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정근發 ‘친문 게이트’ 노웅래 의원까지...檢, 뇌물 혐의로 압수수색
  • 조해수·김현지·공성윤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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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의원에게 수천만원 건넨 혐의 ‘사업가 박씨’,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10억원 제공한 혐의도 받아
노 의원 “박씨 모른다”...박씨 “나와 상관없는 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가 11월16일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마포구 갑)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마포구 지역구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노 의원이 2020년 사업가 박우식씨(63) 측으로부터 청탁의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각종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10억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 10월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9억4000만원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21대 총선 선거비용 3억3000만원 수수) 등의 혐의로 이 전 부총장을 구속기소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웅래 “나쁜 저의를 가진 정치탄압 기획수사”

시사저널은 10월21일자 <이정근 10억원 수수 사건, 친문 게이트로 비화...노영민·박영선·성윤모·이성만·류영진> 기사를 통해 이정근 전 부총장 사건에 연루된 문재인 정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장관, 국회의원 등을 단독 보도했다. 이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장(김보라 안성시장), 공기업 감사(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최영호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 경찰 간부 등도 이 전 부총장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은 소속 검찰연구관을 반부패수사2부에 파견해 수사팀을 보강하며 관련 인물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첫 공판은 12월14일 열린다.

시사저널은 10월28일자 <[단독]10억원 수수 이정근發 친문 게이트, 공기업·지자체·경찰도 얽혔다>는 기사를 통해 노웅래 의원의 뇌물 혐의도 함께 보도했다.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씨가 자신의 부인을 통해 노웅래 의원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후 박씨가 이를 빌미로 노 의원에게 각종 청탁을 하자, 이에 부담을 느낀 노 의원은 5000만원을 박씨에게 되돌려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이 해명을 요구하자 노웅래 의원은 “이정근 전 부총장의 메모에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 전 부총장에게 전화통화로 ‘내 얘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 전 부총장은 ‘그런 적 없다’고 하더라”면서 “또한 박씨는 물론 박씨의 아내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정근 전 부총장 공소장에는 노웅래 의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시사저널도 노 의원의 실명 대신 ‘민주당 중진 의원 A’로 보도했다. 그러던 중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노웅래 의원은 압수수색이 이뤄진 후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이정근 전 위원장(민주당 서초구 갑 지역위원장)의 공소장에 이름도 거론되지 않았던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해 회기 중에 현역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명백한 입법권 침해이며 야당 탄압”이라면서 “아무런 물적 증거도 없이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해서 불시에 군사작전 하듯이 의원회관과 지역사무실, 자택까지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비정상적이고 나쁜 저의를 가진 정치탄압 기획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뇌물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

그러나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씨가 노웅래 의원에게 건넸다는 돈은 전달 과정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이 개입하지 않았다. 박씨 측이 노 의원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전 부총장 공소장에 노 의원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또한 노 의원이 설령 돈을 돌려줬다고 하더라도, 즉시 돌려주지 않고 3~4일만 지나도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심지어 유죄 판결이 날 경우, 5000만원을 추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줬을 리 없다”면서 “또한, 뇌물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박씨에게 해명을 요구했으나 박씨는 확답을 피했다. 다만 “나와 관계 없는 일”이라고만 답했다.

MBC 기자 출신인 노웅래 의원은 4선 의원이다. 지난해 6월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에 올랐으나, 임기를 7개월여 앞두고 지난달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이 때는 이정근 전 부총장이 기소되면서 박씨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다. 당시 노 의원은 사의를 표명한 이유로 “새로운 지도부(이재명 대표)가 들어섰으니 길을 터주는 게 맞다고 봤다”고 밝힌 바 있다.

박씨는 과거에도 정치권과 유착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2008년 터진 ‘부산자원 특혜 대출 사건’의 주인공으로, 당시 수천억원의 돈을 부당대출한 혐의를 받았다. 박씨는 결국 무죄로 풀려났지만, '친노(친노무현)' 핵심인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송기인 신부와의 관계가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2014년경에는 포스코건설의 송도사옥 매각과 관련해 또 한번 정계를 뒤흔들었다. 송도사옥 지분을 갖고 있었던 박씨는 송도사옥이 높은 가격에 팔리길 원했다. 이를 위해 정계 유력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접촉했다. 박씨는 중요 인물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할 때 항상 녹음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 ‘친박(친박근혜)’ 실세였던 서청원·이우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물론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눈 부적절한 대화도 모두 녹음했다. 시사저널은 2018년 박씨의 녹음 파일 수백개를 입수해 <서청원 의원, 포스코 회장 만나 이권 청탁>, <정세균 국회의장,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매각 개입 의혹>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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