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광주 동구청장 때 아닌 ‘파출소 싸움’…무슨 일이?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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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충장파출소’ 폐쇄 놓고 新舊 동구 권력 임택·김성환 SNS서 ‘거친 설전’
김 前구청장 “진정으로 역할들 해라” vs 임 現구청장 “정치적 도구로 이용 말라”
‘정치적 흠집내기 vs 진심어린 조언’…“동구 정치 후진성 적나라한 사례” 비판도

광주의 전·현직 구청장 간에 때아닌 ‘파출소 싸움’이 벌어졌다. 광주 동구 임택 현 구청장과 김성환 전 구청장이 추억의 상징인 충장파출소 이른바 ‘충파’ 폐쇄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한 것이다. 두 사람은 한때 당적을 달리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정치적으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이다. 지역 정치권이 개발과 보존, 지역경제 활성화, 복지 등의 주요 이슈가 아니라 파출소 폐쇄 문제를 화두로 소셜미디어(SNS)에서 거친 설전을 벌인 것은 드문 일이다. 신구(新舊) 동구 권력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광주의 전·현직 구청장 간에 때아닌 ‘파출소 싸움’이 벌어졌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과 김성환 전 구청장이 추억의 상징인 충장파출소 이른바 ‘충파’ 폐쇄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한 것이다. 6일 오전, 광주 동구 충장로 3가 충장치안센터 출입문이 닫혀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의 전·현직 구청장 간에 때아닌 ‘파출소 싸움’이 벌어졌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과 김성환 전 구청장이 추억의 상징인 충장파출소 이른바 ‘충파’ 폐쇄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한 것이다. 6일 오전, 광주 동구 충장로 3가 충장치안센터 출입문이 닫혀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6일 오전 충장치안센터(충파) 출입문 손잡이에 폐쇄를 알리는 팻말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6일 오전 충장치안센터 출입문에 폐쇄를 알리는 팻말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충파’ 폐쇄 진위 논란에…현역 정치권 역할·의도 개입도 쟁점 

발단은 김성환 전 구청장(현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이 5일 낮 SNS에 ‘11월 21자로 충파(충장로파출소)가 폐쇄되었답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다. 김 전 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 글에서 “충파는 (광주)우체국과 더불어 충장로의 중심이었다”면서 “추억의 장소인 충파가 폐쇄된 것은 마치 충장로가 없어진 기분이다. 아쉽다”고 적었다. 그러자 임택 구청장이 “충장파출소 문제를 더 이상 정치적 공방의 도구로 활용하지마라”며 응수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김 전 구청장은 이날 “다른 곳(서창치안센터)은 정치권의 반대 성명도 있었는데, 동구를 대표하는 현역 정치권은 뭘 했는지 끽소리도 못하고 폐쇄됐다”며 “충장로를 사랑하는 상인회원들을 비롯해 충장로가 울고 있다”고 동구의 현역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충파는 그저 하나의 파출소가 아니다. 광주의 역사다”며 “조금 있으면 헐릴 수도 있다는데 충파를 하다못해 자율방범대 초소라도 유지시키면서 범죄예방과 충장로의 추억을 담은 장소로 보존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단은 김성환 전 구청장(현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이 5일 낮 SNS에 ‘11월 21자로 충파(충장로 파출소)가 폐쇄되었답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다. 김 전 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 글에서 “충파는 (광주)우체국과 더불어 충장로의 중심이었다”면서 “추억의 장소인 충파가 폐쇄된 것은 마치 충장로가 없어진 기분이다. 아쉽다”고 적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발단은 김성환 전 구청장(현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이 5일 낮 SNS에 ‘11월 21자로 충파(충장로 파출소)가 폐쇄되었답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다. 김 전 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 글에서 “충파는 (광주)우체국과 더불어 충장로의 중심이었다”면서 “추억의 장소인 충파가 폐쇄된 것은 마치 충장로가 없어진 기분이다. 아쉽다”고 적었다. ⓒ김성환 페이스북​

‘포문 연’ 과거 권력…“동구 현역정치권 끽소리 못하고 폐쇄돼” 

이를 접한 임택 현 구청장이 발끈했다. 임 구청장은 다음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 동구 충장파출소의 폐쇄와 철거문제가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임 구청장은 “특정 정치인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SNS와 문자메시지로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임 구청장은 “경찰 측에 확인해 본 결과 충장파출소는 치안 수요에 따른 인력 재배치로 인해 순찰거점 초소로 2023년 1월까지 시범운영하는 것이고, 건물 철거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한다”면서 김 전 구청장의 게시 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임 구청장은 “충장파출소의 상징적 의미는 잘 알고 있다”며 “내년 시범 운영 이후 주민 치안을 위한 공간으로서 존폐문제가 발생한다면 대책을 마련하는 데 경찰과 주민들과 함께 협의하고 지혜를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장파출소의 문제가 더 이상 정치적 공방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정치적 논란으로의 비화에 쐐기를 박았다.

