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文케어’…서민의 보루였나, 예정된 실패였나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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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 적용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
지난 8월30일 오후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에 설치된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 관련 배너 Ⓒ연합뉴스
지난 8월30일 오후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에 설치된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 관련 배너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내세운 3대 개혁과제인 노동·교육·연금개혁과 별도로 '문재인 케어'를 사실상 폐기하는 방향의 건강보험 개혁을 공식화했다. 야권과 보건의료단체는 건강보험 개편 방향을 두고 보장성 강화 철회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케어가 나라 곳간을 위협한다는 정부의 주장과 건강보험 개편이 오히려 취약계층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표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한 문재인케어가 사실상 폐기 과정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의료 현장에서 의학적 필요가 불명확한 경우에도 MRI, 초음파 검사 등이 시행되고 있다고 보고 남용이 의심되는 항목의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하기로 했다. 의사단체, 관련 의학회 등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조속히 꾸려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급여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게 된다.

여권을 중심으로 문재인케어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건보 재정 부실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건강보험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문재인케어가 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불필요한 의료남용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MRI와 초음파 검사는 환자의 질환·상태와 관련이 적은 분야까지 급여화가 이뤄지면서 진료비가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10배가 증가했고, 최근 5년간 건강보험료의 증가율(2.7%)은 그 전 5년간(1.1%)보다 2.5배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개편이 재정 건전화하려는 시도이지만, 자칫 보장성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만 유일하게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이제는 의료마저 국민에게 각자도생하라는 것인가"라면서 "윤 대통령이 말하는 건강보험 정상화의 실체는 의료복지를 후퇴시키고 의료 공공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케어'를 인기영합적 표퓰리즘 정책으로 규정 짓고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건강보험 개편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현 정부는 이전 정부가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을 넘게 쏟아 부으면서,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해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전날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금액을 침소봉대하고 있다. 연 4조 원 정도 더 투입해 보장성을 강화해도 주요 선진국처럼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건강보험 개편은 "국민 개개인의 본인부담을 늘리는 게 본질"이라고 비판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포퓰리즘이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선진국가들이 다 포퓰리즘이냐, 다른 주요 국가들이 다 망했느냐"고 되물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건강보험의 보장비율은 66~67%로,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80%)를 밑돈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계속 축소될 경우 미국처럼 치료비가 비싼 민영의료보험과 의료영리화 체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 위원장은 "(주요 선진국보다) 15% 정도 뒤쳐져 있는데, (정부가) 마치 재정 파탄이 날 것처럼 건강보험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개편으로 저소득층이 받던 의료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초음파 및 뇌·뇌혈관 MRI 급여화 이후 복부 초음파는 2018년에 1.2회에서 2021년 1.5회로, MRI는 2018년 1.3회에서 2021년 1.4회로 소폭 증가했다. 강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문재인케어와 관련해 "비싸서 진료 못 받은 분들이 급여화로 적정하게 진료 받게된 것"이라며 "일부 과잉이 있을 수 있지만 부작용은 사후 관리로 관리해야 할 사항이지, 문재인 케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이 혜택 보는 문재인 케어를 폐지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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