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독재 논란‘…리더십 시험대 오른 김관영 전북지사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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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개발공사 일방 임명 강행 계기…‘나를 따르라’식 도정 운영 도마 위
‘임명 강행한’ 전북개발공사 사장 3주 만에 사직…리더십 타격 불가피
‘김관영 지사 vs 도의회’ 갈등 재현 농후…정치적 리더십 빈곤 확보 과제

서경석 전북개발공사 사장이 24일 사직하고 전북을 떠났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 3주 만이다. 서 사장은 지난달 말 도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전문성 부족 등이 중점 부각돼 적격성을 놓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럼에도 능력 있는 인물이라며 김관영 지사가 끝까지 임명을 강행했으나 서 사장이 채 한 달도 안돼 사임하면서 김 지사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정치권 안팎의 부적격 지적에도 불구하고 감행한 ‘마이웨이식’ 인사가 도정의 혼란과 차질을 가져온 데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서 사장은 이날 오전 공사 내부 게시판에 “저는 오늘부로 사직하려고 한다”며 “저로 인한 논란은 전북도와 전북개발공사를 위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사직의 변을 남겼다. 이에 대해 김관영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오늘 아침 서 사장은 자신으로 인한 논란 때문에 전북 도정에 부담이 되는 상황을 지속할 수는 없다며 사의를 표했고 임명권자인 도지사로서 사직 의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경위를 떠나 전북개발공사 사장의 인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도민들께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오직 전북 발전만을 생각하고 도민과 더 소통하며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도의회 정문 앞에 서경석 신임 전북개발공사 사장 임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전북도의회는 서 사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으나 김관용 전북지사가 임명을 강행해 대립해왔다. 서 사장은 24일 사직했다. ⓒ시사저널 호남본부 정성환
17일 오후,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도의회 정문 앞에 서경석 신임 전북개발공사 사장 임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전북도의회는 서 사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으나 김관영 전북지사가 임명을 강행해 대립해왔다. 서 사장은 24일 전격 사직하고 전북을 떠났다. ⓒ시사저널 호남본부 정성환

‘마이웨이’식 임명 강행에…도의회 “인사독재” 강력 반발 

서 사장의 거취 결정으로 민선 8기 신임 전북개발공사의 임명을 둘러싸고 도내 정가에 번진 파문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그러나 김 지사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산하 출자기관장에 대한 첫 인사가 좌절되면서 그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불씨가 된 모양새다. 임명의 전격성과 발탁인물의 파격성이 어우러진 이번 전개공 사장 임명에 김 지사의 인사스타일 일단을 엿볼 수 있었다는 해석들이 따랐다.

행정 내부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드러낼 수도 없었겠지만 전북도의회 쪽에서의 파열음은 컸다. 서 사장은 업무능력 검증에서 의원들이 5년간 금융거래 정보와 직계존비속 재산 내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거부했다. 이에 발끈한 도의회 인사청문위원회는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고, 해당 상임위는 서 사장의 행정사무 감사장 퇴장 요구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도의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에도 김 지사가 지난 3일 임명을 강행하자 도민 정서와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인사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 때문에 전북도와 도의회는 한 달 가까이 갈등을 빚었고 결국 김 지사는 예산철을 앞둔 지난 21일 유감 표명하는 선에서 봉합을 시도했다. 하지만 서 사장의 20여일만에 전격 사퇴로 김 지사는 정치적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도의회는 서 사장의 자진사퇴에 대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꼬집으며 김 지사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염영선 전북도의회 대변인(정읍2)은 이날 “전북도의회로부터 부적격 지적을 받았던 서경석 사장의 뒤늦은 사퇴는 만시지탄이다”며 “도의회와 집행부간 갈등을 부추기고 도민을 근심케 했다”고 아쉬워했다. 염 의원은 이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다음 달로 예정된 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인사청문회에서는 검증된 인물이 추천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만시지탄은 어떤 일에 알맞은 때가 지났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을 말한다. 

