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마스크’ 여론 눈치보는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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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해제 요건 뭐길래…정부 “내년 1월에서 늦어도 3월 사이 해제” 예상
2일부터 실외 일부 지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연합뉴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7일 "기준이 충족될 경우 이르면 내년 1월에서 늦어도 3월 사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29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 ⓒ연합뉴스

대전, 충남 등 지자체가 내년 1월부터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7일 정부와 지자체장, 코로나19 대응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열렸다. 정부가 마스크 해제 시점이 내년 1월에서 늦어도 3월 사이가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당초 계획보다는 해제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지자체 요구에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마스크 의무 조정 관련 기준과 대상, 방법 등은 현재 전문가 그룹에서 논의 중"이라며 "이행시기는 향후 기준이 충족될 경우 이르면 내년 1월에서 늦어도 3월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조정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내세운 실내 마스크 해제 기준은 코로나19 재유행 추이와 인플루엔자(독감) 확산 여부다. 두가지 감염병의 뚜렷한 지표 변화 없이는 섣불리 마스크 해제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 청장은 "현재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에 이르렀다고 보지 않고, 아직 2가 백신 접종 중으로 보다 많은 고연령층의 접종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며 인플루엔자 같은 감염병의 확산이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이후에 시행된 많은 연구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의 효과가 입증됐다며 마스크 착용이 '과학 방역'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2개 학군을 제외하고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순차적으로 해제했는데, 마스크 해제 학군에서 15주 동안 코로나19 누적발생률이 1000명당 66.1명에서 134.4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백 청장은 "마스크 착용의 감염 예방 효과는 논란의 여지 없이 명확하다. 미국 사례를 통해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발생 감소에 효과가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대전시와 충남도가 마스크 착용을 자율화하겠다고 나선 이후 정부가 시급히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오락가락 방역'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여권 인사들까지 지자체 결정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과학 방역'을 홍보해온 정부가 해제 시기를 오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하태경 의원 등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들 지자체를 지지한다"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10월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방송공사·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의철 KBS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SNS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지자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이 지난 10월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방송공사·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의철 KBS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요청한 지자체들은 취약시설, 60세 이상 어른이 있는 요양원, 장애인시설 등에서의 착용 원칙을 정밀하게 가다듬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전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관련 국민·시민 의식 수준을 고려하면 이제 자율 방역으로 가야 한다"며 "실내 마스크를 쓰고 안 쓰고 문제는 국민·시민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을 국민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특히 한국은 비만환자가 많이 없어 다른 나라에 비해 고위험군이 적은 편"이라면서 "영유아, 어린이들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환기가 잘되는 시설 위주로 순차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자율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 교수는 "코로나 감염자가 중환자가 되지 않도록 초기 진단, 초기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중환자실을 늘리겠다는 것은 '뒷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치료 대상자에게 치료제를 처방하지 않을 경우 의료진이 반드시 이유를 적고 환자에게 설명하게 하는 등 초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진의 의무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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