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브랜드라더니…루원시티 포레나 ‘준공 불허’ 민원 폭주
  • 박준형 인천본부 기자 (jun897@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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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점검서 줄줄이 하자…입주예정자들 민원 1500건 제기
한화 “일부 보완공사 진행…저가 품질은 아냐”

“4억5000만원 이상의 집값을 냈는데, 싸구려 헌 자재로 엉망으로 지어진 집을 분양받았다. 한화라는 기업 이름을 믿고 분양받았는데, 믿음을 이런 식으로 보답하는가.”

한화 건설부문이 인천 서구 루원시티에 공급하는 ‘포레나 루원시티’가 입주예정자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사전점검 결과 각종 하자가 발견되면서 관할 구청에 포레나 루원시티의 준공 승인 불허를 요구하는 항의가 빗발치는 것이다. 한화는 일부 하자에 대해 보완조치를 진행 중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성난 입주예정자들의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인천 서구청에 포레나 루원시티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부실시공으로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며 입주예정자들이 각종 하자에 대한 시정은 물론, 준공 승인 불허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준 서구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약 15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폭주한 이유는 준공을 앞두고 지난 10월 29~31일 진행한 사전점검에서 각종 하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제기한 민원은 크게 값싼 섀시의 부실시공, 저품질 자재 및 마감재 사용, 누수 및 배수, 특화 설계 누락, 라돈 기준치 초과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다수를 차지한 것은 섀시 관련 민원이다. 입주예정자들은 사전점검에서 파손, 찍힘, 코팅 벗겨짐 등 흠집이 다수 발견됐다고 입을 모았다. 수직·수평이 맞지 않고, 고정장치가 불량하며, 닫을 때 덜컹거린다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중고제품으로 시공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입주예정자 A씨는 “파손, 찍힘, 창호의 떨림 등 새 제품이라고 보기 어려운 심각한 중대 하자가 대다수 세대에서 발견됐다”며 “육안으로도 장기간 눈, 비를 맞으며 방치됐다가 싼값에 매입돼 시공된 것으로 보일 정도”라고 했다.

포레나 루원시티 조감도 ⓒ한화
포레나 루원시티 조감도 ⓒ한화

자재와 마감재를 놓고도 중고제품이 의심될 정도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관 중문과 침실, 다용도실 등의 문이 모델하우스와는 다른 제품으로 시공됐으며, 시스템 에어컨도 당초 안내와는 달리 최신형이 아닌 2017년형이란 게 입주예정자들 주장이다.

입주예정자 B씨는 “대다수 입주민들은 매우 저렴한 저급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느끼고 있다”며 “요즘 현장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저급 자재와 마감재 등으로 시공했다.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홍보하고선 분양자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비가 내리면 옥상 및 발코니에 물이 고여 내려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지하주차장과 상가 공용부 에스컬레이터 상부 천장에서는 누수도 발견됐다. 지하주차장 누수의 경우 상부에 조경시설로 설치한 인공연못의 방수시공 불량이 의심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단지 내부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린이 놀이터의 기구나 구성의 품질이 떨어진다’, ‘반려동물 놀이터가 시멘트 바닥이다’, ‘조경도 나무와 조명이 없어서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등의 주장이다.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며 지하주차장과 단지 내 비탈길 계단의 설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입주예정자 C씨는 “분양 당시 자료들과는 전혀 다른 원가 절감의 흔적이 역력한 허접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사전점검 당시 현장을 찾은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일부 세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의 수치가 높게 측정됐다고 한다. 이들은 “세대 내 다수의 부분에서 라돈이 검출 기준치인 148베크렐(Bq/㎥)을 초과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은 아파트 전면에 설치된 방음벽도 문제 삼았다. 단지 전면 서곶로 주변에는 9m 높이의 방음벽이 약 250m 구간에 걸쳐 설치돼 있다. 이 방음벽에 가려 시야 확보가 안 돼 교통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게 입주예정자들의 주장이다.

민원이 잇따르자 서구는 “아파트 하자와 관련해 제기하는 다양한 민원사항을 지속적으로 공사 관계자에게 통보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구는 조만간 입주예정자협의회와 시행사, 시공사, 공사감리자 등이 모두 참석하는 민원회의를 개최해 해결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화는 “누수와 배수는 확인을 해서 보완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반려동물 놀이터는 잔디를 깔 경우 배설물 처리가 힘들어 원래 설계부터 안 됐던 것인데, 입주예정자들 요구에 따라 최근 인조잔디를 깔았다”고 밝혔다.

다만, 섀시를 비롯한 일부 품목의 저가 품질 논란에 대해서는 모델하우스에 설치했던 것과 동일한 제품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저가 제품이 아니라 계약 항목으로 모델하우스에도 설치됐던 것”이라며 “(일부 부실시공이나 특화 설계 누락 등과 관련해서는) 처음 듣는 내용도 있는데,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확인해서 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라돈 기준치 초과 논란에 대해서는 “준공을 하자마자는 일부 세대에서 기준치를 초과해서 나올 수 있다”며 “입주 전 베이크아웃 작업을 실시하면 저감되는 수치라 현재 베이크아웃 작업을 하고 있고, 작업이 종료된 이후 다시 측정해서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포레나 루원시티는 인천 서구 루원시티 공동2블록에 조성되는 대단지 아파트다. 지하 4층~지상 29층 14개동에 전용면적 59~84㎡, 총 1128세대 규모로 지어진다. 현재 공정률 99.51%로 마감공사가 한창이며, 12월 준공 및 입주 예정이다.

포레나는 한화의 새로운 주거 브랜드로, 2019년 8월 처음 선보인 후 고급화와 차별화를 무기로 내세웠다. 한화는 포레나 루원시티에 대해서도 ‘포레나가 인천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단지로 차별화된 상품성이 돋보이며, 쾌적성과 고급스러움을 더한다’고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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