도의회가 집행부를 몰아붙일 때 등장하는 ‘협치’과 ‘소통’이라는 어휘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염 대변인은 “김관영 도정의 협치와 소통행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만기 부의장은 “지사가 의회와 대립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의회와 협치하는 집행부가 됐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A도의원도 공격에 가세했다. 역시 과녁은 협치와 소통의 반대 선상에 놓인 ‘독선’이었다. A 의원은 “이러한 문제 파급(전개공 사장 임명)은 김 지사의 독선적 자세에 큰 책임이 있다”며 김 지사에게 직격탄을 쏘아붙였다. 

배타적으로 보장된 도 산하 출자기관의 인사권에 대해 지역 정치권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를 억울해 하겠지만, 김 지사는 이번 사태로 인해 도지사라는 직위에 걸 맞는 정치적 권위를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백일하에 드러냈다는 게 지역정가의 지배적인 평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 3일 서경석 신임 전북개발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전북도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 3일 서경석 신임 전북개발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전북도

도내 정치권, 김 지사의 독선적 도정 운영에 불만

물론 김 지사는 정치·행정을 모두 경험한 출중한 인물이다. 재선 국회의원인 동시에 행정고시 패스 등으로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1969년생으로 군산제일고,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이후 공인회계사, 행정고시, 사법시험을 패스한 ‘고시 3관왕’으로 재정경제부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정치판에 입문해선 갖은 풍상을 겪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 수석대변인, 대표비서실장, 새정치민주연합 수석사무부총장을 지냈지만 2016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바른정당과의 합당 과정에서는 바른미래당을 선택했으나 호남 지역 정서상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고향에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1대 총선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으나,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국민통합 인재' 영입 1호로 선대위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친정에 복귀는 했지만 아직 민주당 내에서 완전하게 화학적 결합을 도모하지 못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 정치권에서 조차 리더십에 대한 평점을 결코 후하게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김 지사로선 서운한 대목이다. 임기 초여서 성급한 판단은 무리지만 도정 운영의 파트너인 도의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초단체장들에게도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도 불만이 많고, 일부는 도지사의 영향력이 커지는 현상을 은밀히 견제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정가 “도백에 걸 맞는 정치적 권위 아직 확보 못해” 

이들이 김 지사에게 공통적으로 갖는 불만은 도정을 ‘나를 따르라’식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독선적이라는 얘기다. 김 지사가 도의회와의 사전 소통 등을 경시해 곤욕을 치른 사례는 적지 않다. 개발공사사장 임명 전에도 이미 전북문화관광재단 이사장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김 지사의 임명으로 마무리 된 전례가 있다. 

집행부인 도와 도의회의 갈등은 서 사장의 사임으로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내달 1일 열릴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면접심사를 앞두고 이미 특정 라인을 타고 지원한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이 의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미 개발공사 사장 임명 건으로 강하게 충돌했던 김 지사와 도의회는 전북신보 이사장 임명을 앞두고 또다시 갈등국면을 재현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물론 김 지사는 올해 도지사 선거에 뒤늦게 뛰어들어 당내 조직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당내 경선에서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김윤덕(전주갑) 국회의원을 누르고 출마 선언을 한 지 70일 만에 도백(道伯) 자리를 꿰찼다. 비록 그가 지방선거에서 목표를 향한 강한 추진 의지와 잘 다져진 논리로 승리했지만 이를 리더십으로 해결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전북개발공사 사장 인사청문회 파행으로 빚어진 사태만 하더라도 도의회가 갖는 불만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마치 투정을 부리는 듯한 도의회 자세에도 문제는 없지 않으나 근본적 원인을 도지사의 리더십에서 찾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번 전북개발공사 사장 임면과정에서 들춰진 정치적 리더십의 빈곤을 김관용 지사가 어떤 방식으로 확보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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