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주호영, 재부상하는 ‘윤핵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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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장제원 당내 현안 두고 연이어 이견
권성동은 ‘대야 전선’ 앞장…전당대회 의식하나

국민의힘 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존재감이 다시금 커지는 모양새다. ‘책임론’에 휘말리며 후방으로 물러났던 ‘원조 윤핵관’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현안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다. 이들이 예산, 인사, 대야 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당론을 주도하면서 당 일각에선 ‘주호영 리더십’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주 원내대표가 아닌 ‘윤핵관’에게 있다는 시각에서다.

장제원(왼쪽)·권성동 의원이 7월1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장제원(왼쪽)·권성동 의원이 7월1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심’은 주호영에 있지 않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재 ‘투톱 체제’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다. 당내 최다선(5선)인 정 비대위원장의 경우 강한 리더십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친윤 그룹의 삼고초려 끝에 비대위원장에 추대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7일 당시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세 번이나 방에 찾아가서 설득했고, (정진석) 부의장이 마지막에 승낙해주셨다”고 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출발선이 조금 달랐다. 당선은 됐으나 득표율이 ‘예상 밖’이었다. 9월19일 치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주 원내대표는 106표 중 61표를 얻었다. 양대 구도로 나선 이용호 의원의 득표수는 42표. 무효는 3표였다. 국민의힘 의원 10명 중 4명은 주 원내대표를 지지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추대된’ 정 비대위원장보다는 ‘신승한’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연일 도마에 오르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장면은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나왔다. 전날 주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메모 논란’과 관련해 퇴장시킨 일에 대해 초선이자 친윤 인사인 이용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같은 날 장제원 의원도 주 원내대표의 퇴장 조치에 공개적인 불만을 표했다.

논란이 일자 주 원내대표는 수습에 나섰다. ‘오해’가 있었다는 게 주 원내대표의 해명이었다. 실제 주 원내대표는 이후 장 의원 등 당 중진들을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논란을 매듭지었다. 그러나 이 장면을 지켜본 여권 관계자들의 해석은 분분하다. 비공개석상도 아닌 공개석상에서 당의 대선배이자 원내대표를 ‘저격’하는 상황이 이례적이란 것이다. 일각에선 당시 상황을 근거로 ‘대통령실-여당 원내대표’, ‘대통령실-윤핵관’ 사이의 소통 채널이 따로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SNS로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닌데, 총회에서 초선(이용 의원)이 원내대표를 비판했고 대대적으로 보도까지 됐다. 대통령실의 ‘시그널’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한 보좌관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텔레그램으로 몇몇 의원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주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간의 오해가 있었다는 건 이들이 ‘윤심’을 읽는 채널이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추측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 의식? 친윤계 세력화 조짐

주 원내대표가 가시밭길을 걷는 가운데 ‘윤핵관’들의 위세는 날로 커지는 모습이다. 우선 주 원내대표를 저격했던 장 의원의 공개 발언이 활발해졌다. 장 의원은 8월 말부터 ‘계파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은 일절 하지 않겠다’며 지역구·상임위원회 활동에만 전념해 왔다. 그러나 최근 당내 현안과 관련해 다시금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장 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정치 공세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와 상반된 입장을 표한 셈이다. 또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해 “참사 없는 재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지금 이 장관에게 부여된 엄중한 책임”이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 역시 ‘행정부 책임론’에 일부 수긍했던 주 원내대표와는 다소 궤가 다른 입장이다.

집권여당 첫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5개월 만에 물러났던 권성동 의원은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하루 한 번꼴로 페이스북에 ‘논평’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은 종합 범죄인이자 살아있는 형법 교과서”(11월23일), “주식으로 집 샀다는 이재명, ‘금투세’로 사다리 걷어찼다”(11월16일)는 식이다. 권 의원은 대통령실의 ‘방패’로 나서기도 한다. 그는 지난 15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빈곤 포르노’ 논란에 대해 “(김 여사의) 수많은 봉사와 사랑의 손길이 민주당에겐 빈곤 포르노입니까”라고 반박했다.

여권 일각에선 ‘윤핵관’의 활동이 늘어나는 시점이 공교롭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이 공천권이 걸린 차기 전당대회가 다가오자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실제 친윤 그룹은 ‘세력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할 예정이었던 친윤계 공부모임 ‘민들레’가 이름을 바꿔 이르면 이달 말 재출범할 예정이다. 이철규 의원과 배현진 의원 등 참여 희망 의원만 60여 명 이상으로 전해진다. 당초 ‘민들레’ 모임을 주도한 건 장제원 의원이었다. 그러나 장 의원은 계파 논란에 참여를 물렀다. 새 스터디 모임 참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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