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100일…당 안정화했지만 ‘사법리스크’는 여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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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강조하며 취임, 압도적 ‘당심’ 발판 삼아 당 안정화엔 성공
검찰 수사에 ‘사법리스크’ 부각…“당 자원, 李대표 방탄에 소모” 비판도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다.”

지난 8월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 삶이 반보라도 전진할 수 있다면 제가 먼저 정부여당에 협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유능하고 강한 민주당, 통합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이날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강조한 단어는 ‘국민’(35번) 그 다음이 ‘민생’(11번)이었다.

이 대표가 ‘민생 당대표’를 자처하며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이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아직 평가는 이르다. 다만 이 기간 이 대표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그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탓에 계파갈등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감지된다. 과연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 같은 숙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77%의 압도적 ‘당심’…與와 다른 굳건한 리더십 확보

지난 100일, 민주당은 분열되지 않았다. 적어도 국민의힘과 비교하면 그렇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은 이른바 ‘이준석 가처분 사태’에 직면하며 몸살을 앓았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직격하고, 원내대표가 당 대표를 비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반면 민주당은 ‘우상호 비대위→이재명 체제’로 큰 잡음 없이 전환된 모습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잠시 불거졌던 잡음은 어느 정도 사그라졌다. 이 같은 배경에는 압도적인 ‘당심’이 있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28일 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누적 77.77%를 득표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배한 지 다섯달 만에 역대 전당대회 최고 득표율을 기록, 거야(巨野)의 사령탑으로 컴백한 것이다.

실제 전당대회의 ‘성적표’ 탓에 경쟁 후보들이 반발할 명분은 사라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권리당원에서 78.22%(33만5917표)를 득표했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여론조사에서도 각각 82.26%, 86.25%를 얻었다. 친문 조직세가 강하다던 대의원 역시 이 대표에게 72.03%(1만92표)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여기에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정청래,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도 친명계가 독식했다. 나머지 1명은 친문재인계인 고민정 의원으로, 이 대표와의 협력을 다짐하며 선출됐다. 이 대표에게는 막강한 당원의 지지세와 이를 받치는 최고위가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당 중진들과 당원 반발에 직면하며 ‘리더십 붕괴’ 위기에 직면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덕에 이 대표는 취임 100일 동안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의 충격을 딛고 당의 전열을 정비할 수 있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인데 그들이 이 대표를 원했다. 그 결과가 바로 77.77%라는 압도적인 숫자”라며 “이 대표로서는 ‘눈치’ 안 보고 할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든든한 ‘백’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사법리스크’ 불씨에…‘민생 당대표’는 실종?

다만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전당대회 당시 비명계가 우려한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전당대회 당시 강훈식, 박용진 의원 등 비명계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로 인한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위시한 ‘사법 리스크’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을 앞세운 방탄 당헌 개정 논란 등을 제기하며 이 대표에게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법 리스크’다. 비명계가 우려한 시나리오가 그대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 대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옴에 따라 당내에선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당 지도부는 검찰과 정부를 연일 비판하며 ‘이재명 지키기’ 나섰다.  

여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취임 일성을 ‘반격의 빌미’로 잡은 모습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5일 국회 비상대책회의에서 “당에 중요한 게 민생 살리기인가 그분(이 대표) 살리기인가. 민주당은 선을 넘지 말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민생을 위한 예산안 처리,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를 내팽개치고 이재명 방탄을 위해 정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명 지도부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가리려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이 입법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다수당이라는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여당과 정부 비판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가짜뉴스로 판명된 ‘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민주당이) 투쟁을 해도 전략적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아니다. 일차원적 정치다. 그저 윤석열 대통령을 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는 갈등을 증폭시키는 게 아니라 타협하고 조정하는 건데 민주당은 지금 정치를 일종의 전쟁으로 보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자해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야당이 사실상 실종된다. 궁극적으로는 ‘정치 실종’을 넘어 ‘정치 몰락’이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는 대신 최고위 발언을 통해 소회를 갈음했다. 이날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유감 표명이 있을 것이란 일각의 전망도 있었지만, 언급은 없었다. 대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이라며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니라 야당 파괴에 남용하는 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100일처럼 앞으로도 실용적 민생 개혁, 더 굳건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국민과 국가 성공을 위해 정부여당과도 협력할 건 협력, 바로잡을 건 바로잡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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