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심 100%’ 룰은 진짜 ‘尹心’ 반영할 수 있을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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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3월 초 전대 앞두고 룰 변경키로…셈법 분주해진 당권주자들

국민의힘이 내년 3월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을 바꿨다. 현행 70%인 당원 선거인단 투표 비중을 100%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당초 당심(黨心) 대 민심(民心)의 비율 조정이 9대 1까지 논의됐지만, 10대 0으로 확정했다. 정치권에서 민심을 반영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한 이후 이례적인 결정이다. 

전당대회 룰이 변경안대로 확정되면 당권주자 간 희비는 엇갈리게 됐다. 현재 당권주자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이들로는 권성동, 권영세, 김기현, 나경원, 안철수, 원희룡, 유승민, 윤상현, 조경태, 주호영, 황교안 등 어림잡아도 10명이 넘는다. 이들 가운데 바뀐 룰로 수혜를 입는 이들은 누구일까.

왼쪽부터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안철수 의원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시사저널
왼쪽부터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안철수 의원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시사저널

與 ‘당심100%’ 룰 변경 확정…“이것이 尹心”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100% 당원 투표제’를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비대위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고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만 대상으로 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담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상임전국위원회에 회부, 이르면 금주 내로 룰 변경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당원 선거인단 투표 비율을 조정한 표면적 사유는 ‘역선택 방지’이지만, 이면엔 ‘윤심(尹心)’이 거론된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최근 주변에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의중에 대한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룰 변경이 곧 윤심’이란 반응이 굳어졌다. 윤 대통령이 ‘당무 개입’이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는 반응이다.

‘당심 100%’ 룰의 타깃으로는 유승민 전 의원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바뀐 룰에 ‘유승민 솎아내기’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민심 반영 비율을 제거해 그의 당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다. 유 전 의원은 사실상 반윤(반윤석열)계 선봉장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 핵심 내부에선 실제 유 전 의원의 당 대표 당선만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 전 의원을 솎아낸 자리에는 친윤(친윤석열)계 주자들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친윤계 좌장 격인 권성동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김 의원은 원내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과 대선을 두루 경험해 본 인물이라 ‘관리형 주자’로 분류된다. 최근엔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설에 불이 붙었다. 김 의원을 두고 “윤심의 간택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를 적용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를 적용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與 책임당원 100만 시대…“尹心, 낙관할 수 없다”

다만 ‘당심 100%’ 룰이 꼭 친윤계 주자에 유리하리란 보장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례로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친박(친박근혜)계 서청원 후보를 지지했으나, 비박(비박근혜)계 김무성 후보가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협위원장을 지낸 한 비윤계 국민의힘 인사는 “당심이 곧 윤심일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하나. 용산(대통령실)에서 공개적으로 친윤계 밀어주기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 당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이후 크게 늘어 현재 78만 명 규모로 파악된다. 전당대회 예상 시점인 내년 3월에는 100만 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전당대회 투표가 모바일로 치러지게 된 이유다. 모바일 투표는 과거 체육관 전당대회 시절과 달리 당심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여권 일각에서 “뚜껑을 열 때까지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자조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늘어난 당원 중 상당수가 2030 세대와 수도권 중심이라는 점이 복병으로 꼽힌다. 이들 계층은 상대적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유 전 의원 등 반윤계 주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현재 친윤계 후보가 권성동·김기현 의원으로 분파돼 있어, 비윤계가 친윤계 표 분산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론조사 상으론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5일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12~14일 조사, 1000명 대상,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응답자를 한정할 경우 안 의원이 13%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나 부위원장(11%), 유 전 의원(10%) 순으로 나타났다. 김기현 의원은 7%, 권성동 의원은 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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