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커지는 오너 4세들의 행보…경영 승계는?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8 14: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진 통해 한 발 다가선 경영권
경영 능력 검증과 지분 확보 관건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신임 대표이사 사장 ⓒ코오롱그룹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신임 대표이사 사장 ⓒ코오롱그룹

재계 오너 4세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인사 시즌을 거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들의 승계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내외적인 경영 능력 검증과 함께 지주사 지분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 신임 사장은 BMW본부장인 전철원 부사장과 함께 내년 1월 출범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각자 대표이사를 맡는다.

이 사장의 대표이사 승진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지난 7월 코오롱글로벌은 건설과 자동차 사업 부문의 인적분할을 단행하면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지난 2년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장을 맡아왔던 당시 이 부사장의 대표이사 승진이 내정된 상태였다. 신설 법인의 대표에 오른 이 사장은 2012년 입사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를 맡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 명예회장이 이 사장의 경영 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올해 승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역할이 확대됐다. 식품성장추진실 산하에서 북미 중심의 전략기획1담당을 맡아왔던 그는 이번 인사를 통해 글로벌 식품사업을 총괄하는 식품성장추진실장 자리로 옮겼다. 사실상의 승진이다. 재계에서는 이 경영리더가 미주 성과를 토대로 유럽과 아태지역 공략을 통해 그룹 내 입지를 한층 강화시키겠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GS 오너 4세인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일찌감치 경영에 나선 상태다. GS글로벌 대표에 이어 2019년 GS칼텍스 대표를 맡은 허 사장은 승계 구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S 오너가 4세 가운데 가장 먼저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은 데 이어 그룹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까지 역임하고 있어서다. 지난 3월에는 GS칼텍스 이사회 의장에도 선임됐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신임 식품성장추진실장 ⓒCJ그룹
이선호 CJ제일제당 신임 식품성장추진실장 ⓒCJ그룹

갈 길 먼 지주사 지분 확보재원 마련 고심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오너 4세들이지만 경영 승계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지주사 지분 확보다. 물론 처한 상황은 각기 다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게 된 이규호 사장은 ㈜코오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지분이 전무하다. 회장 승계 이전부터 꾸준히 지분을 보유했던 이웅열 명예회장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2018년 퇴임한 이 명예회장의 ㈜코오롱 보유 지분은 51.64%다.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도 여전히 공고하다. 이 명예회장의 결단만 선다면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문제없는 상황이다.

이번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에 오르면서 경영권 승계에 바짝 다가섰다는 평가지만 시점은 불투명하다. 이 명예회장이 2018년 퇴임 간담회에서 ㈜코오롱 지분 증여와 관련해 “능력이 안 되는데 굳이 지분을 물려주고 경영권을 넘길 생각은 없다”고 단언한 바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경영 승계의 초석을 닦은 이번 승진을 통해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그룹을 이끌어갈 기회가 더 빨리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의 지분 확보는 꾸준히 이뤄져왔다. 이 경영리더는 지난 2월 CJ 보통주 3만3962주와 우선주 1만5738주를 장내 매수했다. CJ 보통주 지분율은 2.75%에서 2.87%로 늘어났다.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는 2029년에는 5.87%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 경영리더의 CJ 지분 확대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CJ올리브영이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CJ 지분을 늘리는 시나리오였다. 이 경영리더는 CJ올리브영 지분 11.09%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상장 주관사까지 선정했으나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세계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장 시점을 특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GS 승계 구도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지주사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GS일가는 ‘가족회의’를 통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회장 선정도 마찬가지다. 현재 총수인 허태수 회장의 지분율은 2.12%에 불과하다. 결국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대표 등 GS 오너 4세들 간의 경영 성과에 따라 경영 승계 주인공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