김성환 전 구청장의 SNS 글에 발끈한 임 구청장은 다음날(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 동구 충장파출소의 폐쇄와 철거문제가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임택 페이스북
김성환 전 구청장의 SNS 글에 발끈한 임 구청장은 다음날(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 동구 충장파출소의 폐쇄와 철거문제가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임택 페이스북

‘발끈한’ 현재 권력 “특정 정치인, 확인되지 않은 사실 유포” 

5시간 뒤, 김 전 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장파출소 출입문 앞에 내걸린 ‘치안센터는 운영하지 않습니다’라는 사진을 게재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구청장은 우선 “마치 충파 폐쇄가 안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시범 운영 중이어서 상인회의 최근 노력으로 원 위치된다면 그 또한 다행일 것”이라며 현역정치권은 뭘 했는지 끽소리도 못하고 폐쇄됐다고 한 앞서의 지적을 다시 소환해 재반론을 폈다.  

김 전 구청장은 SNS에 글을 쓴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뜻있는 상인회원들이 의견을 모으고 언론을 접촉하고, 저에게도 연락을 주셔서 분개하시기에 SNS에 글을 올려 충파 지키기에 동참한 것이다”면서 정치인 발언이라고 규정한 임 구청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이런 노력을 단순한 정치행위로 치부하기보다는 진정으로 역할들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충파 폐쇄’ 논란의 불씨, 경찰관서 통·폐합 시책은

충장파출소는 1960년 문을 연 뒤 2003년 치안센터로 전환됐다가 최근까지 운영돼왔다. 치안센터 운영 당시에는 금남지구대 소속 지역경찰관 1명이 배치돼 길 안내를 비롯한 각종 민원을 처리했다. 그러나 광주경찰청이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한 ‘치안 수요에 따른 효율적인 인력 재배치’를 위해 추진한 지역경찰 관서(지구대·파출소·치안센터) 통·폐합 시책에 따라 산수파출소와 통합돼 지난달 21일 운영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옛 충장치안센터는 상시적으로 경력이 배치되지 않는다. 대신 현재 관할지 순찰을 나온 금남지구대 직원들이 잠시 머물며 민원을 응대하는 거점 초소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인원이 빠진 파출소에 경찰관 1명을 주중 일과시간에만 배치한다는 것이다. 야간에는 근무자가 없다. 주말과 휴일도 마찬가지다.

이번 논란으로 충장파출소의 치안 기능과 건물 보존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치적 공방을 떠나 치안센터 폐지로 치안 공백을 가져올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21일 운영을 중단한 치안센터와 100여m 떨어진 금은방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지역 상인들은 “치안 공백 우려가 크다”며 원상 복구를 촉구했다. 충장로상인회는 금은방 절도 사건에 앞서 전날 치안센터 운영 재개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또한 충장파출소는 치안 기능과는 별개로 5.18과 광주시민의 추억장소로서 역사와 추억을 기억할 장소로 보존할 필요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장파출소는 충장로의 중심지인 충장로 3가가 시작되는 초입에 위치해 있다. 과거 버스정류장 명칭이 충장파출소였는데, 이것이 하나의 지명처럼 됐다. 충장로에서 만날 때 ‘우다방’으로 불린 광주우체국 만큼이나 약속 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던 상징적인 장소다. 당시에는 줄임말로 많은 사람들이 ‘충파’라고 불렀다. 2000년대 초에 충장치안센터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지금까지도 ‘충파’라고 하면 웬만한 광주 시민들은 금방 알아듣는다.

6일 오전 광주 동구 충장로 3가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6일 오전 광주 동구 충장로 3가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소모적 공방 그만들 하자” 쓴소리…‘충장로가 운다’ 상권회복 급선무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동구 신구 권력의 충돌’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경쟁관계다. 2016년 4월 재선거에서 동구청장에 오른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현역 프리미엄과 인물론을 앞세우며 평화민주당으로 출마했으나 당시 더불어민주당 임택 후보에게 패했다. 올해 6.1 지방선거 민주당 당내 공천경쟁에서는 임 구청장에게 또다시 고배를 마셔 현역 정치권에서 밀려났다. 현재 민선 8기 강기정 광주시장의 임명으로 광주환경공단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충장파출소 폐쇄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한다. 그의 얘기다. “충파는 우다방 만큼이나 약속장소로서의 역할과 충장로  상권의 시작점이었는데 지금은 이 지역 상권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정치인들이 정작 중차대한 문제에는 눈을 감고 ‘충파 폐쇄’를 놓고 소모적 공방을 벌이는 것은 동구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다. 그만들 하자. 충장파출소 폐쇄 논란은 진영 눈치나 안일무사에서 벗어나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한 충장로 발전 차원에서 차분하게 마무리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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