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 이재명 지적에도 ‘민간병원 진료비 지원’ 예산 절반 밖에 못 써…왜?
  • 변문우 기자·정용석 인턴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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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부족·늦은 환급’이 핵심 원인…내년도 예산 삭감될 뻔
軍 “내년부터 모바일 청구 도입…환급 기간 4개월 단축 기대”

국방부에서 시행 중인 ‘병사 민간병원 진료비 지원’ 사업이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의 저조한 예산 집행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사들의 건강한 병영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이지만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국방부는 내년 초부터 병사가 모바일을 통해 직접 진료비 환급을 청구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환급 기간을 기존보다 4개월가량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방부는 사병들의 민간병원 진료 선호 추세에 따라 병사들이 민간병원에서도 부담 없이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지난 2021년 8월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의 골자는 사병이 민간병원을 이용했을 경우 발생하는 진료비에서 공제 금액을 제외한 후 일부 금액을 환급해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병들은 민간병원 진료비 중 약 30%에 달하는 본인부담금을 국비로 최대 8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공무 중 다치지 않았더라도 민간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울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국군 장병이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울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국군 장병이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예산 집행률 0.01%, 올해는 51%…이재명도 “제도 실효성 높여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사업의 지난해 예산 집행률은 0.01%에 그쳤다. 2021년 총 153억13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실제로 집행된 액수는 4분기 100만원(0.01%)으로 확인됐다. 당초 사업이 단체보험 가입 방향으로 추진되다가 방식이 전환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올해의 사업성과도 기대에 못 미친다. 예산은 191억600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올해 11월까지 집행된 액수는 98억원(51.14%)에 그치고 있다. 해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지만 예산의 절반 수준 밖에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1월5일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예산이 9월까지 37.5%, 절반도 집행되지 않았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더 많은 병사가 당당하게 신청해 자신의 권리를 누렸으면 한다”면서 “국방부 또한 진료비 지급 소요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고,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진한 실적 탓에 올해 국회에서는 해당 사업의 내년도 예산(195억7600만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내년도 예산 검토보고서에서 “(해당 사업은) 집행이 부진한 상황으로 이를 감안하여 적정 수준의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2년 만에 예산이 감액되는 수순을 밟을 위험에 처했던 것이다.

실제 예산 심사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제 감액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위와 예결위 소속인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부분 의원들이 집행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지, 예산은 줄이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의원들은 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2023년 상반기부터 병사가 모바일 폰을 통해 직접 진료비를 국방부에 청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병사 민간병원 진료비 지원 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방부는 2023년 상반기부터 병사가 모바일을 통해 직접 진료비를 국방부에 청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병사 민간병원 진료비 지원 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시스템에서는 지원비 환급까지 최대 6개월 소요

병사들의 활용도가 낮은 이유로는 홍보 부족과 복잡한 절차가 꼽힌다. 특히 해당 사업을 알고 있더라도 절차상의 복잡함이 지원 신청을 꺼리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료비 지급 절차에 따르면, 병사들은 지원금을 청구하기 위해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또 환급 절차는 진료 병원→건강보험공단→국방부 등의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해 최대 5~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코로나19 등으로 병사들이 실제 민간병원 진료를 가고 싶어도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군의관으로 근무 중인 한 중위는 “최근 페이스북 ‘육대전’(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 글을 보니, 어떤 소대장이 근무 등을 이유로 민간병원 진료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글을 부대 단톡방에 올렸더라”며 “최근 코로나19로 부대 출입통제가 심해지면서, 일부 부대에선 병사들의 민간병원 진료를 자제시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방부에서 시행 중인 군 민간병원 진료비 지원 사업의 현 진료비 환급 시스템(왼쪽)과 2023년부터 변경되는 시스템 수정안이다. 국방부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지원비 환급 기간이 기존보다 4개월가량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에서 시행 중인 군 민간병원 진료비 지원 사업의 현 진료비 환급 시스템(왼쪽)과 2023년부터 변경되는 시스템 수정안. 국방부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지원비 환급 기간이 기존보다 4개월가량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軍 “모바일 청구 시스템 도입하면 환급 기간 4개월 줄어”

국방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병사가 직접 진료비를 국방부에 청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병사가 직접 개인정보와 진료비 영수증을 모바일 앱으로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병원과 건강보험공단을 거치지 않고 진료기록 정보가 자동화 처리되고, 국방부는 병사에게 진료일로부터 최대 1~2개월 내에 지원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국방부는 이렇게 되면 환급 기간이 기존보다 4개월가량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국방부는 카카오톡 챗봇(AI가 이용자들의 질문에 대해 자동 응답해주는 기능) 개설 및 포스터 부착 등 사업 홍보에도 힘쓸 계획이다.

국방부는 향후 병사들이 보다 많이 진료비 지원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코로나 19 안정세로 인해 병사들의 민간병원 이용 수요가 코로나 사태 직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예산 집행액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 16억원, 2분기 25억원, 3분기 31억원, 4분기(11월까지) 27억원을 기록해 후반기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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