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과 트럼프의 평행이론…‘한국판 트럼피즘’ 노리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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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前 정부’ 소환하고 ‘가짜뉴스’로 규정
보수 결집에는 효과…트럼프와 달리 “尹만의 어젠다 안 보여” 비판도

# 2017년 1월12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CNN은 가짜 뉴스 보도로 완전히 폭락했다”고 적었다. CNN이 러시아가 트럼프에게 불리한 사생활 관련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이를 반박하면서다. 이에 CNN 측이 ‘보도에 오류가 있으면 지적하라’는 입장을 냈지만, 백악관은 끝까지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2018년 11월, CNN 기자는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했다.

# 2022년 11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동남아 순방 때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미국 순방 중 비속어 사용 논란’와 관련한 MBC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규정했다. 이에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냐’고 반발, 대통령실 비서관과 설전을 벌였다. 그리고 3일 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했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닮은꼴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MBC와의 갈등이 과거 트럼프 행정부와 CNN의 갈등을 연상케 한다는 시각에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前)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고 ▲비판적 언론사를 비난하며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연 윤 대통령은 ‘한국의 트럼프’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화법도 닮았다? 트럼프 ‘왓어바우티즘’ 연상

윤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계 입문 과정부터 닮았다. 각각 법조인과 사업가 출신으로, 본인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이른바 정치인의 ‘정규 코스’를 밟지는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정당 내 주요직책을 맡아봤거나 의원, 기초단체장 경험이 없다. 그리고 진보 정권과 각을 세운 끝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 모두 위기 때마다 전 정부의 실정(失政)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인사, 경제, 외교 문제 등이 거론될 때마다 ‘전 대통령, 전 정부보다는 내가 낫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식이다.

윤 대통령은 6월8일 검찰 편중 인사 지적에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 등에 대해 ‘정치보복’ 논란이 일었을 때는 “민주당 정부 땐 그럼 (보복 수사를) 안했느냐”고 되물었다. 6월22일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냥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유사한 화법을 구사했다. 이른바 ‘왓어바우티즘(whataboutism)’이다. ‘왓어바우티즘’은 ‘What about?(넌 어떻고?)’에서 유래한 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 대통령이나 정치적 앙숙들을 공격할 때 사용한 ‘피장파장’ 어법을 말한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이 더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직 시절 공식 업무를 자신의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이를 상기시킨 것이다. 또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에는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였다면 북한과 미국은 이미 전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처럼 보수 결집? “쉽지 않다” 전망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향우’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 백인 보수층 등 공화당 지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에겐 거센 비난을 받았다. ‘반쪽짜리 대통령’이 됐지만, 적어도 보수 진영 내 인기는 빠르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 같은 현상은 ‘트럼피즘(Trumpism)’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럼피즘’을 발판삼아 3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다.

과연 윤 대통령은 ‘한국판 트럼피즘’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현 정부를 향한 공격이 빗발치면 자연스럽게 여당 지지층이 결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의 대선 라이벌이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법리스크’ 논란에 휩싸인 게 윤 대통령에겐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론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각종 악재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얻는 상대적 반사이익’으로 해석된다”며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질 때는 누군가 이탈한 지지층을 가져갈 상대 인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또는 핵실험 위협이 계속되면서 안보 보수층이 결집하는 현상 또한 윤 대통령 지지율이 거의 흔들리지 않는 배경으로 풀이된다”고 부연했다.

배 소장은 윤 대통령이 당분간 ‘보수 결집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콘크리트 지지층인 60대 이상이 위기감에 따라 결집하고 중도층과 MZ세대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민주당 쪽으로 옮겨가지 않고 있다”며 “이런 계산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교류는커녕 ‘마이웨이’식으로 가더라도 국정운영 돌파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자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편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은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아직 괄목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분석에서다.

이에 윤 대통령이 ‘보수 결집’이 아닌 ‘인적 쇄신’과 ‘통합’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명박(MB) 정부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심지어 MB 때 실패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민들에게 전향적인 정부, 새로운 모습의 대통령으로 보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윤석열 정부가 이루려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국정 어젠다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과거의 흘러간 인물들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진영 밖 인재들을 찾아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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