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수장 물갈이 신호탄?…당국은 “관치 없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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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차기 회장에 진옥동 내정
NH금융도 외부인사 선임 가능성 높아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서울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서울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됐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선택하며 새 수장이 들어선 것이다. 관심은 NH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의 회장이 누가 될 것이냐다. 금융권에서는 낙하산 인사 임명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당국은 회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관치 금융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일 회의를 열고 차기 신한금융 회장 후보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내정했다. 회추위는 진 내정자 추천 이유에 대해 SBJ은행 법인장·신한금융지주 부사장·신한은행장 등을 역임하며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 내정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당초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조용병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2017년 취임해 외형과 내실을 다지며 그룹을 리딩뱅크에 올려놓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세대교체와 신한금융의 미래를 고려해 회추위와 이사회에 용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사법리스크 전력에 부담을 느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부정채용 의혹’에 휩싸였던 조 회장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진옥동 현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가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진옥동 현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앞서 지난달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면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지주들의 회장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언급한 ‘도덕성’ 발언에 일부 금융지주들은 난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금융지주 회장이 바뀌면서 관심은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다른 금융지주에 모이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지내고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다.

당초 지난 2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손병환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됐지만 최근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농협중앙회가 정권 교체 이후 정부와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장 “CEO 리스크 관리, 금융당국의 책무”

금융당국은 회장 선임에 관여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전 권위주의 시대처럼 CEO 선임에 개입한 일은 없다”며 “농협금융의 경우 중앙회가 의사결정 지분을 가진 것으로 이해하는데 저희가 의견을 드리거나 반시장적 방법을 사용한 적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카운터파트로서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가 훌륭한 분인지 리스크가 있는 분인지 안 보는 것도 이상한 것 아니냐. 최고경영자 리스크 관리는 금융당국의 재량이 아니라 책무”라고 답했다.

김지완 전 회장의 사임으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BNK금융지주 역시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BNK의 회장 선출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회장 후보군에 자동으로 포함되는 계열사 대표 9명 외에 10명의 외부 추천인사가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데 외부 추천 과정이 베일에 휩싸여 있다.

특히 BNK금융은 회장 선출을 앞두고 사내에서만 뽑는 회장 후보군 선출 과정이 폐쇄적이라는 정치권과 금감원의 지적을 수용해 외부 인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내규를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이른바 ‘만 70세 룰’로 불리는 회장 나이 제한 규정은 그대로 두면서 올드보이의 귀환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현재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같은 기류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지적하고 나섰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은 8일 저축은행 50주년 기념식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 정권과 맞닿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는 지적에 “논란이 생긴 것도 그렇고 실제로 그게 된다고 한다면 우리나라 금융을 퇴보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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