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해임’ 넘어 ‘탄핵’ 벼르는 野…실효성은 ‘글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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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일정에 與소추위원 변수…현실성에 ‘물음표’
與는 “동요되면 안 된다”…국정조사 보이콧 ‘보류’ 검토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끌어내리기’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보이콧하겠다는 정부여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해임건의든 탄핵소추든, 이번 정기국회 내에 이 장관에 대한 문책을 매듭짓겠다는 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의 의도대로 정국이 전개될 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할지 장담할 수 없는데다, 통과하더라도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적 검토를 끝냈다”며 이 장관 탄핵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탄핵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先해임건의 後탄핵소추…“이상민 무조건 파면”

1일 민주당은 169명 의원 전원 명의로 전날 발의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보고하고 이튿날 표결 처리하기로 했다. 해임건의안의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화했다. 법률상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 의석수만으로 해임건의안을 의결할 수 있는데다, 민주당 내 ‘이상민 파면’ 기류가 강해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도 전무하다.

당초 민주당 내에선 해임건의안에 법적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바로 탄핵소추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원내지도부는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판단 아래 ‘선(先) 해임건의안 후(後) 탄핵소추안’ 방침을 확정했다. 탄핵소추안 발의로 직행할 경우 역풍에 휩싸일 것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게 당연시되기 때문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에도 이 장관 본인이 자진사퇴하지 않거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내주 중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가결시킬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결국 해임건의안은 이 장관 탄핵을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구속력 없는 해임건의안, 실효성 의문 탄핵소추안

그러나 탄핵소추안의 경우 본회의 문턱을 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법률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후 ‘24시간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쳐야 한다. 오는 9일까지인 정기국회 일정 중 여야 합의로 확정된 본회의 일정은 1일과 2일, 8일이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입장이라, 이 일정대로라면 8일 탄핵소추안을 본회의 보고하더라도 이후 통과시킬 일정이 없다. 여야가 추가 본회의를 여는 데 합의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과정도 문제다. 법률상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된다. 재판으로 따지면 소추위원은 사실상의 검사 역할이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다. 탄핵소추안 심리가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현실적으로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또 헌정 역사상 탄핵소추안 의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 사례가 전부다. 그마저도 인용된 사례는 박 전 대통령 한 번이다. 여기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이 장관의 직무상 책임을 따지기 어렵다는 점도 ‘이상민 탄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소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오른쪽)과 이수진 의원이 30일 국회 의안과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오른쪽)과 이수진 의원이 30일 국회 의안과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이 파놓은 함정”…與, 국조 보이콧 ‘신중’

그런데도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벼르는 이유는 국민의힘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첫 단추를 꿰는 일로 보고 있다. 이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경우 자료 제출 등이 원활히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일단 이 장관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이를 노렸다는 해석이다. 

여권 일각에서 “이 장관 탄핵은 민주당의 정치적 수사여서 동요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탄핵 이야기는 민주당이 압박 차원에서 해임건의안에 무게를 싣기 위해 하는 말이다. 국정조사 보이콧을 하면 민주당의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보이콧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초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할 경우 보이콧을 감행하겠다고 못 박았으나, 재검토하겠다는 여지를 열어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파면을 주장하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해임건의안 진행과정을 보면서 국정조사에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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