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성범죄자 김근식이 학교 근처에?”…보호관찰법, 주민 불안 달래줄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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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표 ‘보호관찰법’…학교·유치원 근처 성범죄자 갱생시설 거주 제한
법안 실효성에 의문도…이수정 “제한할수록 오히려 재범 촉진 가능성도”
아동성범죄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아동성범죄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교도소 다녀왔다고 성범죄 안 저지를까. 그 범죄가 우리 아이에게도 일어난다면…생각하기도 싫어요.”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9살 딸아이의 엄마 이연수(38)씨는 최근 가슴이 철렁했다. 출소를 앞둔 연쇄 미성년자 성폭행범인 김근식이 이씨 집 근처에 위치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갱생시설)에 입소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다행히 김근식이 16년 전의 또 다른 범죄 혐의로 출소 하루 전인 지난 10월17일 재구속되면서 우려는 일단락됐다. 이씨는 “김근식이 재구속되지 않았다면, 출소 후 우리 아이 학교 근처에서 또 돌아다니면서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을지 모른다”며 상상만으로 치를 떨었다.

경기 화성시 봉담읍과 인근 대학가도 발칵 뒤집혔다. 상습 성폭행 혐의로 15년을 복역한 박병화가 지난 10월31일 출소 후 해당 지역에 거주지를 마련해 ‘현재’ 살고 있어서다. 특히 이 지역은 대학생들의 원룸 밀집지로 유명하다. 이에 주민들과 일부 대학생들은 “박병화가 언제 또 성범죄를 일으킬지 몰라 불안하다”며 집단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박병화가 거주 중인 건물의 주인도 건물인도 소송(퇴거 청구)를 진행 중이다. 건물주는 “박병화가 모친 이름으로 임대차 계약을 한 탓에 우리 건물에 입주해 있는 줄 미처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성범죄자들의 만기 출소 소식이 들려오자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동성범죄자들이 출소한 후에도 사회와 완전히 격리될 수 있길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연쇄 성범죄자들이 출소 후에도 또 성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일명 ‘제시카법’이 존재한다. (해당) 법안은 학교·유치원·놀이터 등 아동들이 모이는 장소들로부터 일정거리 밖으로 성범죄자들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6년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 한 혐의로 15년형을 선고 받은 김근식이 10월17일 만기 출소한다. ⓒ 인천경찰청 제공
2006년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 한 혐의로 15년형을 선고 받은 김근식이 10월17일 만기 출소한다. ⓒ 인천경찰청 제공

“개정안에 마음 놓여”…“대학교 등 교육시설도 포함해야”

이와 비슷한 내용을 포함한 법안이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현재 추진되고 있다. 김근식이 거주할 뻔했던 의정부시를 지역구로 둔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보호관찰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아동성범죄자가 출소 후 갱생시설에 거주할 경우, 시설 주변 일정거리(대통령령으로 결정) 내에 초등학교·유치원·놀이터 등 어린이 보호시설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범죄자의 거주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민철 의원은 성범죄 재발을 막고 지역주민과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현행법에서 미비했던 갱생시설 입소 과정에 주변 지역사회 안전을 고려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법안의 의미가 있다”며 “원칙적으로 아동성범죄자가 아동보호시설 근처 갱생보호시설에 거주를 못 하도록 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통해 아동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는 물론 지역사회 시민의 안전을 동시에 지킬 수 있게 됐다”고 자신했다.

해당 법안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호응하는 분위기다. 학부모 이연수씨는 “그동안 맘카페나 지역주민들이 해온 시위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은 것 같다. 법이 통과된다면 마음이 조금 놓일 것 같다”며 “우리 아이가 다니는 공간만큼은 어떤 범죄로부터도 보호받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대학교 커뮤니티에선 해당 법안의 대상을 더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법안의 거주지 대상을 초·중·고에 그치지 않고 대학교 등 모든 교육시설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 ⓒ시사저널 임준선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 ⓒ시사저널 임준선

“모든 동네서 거부하면 이들은 어디로 가나” 우려도

다만 일각에선 해당 법안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오히려 성범죄자들을 제한할수록 재범을 더 촉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법안의 내용이 결국 우리 동네에 들어오지 말라는 내용이랑 비슷한 느낌”이라며 “성범죄자들도 지역사회에 어떻게든 적응을 해야 재범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법안대로 범죄자들의 고립이 더 심해지면, 오히려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 김근식이 갈 뻔한 법무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갱생 시설은 전국에 다 뿌려져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라며 “법안대로라면, 어느 동네에서도 갱생 시설을 지으라고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 사람들은 어디로 들어가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만약 아동시설이 없는 산으로 들어간다면, 오히려 한 번씩 도시로 내려왔을 때 더욱 범죄 욕구가 증대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성범죄 전문인 이은의 변호사도 해당 법안이 근본적으로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은 서울과 부산도 2시간이면 가는 거리”라며 범죄자들과 아동 간 물리적 거리를 떨어트려 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범죄 욕구가 있으면 당장 범죄자가 머무는 곳 근처에 아동이나 청소년이 없어도 충분히 쉽게 아동 밀집지역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정부 시민들이 10월16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의정부 시민들이 10월16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범죄자를 무조건 배척 말고 함께 살 고민해야”

이들이 제안하는 법안 개선 방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범죄자들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국민들이 모두 안전하면서도 함께 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교수는 성범죄 재발을 막을 실질적인 방법으로, 범죄자들에 대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시민들 안전도 높이고 인권침해 논란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갱생 시설을 세울 때 처음부터 주거지 제한을 걸던지, 시설 내 보호관찰관 배치를 늘리고 보안 장치를 더욱 철저하게 설치하는 방안도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아이들 곁을 (성범죄자들이) 미행해도 혼자 있지 않는 한 낮에 혼자서 어딜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야간에만 철저히 격리를 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범죄자들이 주로 야간에 앱을 통해 성매매를 시도할 수 있으니, 이들의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고 보호관찰관과 함께 거주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앞서 폐지된 ‘보호 수용제도’를 다시 부활시키자는 목소리도 냈다. 보호 수용제도는 재범 우려가 큰 범죄자를 출소 후 일정 기간 감호소 등 시설에 수용하는 제도다. 다만 해당 제도는 ‘이중 처벌’ 논란으로 결국 2005년 폐지됐다. 그는 재범률이 높다고 예상되는 사람에 대해 무조건 배척하기보단 집중적으로 보호관찰·관리할 수 있는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범죄자들이 자발적으로 수용 시설에 들어가겠다고 했을때, 그 의지를 강화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일정한 혜택을 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지원책이 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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