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당’ 재편 속도전…이미 시작된 총선 경쟁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5 10:05
  • 호수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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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비대위, ‘공천 0순위’ 당협위원장 66곳 물갈이 추진
‘친윤’ 중심으로 총선 승리 노리는 尹…‘비윤 학살’ 갈등 점화

총선을 1년5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전국적인 조직 정비에 나섰다. 지난여름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를 털어내는 데 성공한 정진석 지도부는 이번엔 총선 공천 ‘0순위’인 전국 당협위원장 물갈이에 앞장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꾸리고 전국 당협 253곳 가운데 현재 공석인 사고 당협위원장 66곳에 대한 추가 공모를 실시했다. 전국 약 4분의 1에 달하는 지역이 새 인물로 교체되는 대대적인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당협위원장의 중요성은 중요한 순간일수록 더욱 크게 발휘된다. 당협위원장은 해당 지역 당원들을 관리하고 동원하는 권한과 능력을 갖는다. 이 때문에 우선 조직력 싸움이 중요한 차기 전당대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로 평가받는다. 나아가 총선에선 당협위원장이 그 지역 후보로 공천을 받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 직접 공천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사람을 공천 대상으로 당에 추천할 권한을 갖는다.

이 때문에 2017년에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당협위원장 62명 교체를 두고, 당내 ‘학살’이라는 강한 비난과 충돌이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정진석 지도부발(發) 당협 물갈이가 국민의힘 재편의 신호탄이자 차기 총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5일 국회 시정연설 후 본회의장을 나가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5일 국회 시정연설 후 본회의장을 나가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은 11월18일 66곳에 대한 서류 지원을 마감했으며, 12월초부터 면접을 진행해 연내엔 당협을 이끌 새 얼굴들을 선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석 상태가 아닌 나머지 당협위원장에 대해서도 당무 감사를 통한 추가 교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 기반을 강화하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당내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의 ‘눈엣가시’였던 비(非)윤석열계를 솎아내고 ‘윤석열 당’으로의 재편을 본격화한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말 이번 66곳 당협위원장 교체가 친(親)윤석열 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첫 단추일까. 11월21일 국민의힘이 공개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공모 지역 66곳 명단’(표 참조)을 두고 당 지도부의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깔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비윤계 선두주자이자 당 지도부 눈엣가시 1순위로 꼽히는 이준석 전 대표의 자리(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가 지켜졌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와 함께 윤리위 징계를 받은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의 지역(서울 강서병) 역시 공모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서는 ‘비윤 솎아내기’라는 프레임을 의식한 ‘유보적 생존’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대한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고 잡음 없이 조직을 정비하겠다는 의도”라며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검찰 기소 여부와 김철근 전 실장이 청구한 윤리위 재심 결과를 보고 자리를 빼앗아도 늦지 않다는 계산”이라고 풀이했다.

비윤계에선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인 지난 5월 발표한 당협위원장 14곳 중 13곳이 이번 추가 공모에 고스란히 포함된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당시 당협위원장으로 내정했던 허은아 의원(서울 동대문을), 정미경 전 의원(경기 성남 분당을) 등이 당장 김경진 전 의원, 김민수 혁신위원 등 친윤 인사들과 맞대결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당 지도부의 이번 공모 지역 발표 직후 “웃기고 있네”라며 공개적으로 냉소를 보이기도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월2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尹, 지지율 회복 못 하면 탈당 요구 직면

이와 같은 일각의 반발에도 결국 국민의힘은 빠르게 ‘윤석열 당’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의 현재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보면 당 구심력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 6개월을 넘기고 있는 지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3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당 안팎에선 총선을 1년여 앞둔 내년 초까지 윤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당 원심력이 급속도로 거세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지역 민심에 누구보다 예민한 총선 출마자들이 윤 대통령을 탈당 카드로 압박할 수 있다. 특히 험지로 분류되는 수도권 의원들이 먼저 움직일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만 봐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저조한 탓에 당으로부터 탈당 압박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현재로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 정체는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즉 내년 대통령을 향한 탈당 요구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란 뜻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임기 후반부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에 힘을 실어줄 ‘거대 여당’이 절실하다. 즉 ‘총선 승리’, 정확히는 ‘친윤 중심의 총선 승리’가 필요한 셈이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으로선 믿을 만한 측근 인사들이 총선에서 대거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첫 단계가 바로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당협위원장 추가 공모에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 등 친윤계가 대거 지원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여기에 정진석 위원장이 당무감사를 통한 당협위원장 추가 물갈이도 예고하고 있어, 향후 대통령실과 검찰 출신 등 윤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차출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윤계와 비윤계 인사들 간 치열한 자리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민의힘 내부에선 공천을 의식해 용산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자주 감지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용산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아직까지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럴 조짐을 보이는 의원이 있으면 곧장 ‘공천 받기 싫으냐’는 답이 돌아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 등 친윤계를 중심으로 ‘윤석열 당’으로 당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자 내부에서도 조금씩 반발 기류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례로 최근 정 위원장이 이번 당협위원장 공모에 비례대표 의원들을 배제하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90%로 상향한다는 ‘설’들이 돌자 당내에선 “정 위원장이 과도하게 당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등 거센 반발이 나왔다. 향후 정 위원장이 예고한 당협 당무감사 착수에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즉각 정 위원장은 이러한 논란들을 전부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자신의 당권 불출마를 재차 약속하며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윤 대통령과 친윤계 인사들이 후보 단일화 등 더욱 노골적인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은 이어지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친윤 당대표를 당선시키는 일은 총선 전 ‘윤석열 당’으로의 재편을 완수하기 위한 그야말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강경파 대 온건파…친윤의 노선 차이 주목

국민의힘을 ‘윤석열 당’으로 재편하는 데 비윤계를 솎아내는 일만이 유일한 과제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윤계 안에서의 ‘노선 투쟁’도 하나의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 그룹은 크게 두 갈래로 분류된다. 당·정·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그룹(강경파)과 상대적 장외에 머무르며 윤 대통령과 지근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룹(온건파)으로 나뉜다.

이들은 낮은 지지율을 돌파하는 방향과 전략에서 벌써부터 큰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정·대 내 핵심 그룹인 강경파에선 현재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집토끼부터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의 결속력이 매우 강한 만큼 그에 맞설 수 있는 보수층 결집이 최우선이라는 논리를 갖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펼치는 대표적인 인사로는 정진석 비대위원장(당)을 비롯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정),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대) 등이 꼽힌다.

반면 온건파 인사들은 윤 대통령에게 결이 다른 조언을 건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봉은사 회주(법회를 주관하는 법사) 자승 스님, 그리고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 등과 꾸준히 소통하며 자문을 구하고 있다. 이 자문그룹은 산토끼, 즉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만 중장기적으로 국정 동력이 확보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지율을 의식한 우클릭 행보보다는 윤 대통령이 평소 주창하는 ‘약자와의 동행’ 등에 집중해야 지지율도 반등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은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을 강하게 요구했고, 이들과 만난 직후 윤 대통령이 ‘정무적 책임’ 메시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전체적인 결정에 강경파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총선이 다가오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가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친윤계 사이에서도 미묘한 균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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