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회장에 관료출신 이석준 내정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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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과 오랜 인연…정부·여당과 협력 모색
연임제 법안 국회 논의 중…격론 속 소위 통과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앞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앞 ⓒ연합뉴스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결정되면서 농협중앙회의 의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염두에 두고 현 정권과 가까운 낙하산 인사를 택했다는 지적이다.

NH농협금융은 지난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손병환 현 회장 후임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임추위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통해 농협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농협금융의 새로운 10년을 설계할 적임자라 판단해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그는 특히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의 1호 인사로 영입돼 당시 윤 후보를 도왔다. 이 전 실장과 윤 대통령은 각각 서울대 경제학과 78학번과 법학과 79학번으로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선 직후인 지난 4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금융권에선 농협중앙회의 이 전 실장 회장 선임을 놓고 여러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임기가 올 연말까지인 내부 출신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쏠렸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언급 속에서도 김용환·김광수 전 농협금융 회장 등도 2년 임기를 마친 후 약 1년간 연장한 전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지만 이달 들어 기류가 변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에서는 표면적인 이유로는 농협중앙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관료 출신을 선호한 결과로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NH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선임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연합뉴스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선임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연합뉴스

연임제 법안, 소위 문턱 넘어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2009년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으로 인한 비리를 막고자 연임제를 단임제로 바꿨다. 하지만 다시 연임제로 바꾸는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현직 회장도 후보자 등록이 가능해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2024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결국 해당 법 통과를 위해 정부·여당과의 협력을 포석에 두고 이 전 실장을 선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해당 법안과 관련해 국회에서도 찬반이 갈렸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회장 연임제를 통해서 중앙회장의 권한이 커져야 될 부분과 견제 받아야 될 부분을 구별해 법에 담겨야 하는데 다 조각냈다”며 “연임제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면 거기에 대한 보완대책을 충분히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여당의 입장은 달랐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신협이나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은 4년 연임제를 허용하고 있다”며 “각각의 단체에서 하고 있는 것을 국회에서 너무 과하게 통제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농협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승남 법안소위원장 주도하에 통과됐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격렬하게 항의했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회의장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장 연임 법안은 상임위 등을 통과해야 하는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회장 단임제 폐지를 위해 국회 설득에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전 실장의 회장 취임도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개연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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