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각자도생의 마지노선도 뚫리나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9 07:35
  • 호수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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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떠오른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 여부
지금은 정점 찍은 8월보다 치명률 높아져 심각한 상황

국내 코로나19 상황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월9일 “정부는 방역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와 기준을 마련해 이를 충족하는 시점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 또는 자율 착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기준을 12월23일 설명하고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가 초기 바이러스보다 병원성이 약하고, 국민 다수가 백신 접종과 자연감염으로 이미 면역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방역 완화를 검토한 배경으로 꼽힌다. 8월 중순 하루 확진자 수는 17만8000여 명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탔다. 10월초 1만 명대로 떨어진 하루 확진자 수는 반등해 12월12일 기준 8만 명을 넘어섰다. 수치상으로는 정점을 찍은 여름 당시보다 신규 확진자가 2분의 1로 줄어들었다. 

ⓒfreepik

“3일마다 이태원 사망자 수만큼 사망”

그러나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문가들이 여름부터 경고했던 트윈데믹이 현실화되면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데, 감염자 3명 중 1명은 검사를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루 확진자는 현재 8만 명보다 2~3배 많은 16만~24만 명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위중증 환자는 400명대, 사망자는 50~60명이 매일 발생하는데, 이는 정점을 찍은 7~9월 당시와 비슷하다. 오히려 치명률이 당시 0.04%에서 현재 0.11%로 2배 이상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트윈데믹 경고에도 정부는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 없다고 했었다. 대신 백신 접종을 장려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김우주 교수는 “젊은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려도 그럭저럭 지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고령자, 만성질환자, 임신부, 아이들 등 취약계층은 위중증으로, 심하면 사망으로 진행한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액션이 없다. 전문가 조직을 대통령 직속으로 둔다더니 총리 밑에 뒀다. 코로나19 방역에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이다. 그 결과, 3일마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 수만큼의 국민이 죽어간다. 심지어 이들은 사망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다. 최소한 이들에 대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방역의 마지노선인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에는 방역을 완화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야 한다는 여론도 작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다수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없앴거나 의료시설·대중교통 등 일부 장소에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해외 주요국들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범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각국의 실내 마스크 해제 시기 그리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 증감 상황은 제각각이다. 미국의 경우, 오미크론 대유행 확산세가 주춤했던 3월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애자 5월부터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다시 늘어났다. 뉴욕주 보건 당국은 5월 들어 신규 확진자가 80%, 입원 환자가 30% 급증하자 다시 실내 마스크 착용을 촉구한 바 있다. 영국은 지난해 7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뒤 11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대중교통과 식당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이후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올해 1월27일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그러나 3월 이후 오미크론 하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났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4월2일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일부 시민이 마스크를 벗고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실내 마스크 의무도 해제할 움직임을 보인다.ⓒ시사저널 박정훈
4월13일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승강장을 바라보고 있다.ⓒAP 연합

실내 마스크 해제 국가들, 다시 착용 권고 

이처럼 정점을 찍고 완연하게 안정세에 접어든 후 마스크 해제를 꺼내든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유행이 꺾이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수는 세계 1위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12월12일 기준 인구 100만 명당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를 보면, 한국은 1191명으로 2위인 일본 995명보다 약 200명 많다. 프랑스 888명, 미국 184명, 영국 61명 수준이다. 

변이 종류, 백신 접종률, 방역정책도 각기 다르므로 다른 나라 사례로 국내 실내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한번 해제했다가 다시 강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손바닥 뒤집듯이 번복하면 안 된다. 제도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유행 감소세가 충분히 확인된 후에 일괄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미국은 마스크 착용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와 독감 외에도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 상황이 인구 이동과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와 겹치기 때문이다. 미국은 1300만 명 이상이 독감에 걸렸고 7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2월5일 올 시즌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7만8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어린이 사망이 이어지면서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뉴욕주 보건 당국은 각 지역 교육청에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새로운 권고 사항을 전달했다. 학교 실내에서는 다시 마스크를 쓰라는 것이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최근 “호흡기질환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잘 맞는 고품질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 CDC의 마스크 권장 지침이 주로 코로나19에 해당하지만 독감이나 RSV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최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입원 환자도 늘어나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현지 언론은 “코로나19 확진자의 병상 점유율이 현재 6.6%에서 10%로 높아지면 2023년 1월초에 새로운 실내 마스크 착용 방침이 나올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OECD 회원국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하지 않으니까 우리도 해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난센스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미국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우리는 마스크를 썼다. 나중에 미국도 마스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코로나19 상황은 그 나라마다 다르므로 대응도 다르다. 나라마다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는 중이고 우리는 우리만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백신 맞아야 내년 봄까지 안전”

일각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감염을 예방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해도 코로나19 확산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다.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안 썼을 때 받는 법적 불이익을 제거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감염 위험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론이다. 

실제로 주간 재감염률이 11월 10%대에서 현재 13%로 상승했고 곧 20%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구 이동과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 이후 더 높아질 전망이다. 김우주 교수는 “마스크를 써도 감염자가 증가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범칙금이 없으니 차라리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자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마스크 효과가 오미크론에서 다소 떨어지더라도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 효과는 분명히 있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실내 마스크 착용과 감염 확진자 격리뿐이다. 그나마 코로나19 확진자 중 약 절반은 격리 의무도 지키지 않는다. 이쯤 되면 실내 마스크 착용은 우리 건강을 지켜줄 마지노선이다. 코로나19는 혼자 걸리고 마는 병이 아니라 감염병이다. 내가 집안 식구나 직장 동료를 감염시킨다. 조금 불편해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사회가 안전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중이다. 방역 당국은 최근 2가 백신 접종 대상을 12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한 총리는 “미국과 영국 연구에 의하면 기존 백신 접종 그룹과 비교해 2가 백신 접종 그룹의 감염 예방 효과가 최대 50%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60세 이상은 반드시 접종에 참여해 달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접종률은 저조하다. 정부의 ‘제3차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기본계획’ 보고서를 보면, 12월2일 기준 백신 4차 접종률은 14.8%, 동절기 추가 접종률은 6.1%다. 

이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최근 정부가 백신 접종을 다소 강조하니까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이 24%로 상승했다. 그런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조차 백신을 맞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적을 알아야 대응할 수 있는데 방역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에 관심이 없다. 과학 방역이 아니라 정치 방역이다. 아무튼 실내 마스크 의무까지 풀면 각자도생뿐이다. 각자도생을 위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이다. 특히 백신 접종은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하나는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위중증과 사망 예방 효과가 80~90%로 탁월하다. ‘백신 부작용이 있다’ ‘백신 맞고도 코로나19에 걸린다’ ‘백신 효과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위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사망하는 사람을 병원에서 많이 본다. 아직 코로나19에 안 걸렸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지금 백신을 맞아야 올겨울 그리고 내년 봄까지 그나마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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