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탄식’ 뒤덮인 이태원…尹대통령은 종로서 술잔 구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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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역 일대서 유가족·종교계·시민·野 인사 참석 추모제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 행사 참석해 트리 점등식
12월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에서 고(故)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앞줄 왼쪽 세번째) 등 유가족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에서 고(故)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앞줄 왼쪽 세번째) 등 유가족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좋은 세상에서 더 좋은 부모님의 아들딸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억하겠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16일 오후 6시 이태원역 일대 거리는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눈물과 절규, 탄식으로 가득 찼다. 서울 한복판 거리에서 희생된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현장을 찾은 시민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49재가 열리던 시각,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종로구에서 열린 페스티벌 트리 점등식에 참석했다. 참사 직후 서울시청 및 녹사평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일주일 연속 찾았던 윤 대통령은 이날 49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2월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오후 6시부터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연 추모제에는 희생자 가족들과 지인, 종교 및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이 참석했다. 

오후 6시34분이 되자 "압사 당할 것 같아요"라는 음성이 현장에 울려퍼졌다. 참사 당일인 지난 10월29일 오후 6시34분 압사 위험성을 알리며 경찰에 인파 관리 등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한 112 첫 신고자의 음성이었다. 신고 음성을 듣던 유족들은 울음을 토해내며 고개를 내젓거나 가슴을 내리쳤다.

12월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화면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졌고 한 명 한 명 호명됐다.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나오자 유족들은 '우리 아가 잘 가' '엄마가 미안해'라며 손을 뻗어 어루만졌다. 유족들이 그리움을 담아 쓴 편지에는 '너무도 보고 싶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행복했다. 고마웠다'는 마지막 인사가 담겼다. 

시민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손팻말을 들고 망자의 넋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했다. 

희생자 고(故) 이지한씨의 부친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오늘은 우리 아들딸들이 이승에서 머무는 마지막 하루다. 우리 착한 영혼들의 마지막 하루를 함께 하기 위해 여기 이태원에 모였다"며 "오늘 이후 우리의 아들딸들은 새로운 좋은 세상에서 더 좋은 부모님의 아들딸들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영면을 기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의원 10여 명,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추모제에 참석했다. 희생자를 기리는 검은색 리본을 가슴에 단 이 대표는 묵념 후 희생자들의 영정을 물끄러미 지켜본 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국민의힘과 정부 측 인사는 추모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2월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유가족들이 조계사 관계자들이 진행하는 소전 의식을 바라보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소전 의식은 고인의 위패와 옷가지 등을 불로 태워 영혼을 하늘로 보내는 불교의 의식이다. ⓒ 연합뉴스
12월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유가족들이 조계사 관계자들이 진행하는 소전 의식을 바라보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소전 의식은 고인의 위패와 옷가지 등을 불로 태워 영혼을 하늘로 보내는 불교의 의식이다. ⓒ 연합뉴스

7개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청 인근 광장에서 '7대 종단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을 열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추모 위령제를 봉행했다. 

고(故)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위령제에서 '잘 자라 우리 아가'를 부르며 먼 길을 떠난 아들과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수민 조계사 청년회장은 "꽃 같던 그대들을 떠나보내는 길에 우리 모두의 마음은 깊이 아팠다. 그날 그곳에 있었던 것은 그대들의 잘못이 아니다"며 "부디 모든 고통 잊으시고 아픔 없는 곳에서 평온하시길 바란다"고 추도사를 낭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에어돔 부스를 방문,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에어돔 부스를 방문,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 부부, 종로서 열린 행사 참석

이태원에서 49재가 열리던 그 시각,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서울 종로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상품 판촉 행사인 '한겨울의 동행축제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가진 후 판매 부스를 돌며 소상공인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점등식 후 판매 부스를 돌며 상품을 구매했다. 윤 대통령은 '방짜유기 둥근 술잔'을 고른 후 웃으며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송현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트리 점등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송현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트리 점등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족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49재인 이날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위로의 마음은 그날이나 49재인 지금이나 같다. 거듭 명복을 빈다"며 "그 아픔을 기억해 낮은 자세로, 무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살피겠다"고 전했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49재에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참석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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