대해 "국무총리가 지시한 건 아니며, 재난안전법에 있는 용어이고, (당시 지침은)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향해서도 늑장대응과 지휘보고 체계 붕괴, 112 신고 부실 대응 등 질타가 잇달았다. 

윤 청장은 이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했지만 별다른 거취 표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청장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현장에 늦게 도착하고 상부 보고 역시 지연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고의 역량으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이 전 서장의 행적과 보고를 '미스터리'로 규정, 참사를 고의적으로 방치한 정황을 집중 언급하며 "과실 치사 혐의로 긴급체포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서울청장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대통령과 정부의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 선포로 경력 운용에 차질이 생기면서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 서울청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에) 마약 관련 범죄 예방 활동에 형사들이 투입된 건 제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서울청은 7월부터 마약 특별 단속을 시작했고, 국정감사에서도 마약 특별대책을 수립하고 특별히 관심을 가지라 하셨다. 그런 연장선에서 이번 핼러윈에 마약이 문제 되면 안 된다는 깊은 인식을 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11월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출석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출석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희영 "관례대로 회의"…질타에 머쓱한 듯 미소 짓기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사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사고 최초 보고 시각에 대해 "(이태원) 주민에게 오후 10시51분에 문자를 (받았다)"고 답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현장에 공무원이 아무도 안 나갔냐"고 묻자 박 구청장은 "배치돼 있었다"면서도 구청 공무원들로부터는 전혀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을 앞두고 열린 용산구청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변명을 하다 제지받기도 했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이 당시 회의를 부구청장이 주재한 이유를 묻자 박 구청장은 "저는 취임 4개월 차 구청장"이라며 "부구청장이 주재하겠다고, 관례대로 하겠다고 해서…"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박 구청장 말을 끊으며 "큰 행사를 할 땐 단체장이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데 관례가 어딨느냐"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박 구청장은 머쓱한 듯 옅은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또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면서도 '이 책임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이냐'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박 구청장은 "여러가지 희생이 나온 것에 대한 제 마음의 책임"이라고 답해 사실상 구청장직 사퇴 의사는 없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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