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플랫폼’으로 함안 소멸 위기 제대로 극복한다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7 15:05
  • 호수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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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군, ‘청년 중시’ 철학 기반으로 청년 생태계 조성

경남 함안군의 청년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내일을 만드는 함안청년 창업가’ 사업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을 끌었다. 초기자본이 부족한 (예비)창업자에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단기간에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 지난 8월 3팀이 법인화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조근제 함안군수는 11월21일 시사저널에 함안의 ‘청년친화도시’ 사업을 소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함안의 청년 유출 현상은 심화하는 추세다. 작년 한 해 동안 함안 청년 1373명이 둥지를 떠났는데, 대부분 대도시로 옮겨갔다고 한다. 2020년 1394명, 2019년에 1187명이 함안을 등졌다. 올해 10월 함안의 인구(6만1613명)가 2017년에 비해 9.7% 감소한 데 반해 함안의 청년 인구(1만4429명)는 2017년 대비 28.8%로 줄어들었다. 조 군수는 “안타깝게도 더 좋은 일자리, 더 좋은 교육 기회를 찾아 떠나고 있다”고 했다.

함안군의 문제 인식은 냉철한 현주소 파악에서부터 시작됐다. 함안 지역 고령 인구 비율은 지난해 26.8% 수준이다. 2020년에는 25.1%, 2017년에는 21.2%였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예상 인구 피라미드 역시 ‘역(逆)피라미드형’으로 바뀔 것이다. 전형적인 초고령화 사회의 모습이다. 함안의 지방 소멸 위험지수 역시 0.33으로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

조근제 함안군수(앞줄 맨 가운데)가 3월2일 여항면 마을문화센터에서 ‘내일을 만드는 함안청년 창업가’ 선정자에게 확인증을 수여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함안군 제공

‘청년친화도시’로 거듭나기

변화하는 인구구조를 인정한 함안군은 2년간 총 153억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확보하며 지난 9월부터 인구 증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 청년 유출임을 파악한 함안군은 청년친화도시 조성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청년 및 귀농·귀촌 인구 유입 정주 여건 개선과 청년 정책 플랫폼 조성으로 지속 가능한 청년 생태계 만들기에 나섰다.

함안군은 2020년 경남도가 추진한 ‘청년친화도시 사업’에 선정돼 2년간 26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앞서 2019년에는 ‘함안군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청년 친화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조 군수는 ‘청년이 활기찬 함안 만들기’라는 ‘청년 중시’ 철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함안군은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청년 네트워크 확산과 일터 진입 확보, 자립 기반 확충, 참여 기회 확대를 세부 목표로 정했다.

조근제 함안군수(왼쪽 일곱 번째)와 함안 청년들이 9월30일 산인면 입곡 온새미로공원 조성사업 준공식 무대에서 청년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함안군 제공

지속 가능한 창업 육성 위한 ‘정책적 뒷받침’

함안군은 지역 실정에 맞는 청년 주도의 현장 체감도 높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군수와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과 청년정책협의체 간담회 등을 추진했다. 또 청년 의견을 반영해 △함안 청년 플랫폼 조성 및 운영 △함안 청년 동아리 활동 지원 △내일을 만드는 함안 청년 창업가 지원 △청년 응원 프로젝트 ‘소원을 말해봐’ △함안 청년 네트워크 △우리 동네 청년문화 창작가 △힐링 북 컨설팅 △함안에 살아보기 △함안 청년 돼지저금통 등 정책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함안군은 청년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온·오프라인으로 청년 활동 무대를 확장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함안군은 2021년 입곡 온새미로공원 내에 멀티플센터를 준공하고, 1층과 3층에 함안청년센터를 마련했다. 1층에는 사무실과 공유 공간을 만들어 창업 인큐베이터 기능을 위한 회의·전시 공간 등을 조성했고, 3층 다락방에 도서를 비치해 청년 휴식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창업가를 위한 멘토링 Day와 원데이클래스 등 청년 교육과 행사를 진행하는데, 많은 청년의 참여와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도 함안군은 청년 정책 플랫폼을 온·오프라인으로 구축했다. 이를 통해 청년의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청년 활동 기반을 마련하면서 청년들의 네트워크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청년 창업 지원을 통한 지방 소멸 위기 극복 정책으로 ‘내일을 만드는 함안청년 창업가’ 사업이 꼽힌다. 함안군은 몇 해 전부터 지역 소멸 시대에 접어들었다. 일자리와 인력의 수급 불균형이 가속화되면서 지역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이에 민선 7기 조 군수의 역점 사업인 ‘내일을 만드는 함안청년 창업가’는 2021년 초반 기본 구상이 수립됐고, 단순 사업자금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창업가 육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지역 청년 인구 유출과 일자리 부족 등에 대비해 청년들이 지역에서 온전히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함안군은 사회혁신 아이디어로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청년 예비창업가 10팀을 선정했다. 함안군은 청년 예비창업가에게 총사업비의 80% 이내 사업화 자금을 지원했고, 경남대학교 공동체지원단의 멘토링과 네트워킹 등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그 결과 △전통 정과 및 도라지 정과 제작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유통업 개선 및 과일꾸러미 제작팀 △교육·미디어 콘텐츠 제작팀 △공유카페 △그림책 서점 등 청년 창업 아이템을 발굴했다. 특히 지난 8월 이 중 ‘카페 더이스트’ 등 3개 팀이 법인화에 성공했다. 조 군수는 “이 사업으로 함안 청년 창업 생태계 지원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함안군 청년 창업 지원사업 지침 수립과 창업 가이드북 개발이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서 함안군으로 전입해 온라인 기반 플랫폼 사업을 준비 중인 전경옥씨는 IT 기반 사업으로 ‘함안청년센터 메타버스’를 구축했다. 함안군의 청년 정책에 힘입어 함안에 삶의 터전을 잡게 된 전씨는 함안의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돼 “함안에서 받은 혜택으로 재능을 펼치고, 지역에 환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안군은 올해 ‘우리동네 청년문화 창작가 지원사업’으로 푸드트럭 페스타와 농산물 홍보 프리마켓 등을 개최했는데, 청년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도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 9월 제1회 함안 청년 페스티벌에 참가한 황세정 그림책공원 대표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함안군이 개최하는 행사에 청년 창업가들이 참여해 홍보의 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함안군의 청년 정책 플랫폼은 지속 가능한 청년 생태계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지금 혜안과 추진력을 겸비한 자치단체장이 확고한 비전으로 청년을 키우고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그 시간의 축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조 군수는 “함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예정인 말이산고분군이 있는 아라가야 역사의 고장이자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라며 “함안군은 함안 미래 발전의 원동력인 청년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며 다양한 분야에서 촘촘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 ‘청년들이 활기찬 함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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