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셀프 수사’ 한계 벗나…이임재·박희영 신병확보 재시도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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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전 용산서장에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추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이태원 참사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1월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이태원 참사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1월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르면 19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참사 책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이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는 경찰 정보라인만 검찰에 넘긴 채 제자리 걸음 중인 가운데, 영장 재청구를 계기로 이른바 '본류' 수사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지난 주말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를 위한 막바지 법리 검토 작업에 주력해온 특수본은 이 전 서장에 대해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앞서 이 전 서장이 핼러윈 축제 기간 경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은 의혹과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지휘를 소홀히 한 의혹을 수사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보강수사를 벌여온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오후 11시5분께서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음에도 48분 전인 오후 10시17분 도착했다는 상황보고서가 작성된 데 연루됐다고 판단해 새로운 혐의를 추가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 전 서장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혐의를 추가했다"며 "(이 전 서장이) 허위내용이 기재된 보고서를 최종 검토, 승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용산경찰서 소속 직원 A씨를 입건해 조사한 결과 이 전 서장이 보고서 내용을 검토하고도 바로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서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한차례 기각되면서 사실상 멈춰선 특수본 수사가 영장 재청구를 계기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간부 3명에 대해서도 안전사고 예방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책임을 물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박 구청장과 안전건설교통국장이 휴대전화를 교체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까지 드러난 만큼 신병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특수본은 또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송은영 이태원역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외에 소방, 용산구청, 서울교통공사 등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을 동시에 확보해 수사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영장 재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특수본 수사가 윗선을 타고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당직 근무를 한 류미진 총경에 대해 직무유기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죄명을 변경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직무를 의식적·고의적으로 방임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했다"며 "상황관리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행위가 상황 전파 지체를 초래해 사상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은 5년 이하의 징역, 직무유기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1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조직·인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조직·인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이 또 한차례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에 실패할 경우 '셀프 수사'의 한계에 대한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앞서 특수본이 현장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작 윗선의 책임자를 가리는 수사는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기초 사실을 다지기 위한 필수 절차라고 하지만, 더 많은 책임을 물어야 할 윗선은 놔두고 애먼 희생양만 찾는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특수본은 '성역 없는 수사'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경찰과 구청 등 여러 기관의 과실이 참사를 키웠다는 '공동정범' 법리 구성을 다져왔다. 

특수본은 현장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서울경찰청과 서울시, 나아가 행안부 등 상급기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통상 절차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핼로윈 행사에 대규모 군중이 밀집할 것을 예상하고도 적극적으로 기동대 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김광호 서울청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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